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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9월
평점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혹시나 못 숨은 집먼지진드기나 빨간모기니 등등이 턱 하고 놀라서 서 있다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우린 ?! 사랑에 빠지는 ㅎㅎㅎ 너무 무섭다 그들이 작아서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가라곤 안 할테니 제발 꼭꼭 잘 숨어주길 ~~
인간의 흑역사였나, 뭐 그 비슷한 책에서 부유한 미국의 사업가 유진 쉬펠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유명한 셰익스피어 광팬이었고, 셰익스피어 소설 속 동물들이 모두 미국에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유럽찌르레기를 공수해 와서 센트럴 파크에 60마리를 풀어주었고, 그 이듬해에는 40마리를 또 풀어주었다. 그 후 이 찌르레기는 미국 유해조수 1위로 온갖 시설물이며 비행기 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주변의 환경과 천적관계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미봉책으로 혹은 이기심으로 동물들을 이동시키면서 많은 피해가 생겼다. 외국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한다.
1989년 제주도에는 까치가 없다는 걸 안타깝게 여긴 모 신문사가, 우리의 길조인 까치를 제주도에 비행기로 공수해서 60마리를 풀어줬고, 지금 제주도는 그 까치가 13만마리정도로 늘어나 과수원과 한전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비둘기,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비둘기를 실제로 쓰레기통이나 도시의 뒷골목에서 보기란 예전엔 드문 일이었다. 이렇게 도시에 급격하게 비둘기가 늘어난 것은 1988년.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위해 비둘기 쇼를 하며 엄청난 수의 비둘기를 날리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사냥도 대표적인 예다. 주변의 환경과 생물에 대한 이해없이 낯선 종을 들여옴으로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돌이킬 수 없는 자연훼손이 발생될 수 있다. 그러니 먼저 우리 주변의 환경과 생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파트란 생경한 하지만 이젠 익숙한 환경에 어떤 생물들이 포진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삭막한 아파트에 실제론 꽤나 많은, 혹은 아파트 주민수들보다 몇 백배는 많은 생물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과 인간은 공존한다. 그렇지만 눈에 안 보여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이불을 털 때마다 집먼지진드기가 후두둑 떨어지는 게 보인다면 이불을 이토록 사랑하긴 힘들 것 같다.
어릴 적엔 대부분 단독주택 등에 사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아파트는 드물고 왠지 아파트보다 더 고급져 보이는 맨션에 사는 아이들은 더 드물었던 시절, 대부분 작은 마당을 가진 집들과 그 골목 사이로 학교친구들의 집들이 포진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자라고 살아간다. 어릴 적 올려다 보던 산들이, 이젠 내 시야와 함께 한다.
이젠 익숙해진 아파트, 이 아파트 환경을 중심으로 같이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먼저, 아파트 조경으로 많이 쓰이는 소나무 이야기.
삼국이전엔 다른 나무들이 우세했겠지만, 삼국시대 이후 인구가 늘면서 땅의 형질 변하면서 소나무를 많이 심게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산성토양에서도 잘 버티며, 버섯이나 곰팡이류와 공생하며 좁은 절벽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해에 약하며, 옮겨 심기가 어려워 가로수보단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소나무와 공생하며 잘 자라는 송이는 특히 키우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가 소나무도 잘 키워야 공생하는 송이도 잘 자라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인공재배가 더 까다롭다고 한다. 소나무는 나이도 많다. 쥐라기 시절부터 있었기에 나비나 벌에 의한 번식이 아닌, 꽃가루 번식을 한다. 그래서 소나무는 일단 양으로 승부한다. 온통 노란 송홧가루, 그런데 이 송홧가루가 심해까지도 닿아 심해 생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고 한다. 송홧가루로 담은 송화주나 다식을 예전엔 즐겨먹었고, 솔잎엔 피넨이란 성분이 있는데 타감작용이라고 주변의 다른 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런 피넨이 주성분인 송진으로 만든 게 테레빈유로 불피우는데도 성능이 뛰어나다. 피톤치트는 식물이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뿜어내는 것으로 자연식물살충제 역할을 한다.
청솔모와 박새는 솔씨 까먹기를 좋아하는데, 숨기기도 잘 하고 까먹기도 잘 해서, 소나무싹을 퍼트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소나무의 천적은 “소나무재선충” 1980년대 부산으로 원숭이를 들여 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원숭이 우리의 목재에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화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철쭉”. 러시아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철쭉을 가져가 처음으로 과학계에 소개함으로서, 이 친숙한 철쭉의 이름은 그 러시아인들의 이름을 따서 “ 로드덴드론 슐리펜바키 막심”이 되었다.
예전 모 초등학교에서 화전 행사를 하면서, 철쭉을 진달래로 착가해서 먹다가 단체로 병원에 실려간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철쭉에 든 독이 바로 “그레야노톡신” 으로 신경을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며 어지럽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고양이, 예전엔 “고양이자식”이란 욕이 자주 쓰였다고 한다.
농경시대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고, 우리는 삼국시대때 불경을 배로 운반하면서, 불경을 쥐가 갉을까 고양이와 함께 가져왔다는 설이 있다.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매, 요즘 아파트나 도시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는 매 종류의 하나인 “황조롱이”
샵이 붙은 파음의 날개소리를 내는 빨간집모기
일개미며 여왕개미며 거의 대부분이 암컷으로 이루어진 개미군단.
집먼지 진드기
이끼와 비슷하나 곰팡이와 초록색 미생술이 합쳐진 형태의 지의류
(지의류 중 하나가 “석이버섯”)
곰팡이들
인간은 어린이일땐 5조개 정도의 세포를 가지지만, 성장하면 10조 개 정도의 세포를 가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아메바도 미로의 끝에 화학물질을 흘린 후, 미로의 시작점에 풀어놓았더니 잘 찾아서 나왔다고 한다. 10조개의 세포를 가진 길치인 나보다 세포가 1개인 아메바가 나은것일까.
아메바는 세균을 녹여 먹는 식균작용을 하는데, 가끔 녹여먹던 세균이 살아있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세균이 살기 좋은 곳으로 가서 세균을 풀어주면, 세균이 곧 엄청나게 번식하고, 그 번식된 세균을 아메바가 다시 먹기도 한다고.
그래서 이런 단순한 아메바나 세균이 생물을 먹다가 소화되지 않고, 몸이 섞여 복잡한 세포구조를 가진 생물로 진화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미구균(작은 공모양 세균)
온천에 사는 테르무스세균은 80도까지 견디며 DNA를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을 가지는데, 이 화학물질을 이용해 DNA증폭기술을 발전시켰고, 이 기술이 지금 코로나 검사에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어울려 사는 생물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무임승차인줄 알았는데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각종 세균과 지의류들에게 감사하며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