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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할만하다. 돌아올 곳도 돌아올 날도 있으니.
그렇지만 낯선 곳에서 삶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까

나무들도 서로 무리를 이루며 돕고 산다고 한다. 뿌리를 맞대고 혹여 제대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나무에게 도움을 준다. 작은 나무조차도 옮기려하면 그 엄청나게 길게 뻗은 뿌리들에 놀라게 된다. 그만큼 살기위해 멀리 깊이 그 척박한 땅을 뚫는 고행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수많은 나무들과 연대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무는 옮기면 자라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너무 넓고 깊게 뻗은 뿌리와 잔뿌리들을 다치지 않게 하긴 힘들다. 다치지 않게 옮긴다고 해도 거긴 나무의 그 곳이 아니다. 낯선 곳, 낯선 땅. 낯선 흙냄새와 새로 알아가야 하는 흙성분, 뿌리를 뻗어주지 않는 이웃의 나무들, 낯선 냄새와 두려움은 줄기끝을 타게 하고 잎들을 옹그리게 한다.
여기 단편들은 주인공이 모두 다르지만, 어찌보면 모두 같다.
옮겨진 나무들의 메마른 뿌리를 닮은 이야기들, 그 척박함 속에 용케 만들어 낸 열매들, 그리고 자신의 열매임에도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고 낯설어하는 열매와 나무들.
황량하고 철 지난 바닷가, 줄이 쳐진 해변가와 야외의자들은 줄에 묶여 더 이상 여행객을 맞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외로움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인도인들의 특성이 예전 우리 부모님세대의 이민모습과 겹치기도 한다.
( 고 양이는 없어요 남편뿐이에요. 이 문장이 왜 그리 웃기던지. 그러면서 주인공의 외로움이 절절해서 그 울음이 느껴져서 슬펐던 단편 ) 그렇지만 결국 이 소설에서 내가 느낀 것 공감 따스함,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이다. 우리 또한 지구라는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이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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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14 2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니님 유머 코드가 넘 좋음 센스 넘치는 발췌 문장! 생선 머리는 남편 몫! ^ㅅ^

미미 2021-05-14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머리만 남편줌ㅋㅋ몸통은 센부인 몫?😆😳

mini74 2021-05-14 22:57   좋아요 4 | URL
어두육미,찐사랑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1-05-14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요새 1일 1책 하시는거 같아요. 엄청난 독서능력~~! <저지대> 읽고 있는데, 끝나면 이책 읽어야 겠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05-15 1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줌파라히리네요.
여러 서재에서 보니까 요즘 알라딘의 트렌드인가 합니다.
mini74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더웠는데, 비가 오면서 더운 날씨도 이전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백년식사 -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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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인의 맛>이란 근대사의 음식문화를 다룬 책을 읽었다. 작가님의 기존 책의 주인공격인 기자의 눈으로 경성의 맛탐방식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백년 식사> 또한 그 시대를 다루지만 최근의 K-푸드까지 그 영역을 좀 더 넓힌 책이다.



초딩이 시절, 소풍을 싫어했다. 먼지도 폴폴 날리고, 김밥 싸서 어디론가 간다는 거 자체가 피곤한 일이라 생각됐다. 그럼에도 이 소풍이 좋았던 이유는 순전히 엄마덕분이다. 오남매의 소풍이 모두 같은 날이길 3월부터 비셨다는 엄마, 그렇지만 매번 소풍날은 달랐던 것 같다. 그때마다 궁시렁 궁시렁 하시면서도 김밥을 싸고(우리들은 엄마속도 모른체 다 같이 소풍날이 다르기만 빌었다.) 나는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동네 슈퍼에서 과자 몇 개, 음료 두어개 (이땐 맥콜이며 밀키스가 인기였다. 보리음료와 우유탄산음료.) 그리고 소풍을 너무나 행복한 날로 만들어줬던 바나나! 엄마는 소풍날이면 꼭 시장에서 바나나를 사와서 가방에 넣어주셨다. 엄청 귀했던 그 바나나덕에 나는 소풍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바나나가 특별히 맛이 있었나? 엄청나게 달았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 이국적이고 값비싼 (물론 그 시절에도 부유한 집에선 특별하진 않았겠지만.)바나나가 가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만화인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주인공 소녀가 바나나를 너무나 쉽게 먹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는데, 일본에선 저런 바나나가 흔한 과일? 바나나나 먹자니?!!

일본은 2차대전 당시 대만을 강제 점령하면서, 바나나를 수확해서 공급했고, 그 바나나는 일본을 거쳐 조선에도 선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일제가 6.25전쟁을 발판으로 고속성장한 1970~80년대가 배경이니 바나나쯤이야 싶다.

이런 바나나가 90년대 들면서 가격이 내려갔고, 지금의 익숙한 과일이 된 것. 그러고 보면 남미에서 했던 몬산토의 악행들이 바나나와 겹치기도 한다. 치키타로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그들이 피로 물들인 역사가 어찌 이름 하나 바뀐다고 없던 일이 될까.



고종이 좋아했다는 간장비빔국수인 골동면,

일본인들이 종을 울리며 팔았다는, 일본식 두부,

수질이 나빠 배앓이가 심하자, 아예 유행병예방약을 넣어 팔았다는 국영당 빙수집.

일본식 간장 된장을 팔던 다카미 장유 양조장과, 얼떨결에 고향의 맛이 되어버린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

일본으로 넘어간 숯불고기와 명란젓.

국가시책에 따라 밥대신 밀가루를, 거기다 밀가루 막걸리까지 (유통과정에서 발효되면서 탄산이 생겨났다고 한다. 오히려 밀가루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이 인기비결이 되었다.) 음식문화 또한 정치와 사회 경제 등에 민감하다.

우리나라 굴지의 종묘회사가 IMF에 외국으로 넘어가면서, 청양고추에도 로얄티가 붙는다는 것, 강남에 땅을 산 이들이 세금을 적게 내려 차린 갈빗집들.

80년대 일본에서 휴대용가스버너와 부탄가스가 수입되면서 야외에서 삼겹살굽기 열풍이 시작된 일 등 다양한 음식문화의 시작과 그 번영성쇄가 담겨져 있다.


요즘 음식의 첫 시작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음식은 그저 문화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치와 그때의 사회적 배경과 어쩌면 그 나라의 정체성 또한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국주의는 음식에도 다양한 왜곡을 심고, 식민지 음식문화를 빼앗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현대에 와선 자본과 결부되니 더욱 음식과 관련된 논란이 잦아진다.

예전엔 김치가 결례의 음식처럼 치부된 적이 있었다. 외국인들이 싫어한다, 냄새가 심하다 등으로 미개한 음식취급을 받았고, 어느 외국매체에선 썩은 배추 따위의 수식어를 붙이곤 했다. 지금은 ? 오히려 김치가 각광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김치 원조 논쟁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김치맛 소스에 김치 후레이크까지 인기를 끈다니 참 신기하고 뿌듯한 세상이다.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스테키 정도는 썰어야 우와 했던 시절이 지나고, 삼겹살 구우며 그 옆에 김치 올려 지글지글, 밥 정도는 볶아야 우와 하는 시절이 왔다.

그나저나 이 책을 읽고나니 맥콜이 급 땡긴다. 편의점에 가 볼까싶지만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20년 밥 멕여 키운 ㅎㅎㅎ 맥콜 하나에 아이가 마시겠다는 맥주에 남편이 가세해서 맥주 한 병 더! 안주까지 ㅠㅠ ㅎㅎ 그 돈이면 맥콜 한 박스는 사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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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13 2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의 바나나 에피소드 그시절 엄마들의 자식들 소풍 김밥 싸주는거 정성 가득!!
전 꼬꼬마 시절 형제들 소풍갈때 엄마가 저도 배낭에 도시락 김밥 싸주고 과자등 등 넣어주시면 전 마당에서 냠~냠~

일본의 만행의 결과가 바나나였다니 일본 친구들 명란 마요 거의 국민 음식인데 ㅎㅎ
음식에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고 식민지 시대에 지배국의 음식 문화 식습관이 흡수되버린

아들은 엄마 편 일것 같아요 맥콜 한박스+맥주 한병+안주
이정도면 미니님 아들 훌륭하게 키우신거임 (-‿◦☀)

mini74 2021-05-13 21:11   좋아요 4 | URL
ㅎㅎ 좀 전에 왔어요. 안주까지 사들고.ㅎㅎ 조카가 일본교환 학생으로 갔었는데 대부분이 정말 아시아를 보호했다고 생각하는거에 놀랐다네요. 일상에선 너무나 선량한 사람들인데 중고등 시절에 그리 배웠다고 ㅠㅠ

바람돌이 2021-05-14 01:13   좋아요 0 | URL
심지어 일반 일본인들의 의식속에조차 한국인은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열등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은밀히 배어 있대요. 읽으려고 둔 책을 잠시 훑어보는데요. 저는 정말 일본 우익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충격이었어요.

미미 2021-05-13 2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치를 양쪽에서 자기들이 원조라고 노리는 이 기막힌 상황!!
맥콜 은근 중독성 있죵? 레트로가 어느정도 자리잡히면서 예전 브렌드도 다시 살아나는것 같아 기분좋고 추억돋아요~♡ㅋㅋㅋ

mini74 2021-05-13 21:15   좋아요 4 | URL
ㅎㅎ 지금 맥콜에 취하고 있습니다. 미미님*^^*

미미 2021-05-13 21:25   좋아요 4 | URL
으앗! 저도 사다먹을래욧ㅋㅋㅋㅋ

Falstaff 2021-05-13 21: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평생 먹고 싶은 게 세 가지 있습니다. 간략하게 ㅋㅋㅋㅋ
1. 어란. 어려서, 외조모께서 숭어 알을 근 한 달 동안 참기름 발라 그늘에서 말리고, 꾸둑뚜둑해지면 또 참기름 발라서 그늘에 말리고, 또다시 참기름 칠하고 말리고... 그걸 얇게 썰어 사위, 제 아버지 술상에 올리라 하시면, 아버지는 말 없이 내려다보시다 책장에 올려놓은 나폴레옹 코냑, 르미 마르탱 VSOP를 따셨습지요.
2. 우신. 중학교 다닐 때까지 명륜동 도가니탕 집에 가면 진짜 서울 레시피를 따라서 도가니 탕에 우신(소자지)을 서너점 썰어 담아 놓았습니다. 어머니 친구인 모 선생께서 젓가락으로 그걸 집으시더니, 저는 이 집에 오면 이게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하시길래, 제가 어느 부위인지 말씀을 드리려다 말았습니다. 이걸 통째로 삶아서 초간장 뿌리면 정말, 정말, 정말 일미입니다. 우신 먹으면 아들 낳는다 해서 딸만 넷 낳은 외숙모가 제 외조모님한테 얘기 해 하나 삶아 자시고 다섯째 딸 낳았습니다. 다 인생이거든요.
3. 뚝섬갈비. 서울 샌님들이 진짜 곤궁해져서 무 시래기를 먹을 수밖에 없을 때, 그래도 체면이 있어서 시래기라고 얘기는 못하고 뚝섬갈비라고 했습니다. 저 어려서 집안의 우환때문에 쫄딱 망해 드디어 뚝섬갈비는 먹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고(아, 저런 비극이!!!), 어린 마음에 막상 먹어보니까, 진짜 음식 하나는 기가 막혔던 어머니께서 뚝섬갈비를 새우젓 간을 해 주셨는데, 아이고... 옛날이여, 어떻게 그 맛을 잊을 수 있을까요. 이건 눈물, 진짜로 눈물샘에서 나온 소금물의 잊지 못하는 추억입니다.
ㅎㅎㅎ 위에 좀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가 나왔어도 양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mini74 2021-05-13 21:22   좋아요 6 | URL
ㅎㅎ 저 우신 ( 아 그걸 우신이라고 하는군요) 먹어봤어요. 아부지가 몰래 먹였지요. 그냥 살코기라면서. 그래놓곤 매번 그걸로 놀리셨어요 ㅠㅠ 어란. 정말 손 많이 가는데 그걸 만드시다니. 우와. 저희집은 할머니께서 술 담그는 걸 좋아하셔서 매번 골방에 이불에 감긴 항아리가 있었어요. 설탕 타서 한 번씩 몰래 동동주 마셨어요. 시래기를 서울에서도 갈비라고 하는군요. 저희도 우리집갈비 ~ 라고 불렀어요. ㅎㅎ 귀한 추억 공유 고맙습니다. 참 좋아요 이런 이야기 ㅎㅎ*^^*

scott 2021-05-13 21:44   좋아요 5 | URL
퐐스타프님 혹시 서울 사람 ?ㅎㅎ
입맛이 완죤 저희 아빠!
뚝섬 갈비, 어란은 물론 도가니 탕에 우신까지 ㅎㅎ

프랑스 친구들도 우신 먹더군요
버터 왕창 녹여서 와인 하고 ^ㅅ^

Falstaff 2021-05-13 21:49   좋아요 5 | URL
옙. 친가는 4대조부터 서울 살고, 열번째 할부지가 서울 살다가 김포행 했답니다.
외가는 어머니가 1930년대 경성제대 부속 유치원 졸업하셨습니다. 급우 가운데 옹주의 따님도 있었다는데 이거야 뭐 확인을 할 수가 있어야지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5-14 01:15   좋아요 1 | URL
서울쪽과 제가 사는 부산쪽 음식문화가 정말 다르군요. 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입니다. 우신은 모르겠고, 저 어란은 왠지 먹어보고 싶다는.... 이밤에 군침만 꿀꺽입니다.

붕붕툐툐 2021-05-13 21: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풍하면 김밥이죠~ 저는 지금도 김밥 너무 좋아해서 어디 맛있다면 꼭 사먹으러 가고, 제가 해먹기도 하고 그래용~ 전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기에 맥콜은 통일교 식품이라고 못 먹게해서 맛을 모른다는.. 우앙~ㅠㅠㅠ

mini74 2021-05-13 21:59   좋아요 4 | URL
아~ 그렇군요. 이단이죠. 툐툐님 몰래 마셔보세요. 악마의 속삭임 ㅎㅎㅎ

바람돌이 2021-05-14 01:18   좋아요 2 | URL
음 김밥은 자신하건데 제가 싸는 김밥이 제일 맛있습니다. 제가 귀찮아서 잘 안해서 그렇지 우리집 식구들 모두가 인정.... 우리 애들 어릴 때 소풍가는 날이면 애들 김밥 2줄 넣기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20줄의 김밥을 싸서 2줄은 아이들 도시락, 4줄은 아침밥, 그리고 남은건 남편과 제가 나눠서 직장에 가서 풀어놓았어요. 다 나중에 김밥집 차리라고.... 대박나겠다고.... ㅎㅎ 우리 툐툐님한테는 언제 맛보게 해줄 수 있을까요? ㅎㅎ

붕붕툐툐 2021-05-14 23:2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지구 끝이라도 찾아갑니다! 북플 최고 미녀의 최고 김밥이라니 안 가고는 베길 수가 없네요!!

새파랑 2021-05-13 2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식의 역사에 관한 책인가 보네요. 이런 책 읽고 지식을 넓히고 싶어요. 저는 맥콜 먹어본적이 없는데 (왠지 손이 안가서 ㅎㅎ) 맛있나보네요. 이것도 한번 먹어봐야 겠습니다^^

mini74 2021-05-14 07:07   좋아요 2 | URL
사실 그냥 추억? 의 맛? 이지요. ㅎㅎ

바람돌이 2021-05-14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밥에 사이다 세대입니다. ^^ 이 책 재밌긴 한데 뭔가 약간 부족한듯한 느낌? 근데 그 부족한 지점이 뭔지가 안 잡혀서 저는 리뷰도 못쓰고 있다는요.^^ 저는 이 책보다 <한국인의 맛>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mini74 2021-05-14 07:06   좋아요 2 | URL
두 권이 합체해야 될 것 같아요 ~ 너무 넓게 다루다 보니 아쉽게 지나가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식문화관련해서는 붕어빵엔 족보가 없다. 이 책 좋았어요. 한 가지 음식으로도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백년식사나 한국인의 맛은 좀 더 많은 걸 다루자니 좀 지대낣얕 느낌이지만 재미있었어요 *^^*

han22598 2021-05-14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선 이제 젓가락질 하고 김치 좀 먹을 줄 알아야 소위 쿨하다는 축에 낍니다. 저쪽 캘리쪽이야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이 시골 텍사스에서도 그렇다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왜 나한테 와서 자기 김치 먹어봤고.심져 김치도 담궈봤다고 자랑을 해대는지...ㅎ 한류의 힘이란.

mini74 2021-05-14 07:06   좋아요 1 | URL
기분 좋은 글입니다. 텍사스에도 ㅎㅎ

붕붕툐툐 2021-05-14 23:24   좋아요 0 | URL
앗! 드뎌 한님이 사시는 곳을 알게 되었네요! 그 유명한 텍사스!! 한류의 힘을 느끼고 계시는군요!ㅎㅎ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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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모은 것들

살다보면 어쩌다 보니 모은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큰 맘 먹고 혹은 집념과 열정을 가지고 모은 것들도 있겠지만, 우연찮게 하나 둘 사 모으다 보니 어느덧 꽤 괜찮은 것들이 쌓이는 경우다.

내게 어쩌다 보니 모은 것들은?

, 알라딘 사은품, 현란한 조명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거기다 책과 관련된 용품들이 손짓을 하면, 결국 애지중지 모은 포인트를 털어 버리고 만다. 받고 보면 아, 예쁘다 멋지다 등 미사어구를 가슴에 품지만 정작 딱히 쓸 데는 없다는 게 또 문제다.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책문구나 작가의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양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고지고 갈 것들이 되었다.

두 번째는 색연필? 필기도구? 악필들이 유난히 도구탓을 한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굵고 진한 색감에 부드러운 필기감을 선호한다. 그래서 온갖 색연필들의 홍수 속을 헤메다가 다행히 스테들러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책들. 이건 뭐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가끔 모아서 아동보호소나 청소년 등을 위한 단체에 가득 실어 보내주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이건 청소년이나 아이들이 봐도 되겠다 싶으면 밑줄을 긋지 않는다. 아이들에게까지 비웃음을 사고 싶진 않다.

우리 대부분이 아주 무계획적인 듯 계획적이며, 즉흥적인 듯하나 치밀한 책수집

아주 어울리는 그림이 있어서 퍼옴.

 

하루키옹이야 원래 책들은 넘쳐날테고, 레코드는 말해 뭐하며, 거기다 티셔츠? 그러고 보면 하루키옹의 사진들을 보면 다 편안한 차림새다. 가끔은 난해한 티셔츠? 차림일 때도 있다.

식성빼곤 영락없이 미국작가님같은 하루키옹은 서핑이며 재즈며 취미도 많고, 그런 취미들을 책으로 써서 돈도 버시니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이 책은 말그대로 하루키옹의 티셔츠 소개책이다. 어디서 이 티셔츠를 사게 됐는지에 대한 내용이나 혹은 샀지만 입기엔 좀 그렇다는 내용. 정말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지만. 그게 또 하루키옹 에세이의 매력 아닌가. 두부이야기로도 몇 십장을, 혹은 연필공장 가셔서 세일러복 입은 연필을 상상하며 몇 장을 써내는 필력, 소소함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잠시 쉬어가기에 알맞은 코너가 아닐까. 햇빛 잘 드는 창가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약간 거북이처럼 생긴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의 중년 아저씨가 옆에 와선 속닥거린다. 내게 거는 듯 혼잣말인 듯.... 제가 요번에 티셔츠를 하나 샀는데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이건 우리집 강아지가 모으는 것.

 

아 그리고 흰티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이 책에서 극찬을 했던 트루먼 카포티 

(남편은 음반을 모으는데, 제게 매번 은퇴 후 음반 하나씩 팔아서 점심 사먹자고 회유합니다. 그러면서 이 음반은 칼국수, 음 이 음반은 소고기......그 덕에 음반의 노래들은 모르고 저 빨간 표지가 삼겹살이었는지 소고기였는지만 아리송합니다.)

 

사실 이 책은 뭐라고 별점 주기가 애매하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같이 해 온 정으로 무작정 하루키 책만 나오면 사게 된다. 의리와 추억에 대한 별점인셈이다. 물론 잘 읽히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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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12 14: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카포티 젊을때 디카프리오 느낌나네요ㅋㅋ본인이 미소년임을 아는 자태ㅋ 저는 만년필을 노리고 있는데 고민만 몇 개월째입니다. 하..ㅋㅋㅋ

mini74 2021-05-12 15:42   좋아요 3 | URL
완전 꽃미남이죠 ㅎㅎ 만년필 ! 아 만년필도 모으고 싶어요 ㅎㅎ

잠자냥 2021-05-12 15: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강아지가 모으는 것 완전 귀여운데요. ㅋㅋㅋ

mini74 2021-05-12 16:17   좋아요 4 | URL
제가 매번 몰래 버립니다. 아직은 눈치 못챈듯 합니다

미미 2021-05-12 16:32   좋아요 4 | URL
미니님 그 사이 애견용 육포 살짝 끼워주심 건네주다 손가락 물릴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ㅋㅋ(쓰고보니 추천인지 경고인지ㅋ)

레삭매냐 2021-05-12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고기 음반, 재밌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알라딘 굿즈에서
레전드는 아마도 라면 냄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맨 끝 사진이 커포티? 전 뭔 놈의
아이돌 스타인 줄 알았습니다.

mini74 2021-05-12 16:17   좋아요 5 | URL
라면냄비는 놓치고 냄비받침대만 몇 개 있습니다 ㅠㅠ

새파랑 2021-05-12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완전 귀염ㅋ 저는 이 책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중이에요 ㅋ 저도 하루키책은 습관적으로 사기 ^^

mini74 2021-05-12 17:22   좋아요 3 | URL
나도 모르게 손이 장바구니로 막 가지요 ㅎㅎ

scott 2021-05-12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미니님집 강쥐!!🥓뽀너스로 껌도 놓고가여 ㅎㅎㅎ
의리에 별점 셋 동감 합니다
70 넘어서도 글써줘서 용서함 🐶

mini74 2021-05-12 17:23   좋아요 3 | URL
그 연세에도 글이 젊어서 ? 그닥 변화가 없어서 더 좋은 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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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지음, 모드 루이스 그림, 박상현 옮김, 밥 브룩스 사진 / 남해의봄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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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날 때도 작았다고 해, 아주 작고 연약한 몸으로 태어나, 마지막 순간에도 아이의 관에 담겨 묻힌 캐나다 민속화가 모드 루이스 이야기다.

 

 

작가는 모드 루이스와 같은 장소에서 살았고, 아버지는 모드의 작품을 좋아했고 꽤 많은 그림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 그림의 매력이 뭘까 하던 작가는 어느 날 미술관에서 고흐의 작품을 접하면서, 모드의 그림이 가진 매력에 빠졌고, 그래서 여러 자료들을 모아 책을 써냈다.

선명하고 밝은 빛들이 쏟아져 나오는 듯, 소박하고 정겨운 동물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장난치듯 환하게 밝히는 모드의 그림들.

어그러지고 낡은 보드 위에, 버리고 간 페이트통의 남은 물감으로 자신의 추억과 자신만의 기법으로 아이처럼 그린 화가다.

내가 모드 루이스를 알게 된 건 한 편의 영화덕이다. 네이버에서 무료로 해줬던 영화

<내 사랑>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체, 내가 좋아하는 에단호크가 나온다길래 보게 되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학생역을 했던 에단 호크는, 여기서 모드의 남편인 무뚝뚝하고 거친 남편 에버릿으로 나온다.

그리고 모드로 나오는 샐리 호킨스, 작고 감성적이며 수줍음 많지만 떨리는 손으로 그림을 채워가던 모습은 감동이었다.

모드의 어린시절은 행복했다. 비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나름 넉넉한 가정에서 부모와 그리고 오빠와도 사이좋은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부모가 돌아가시고 오빠가 모드를 거의 버리다시피 하면서 유산 한 푼 받지 못하고 이모집에 얹혀 살게 된다. 그 시기 모드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입양을 보내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후 모드는 가정부를 구하는 에버릿의 광고를 보고 그를 찾아가게 된다. 둘은 결혼을 하고 에버릿의 그 작은 오두막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모드는 오두막 가득 꽃과 나비를 그린다. 그런 모드의 그림들이 팔리면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렇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지독한 구두쇠였던 에버릿, 밖으론 나가지 못하는 모드. 모드는 그리고 에버릿은 그림을 팔아 번 돈을 바닥에 묻었다.

 

영화 속 캐나다 오지의 노바스코샤는 황량했다. 바닷바람과 외따로이 서 있는 작은 오두막, 인적 드문 동네, 그렇지만 그 오두막에 모드는 봄을 그리고, 따스함을 불어넣었다. 모드를 위해 판자와 페인트를 주워오고, 살림과 요리를 했던 에버릿.

비록 모드 사후에, 모드의 유품들을 몽땅 팔려했고, 결국 돈을 훔치러 온 젊은이에게 살해당하는 어쩌면 매정해 보이는 에버릿이지만, 모드는 에버릿을 의지하고 믿었고 에버릿 또한 모드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그저 어린시절 너무나 가난해 구빈농장에서 일하며 끼니를 걱정했기에, 에버릿에게 돈은 쓰기보다 모으는 것, 오로지 검소하게 사는 것만이 생존방법이었을 거다.

그래서 모드는 불평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남은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도, 싸구려 붓 때문에 그림에 털이 묻어도, 전기대신 킨 촛불 때문에 그림에 촛농이 묻어도. 그런데 지금에 와선 모드의 진품과 가품을 가리는데 이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그림을 그렸고, 엉뚱하게 소 다리를 세 개로 혹은 너무 긴 속눈썹의 소들을 그리기도 했다. 그림자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모드가 가진 위트였다. 바닷가재처럼 곱아지는 류마티즘 걸린 손으로 모드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한 번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카드를 팔기 위해, 어머니에게 그림을 배운 게 다다. 나머진 그저 모드는 스스로 터득한 것들, 그녀의 내면, 의지와 인내가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이 그림에 담겨있다.

귀여운 고양이들과 아름다운 꽃들, 바닷가와 일하는 소들의 순박함, 말과 망아지의 즐거운 한때가 그려진 그림들을 보며 미소짓게 되는 것, 편안하고 행복한 유년과 그 시절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모드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우리에게 나눠준 것은 아닐까. 오랜 병마와 힘듦 속에서도 마음속에 담고 있던 행복한 기억들을 선물한 것. 그래서 오히려 밀려드는 주문에 급급해 비슷한 그림들을 연달아 그렸던 시기보다, 초창기의 그림을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책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다. 척박한 배경과, 실제처럼 그림들로 가득 채워진 모드의 오두막, 그리고 빨간 귀마개 모자와 낡은 체크무늬 옷을 입은 키 크고 마른 성난 얼굴의 에버릿. 바람과 눈, 바닷가의 쓸쓸함이 가득했던 화면 사이로, 환하게 웃는 모드를 태우고 달린 에버릿의 장면이 자꾸만 생각난다.

힘들고 우울했을지도 모를 삶이지만, 그 속에서 위트와 밝음을 찾아내 주변을 그린 모드, 그림 속에서 반전을 보여준 화가가 아닐까. 아니면 우리 잣대로 보는 그녀의 삶이, 그녀에겐 그리 나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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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11 14: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싶었는데 책 표지의 그림도 그렇고 이런 느낌의 그림들이군요!! 으앗~♡ 너무 사랑스럽네요~특히 저 고양이와 모자쓴 듯한 새들ㅋㅋㅋㅋ

mini74 2021-05-11 14:22   좋아요 5 | URL
영화 분위기도 연기도 좋아요 *^^*

scott 2021-05-11 14: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부담없이 보다가 마지막엔 행복에 미소를 그리게되는 ㅎ미니님 보석같은 책 요렇게 깜찍하게 리뷰를^ㅅ^

mini74 2021-05-11 14:25   좋아요 5 | URL
맞아요 행복한 미소 *^^*

잠자냥 2021-05-11 14: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어서 찜만 해놓고 여태 못 봤네요. 이번주엔 봐야지... 그림 참 좋네요. _

mini74 2021-05-11 17:42   좋아요 3 | URL
영화도 참 좋았어요 ~

새파랑 2021-05-11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눈에 들어와요^^ 미니님은 그림책 전문~!!

mini74 2021-05-11 17:43   좋아요 4 | URL
흰고양이 검은고양이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

희선 2021-05-12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나다 노바스코샤 하니 빨강머리 앤이 생각납니다 앤이 어릴 때 살았던 곳이 그곳인데... 부모가 오래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아주 안 좋았던 건 아니겠지요 그랬기를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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