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
야스카와 주노스케 지음, 이향철 옮김 / 역사비평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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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적 인물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람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는 말이 실감나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엇갈리는 평가를 하게 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누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평가를 두고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 힘을 가진 권력자에 의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한 사람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아닐 것임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하여, 역사를 평가할 때 누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인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동아시아의 지난 역사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일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일 것이다. 군국주의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했던 분명한 사건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흐려지는 경향성이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전후 처리과정이 남아 많은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그 침략 전쟁의 중심에 서 있던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하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 사람은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ふくざわゆきち, 1835년 1월 10일 - 1901년 2월 3일)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도쿄에서 사망하였다. 일본 개화기의 계몽 사상가이자 교육가, 저술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일본의 고액권 화폐에 초상화가 실려 있을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되어져 왔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해서 조선 개화기의 사상가 유길준, 윤치호 등의 스승이자 한국 개화파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평가는 대단히 우호적인 인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일본 내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의도된 평가라는 해석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도 그의 행적을 근거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젊은 시절 외국을 다니며 보고 들었던 것을 비탕으로 일본으로 돌아와 ‘천황을 중심으로 국력을 결집시켜 아시아를 집어삼킨 뒤 서구열강과 겨루겠다는 포부가 무엇보다 앞섰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긴요한 일은 전국 인민의 머릿속에 국가의 사상을 주입시키는 것”이었고, “일국의 인심을 흥기하여 전체를 감동시키는 방편으로는 외전(外戰)에 필적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필요에 따라 시의적절 하게 다른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선은 본래 논할 가치도 없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당면의 적은 지나이기 때문에 우선 병사를 파견해 경성에 주둔 중인 지나 병사를 몰살하고, 바다와 육지로 대거 지나에 진입해 곧바로 북경성을 함락시켜라.’

이 책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는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현재적인 평가와 이러한 평가가 무엇이 잘못되어 있으면 어떻게 그러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개관적인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평가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있는 그의 발언과 저작물들이다. 우선 저자의 한국판 서문에서 한국 내에서 평가되는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인식의 문제점을 이야기 한다. 왜 이런 평가가 가능했을까? ‘조선 인민을 위해서 그 나라의 멸망을 축하한다.’라는 식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의 본성을 숨기지도 않았던 사람인데도 말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일본 내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는 전후세대의 사상가들이 전쟁과 패전으로 얼룩진 시대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후쿠자와 유키치에게 ‘자유주의자’라는 환상을 덮어씌우고, 그 이미지를 뒤흔들 만한 발언은 외면한 채 오로지 입맛에 맞는 문구들만 주목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정당하지 못함을 인식한 저자는 진정한 후쿠자와의 참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텍스트들에 정면으로 도전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가 참고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행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그의 사상과 행동이 어떻게 유지되고 발현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한 일련의 말들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찾아 볼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한 마음이 보이는 부분이다. 

현대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박정희 전직 대통령으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이어 민주주의를 말살한 독재자로 서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이 사람 역시 누구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를 받는다. 진실은 어떻게 하더라도 밝혀질 수박에 없는 것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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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사랑방에서
첫 공연 봉사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전남 화순군 죽청리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마을 노인 경로위안잔치에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 함께 하였습니다.
















마을 어르신 분들과 즐거운 마음 나눔이 있어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죽청리 마을 부녀회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모든 공원 일정이 끝나고
대금사랑방 회원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봉사 공연 나들이에서 느낀 
뿌듯함을 안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소리와 대금 그리고 못진 장단이 어룰리는
풍류의 한마당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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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축복입니다
숀 스티븐슨 지음, 박나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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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의 삶에 비추어 내 존재의 가치를 밝히다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신체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만족하며 살까?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경향성이 있다 보니 현대인들에게 외모가 중요한 것으로 대두된 지 오래되었다. 미용성형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제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권장하는 분위기까지 보여 새삼스럽게 자신의 외모를 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주변에는 날 때부터 신체적 한계를 가진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인들과 다른 외모도 한 몫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과 위축되는 스스로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한 인간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리라.

여기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골성형주전증’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다. 성장과정에서 실제로 200번이 넘게 뼈가 부러졌으며 걸을 수도 없는 몸으로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하는 신세로 키 90Cm에 몸무게 20Kg도 되지 않은 사람이다. 이런 몸의 숀 스티븐슨(Sean Clinch Stephenson)은 외모로 평가받는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숀은 거대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기억되게 만들었을까?

바로 이 책 ‘당신이 축복입니다’는 숀 스티븐슨이 태고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상과 당당히 맞서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찬 숀이지만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남자’라고 소개한다. 무엇이 있어 스스로 그러한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질 수 있을까? 일반인과는 비겨도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몸이지만 좌절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며 세상의 편견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런 아이를 낳고도 좌절하지 않았던 부모가 있었다. 숀이 성장하는 동안 아픈 마음으로 지켜왔을 그 부모는 보통을 넘어선 의지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보인다.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자식이 가진 것을 보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준 사람들이다. 오늘의 숀 스티븐슨이 있는 가장 큰 힘이 그의 부모였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뼈가 부러진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하고 싶은 것은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 숀 스티븐슨은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럴게 생겼을까? 하는 자책에 빠지기 일쑤인 사람들에게 외모는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점이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 숀은 스스로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숀은 자신이 살고 싶은 그 모습에만 집중하고, 최고의 피트크루를 곁에 두며, 마음의 정원에 쓰레기를 남겨두지 않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삶을 응원했다. 그의 삶은 ‘그 존재만으로도 축복’이라는 말로 대표되며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 등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이야기가 아닌 직접 경험하고 그 안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이기에 정상인의 몸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외모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서 태어나면서 가진 것이 부족한 사람들은 무엇을 희망으로 삼아 살아갈까? 숀 스티븐슨은 자신의 삶을 통해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나만의 진정 힘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만들어주는 따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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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몽혼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8
조두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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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남은 여인의 마음
한때,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지만 시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세상을 담아낸다. 시인만이 아니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예술을 하는 사람의 가슴으로 담기는 세상은 분명 나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몽혼(夢魂)의 저자 조두진은 ‘시인’에 대한 규정을 시 쓰는 사람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일상과 별 관계없어 보이는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 무지개 혹은 이상을 좇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의 범주에 포한될 것이다.’라며 세상을 따스한 가슴으로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시인의 세계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시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몽혼은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 사대부 남성 중심의 조선이라는 사회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시인으로 살아갔던 사람의 행적을 추적하고 시대와 화합하지 못했던 여성 시인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조선시대에 여성 시인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몇몇이 있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매창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현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기록에 남지 않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 중 한 사람이 이옥봉이라는 실존 인물이다.

이옥봉은 현감과 관기 사이에서 태어난 서얼이다.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기생으로써의 삶에 필요한 음악이나, 춤, 악기를 배우기보다는 책을 읽고 시 짓는 공부에 흥미를 보인다. 어린 나이 양반과 결혼하지만 1년도 못되어 남편이 죽고 본가로 돌아와 지낸다. 어버지의 벗들 시화 모임에 나가 시 짓는 솜씨를 발휘하며 평생 잊지 못한 운명의 남자 조기원을 만난다. 둘은 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지만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조기원으로 인해 이옥봉은 불우한 운명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인의 삶과 여인의 삶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조기원에게 당당하게 자신은 둘 다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 선언하며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가혹한 처지에 처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지인 시를 온몸에 감은 모습의 사체로 강물에 떠내려 온다.

‘네 재능이 너의 무덤이로구나.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구나. 내가 세월을 보지 않고 너의 재능만 보았구나.’

몽혼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임진왜란을 겪는 조선 선조시대다. 여성의 지위가 용납되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양반의 여식에게는 더 없는 편견이 팽배했던 사회였기에 문화 예술적 소양이 있었던 대부분의 여성은 기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선다님 아시는지요?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비 개인 뒤에 뜨는 무지개가 아닙니다. 윤기 나는 입들이 늘어놓는 백가지 약속이야 어찌되든 무관합니다. 내 손을 꼬옥 잡아주던 감촉, 그 손을 타고 전해지던 온기, 나는 그날 밤 마주 잡았던 손의 온기로 지금 살아가는 것입니다.’

시대의 한계에 갇혀 사랑하는 여인을 억압해야 했던 남자와 님을 향한 사랑과 시문의 매혹, 어느 쪽도 버릴 수 없었던 여인의 삶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관심사인 ‘시가 일상의 발목을 잡고 일상이 시의 목을 옥죄는 충돌의 과정을, 시인과 일상인의 삶이 빚어내는 서글픈 비애’를 섬세하며 애달프게 그려내고 있다. 이옥봉의 삶은 우리가 익히 아는 허난설헌의 삶과도 닮아있다. 시문에 대한 제주가 그 시대를 살았던 남성들보다 뛰어났지만 사회에서 그리고 남편에게 인정받지 못한 기구한 운명이 그것이다. 그들은 가슴 절절한 시문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사람이다.

작가는 시인에 대한 규정을 내리며 일상과 시의 불화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일상의 현실적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상의 실현은 늘 벽과 부딪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나 존재해 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불협화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뛰어난 문학작품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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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1-05-2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찾던 책이네요....이름없이 살다간 사람들의 글을 좋아합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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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야 한다
말 그대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담고 있는 뜻을 새겨 한 줄의 글도 놓치고 싶지 않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 말에 지극한 공감을 느낀다. 

요사이 오주석이라는 한사람에게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워낙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마음이 전해지기에 그간 발간된 저자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게 된 것이다. 단원 김홍도를 비롯하여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간된 책들 어느 하나도 허투루 느껴지는 것은 없다. 우리 것을 공부하고 배우며 즐기는 사람으로 김홍도를 무척이나 사랑해서 그의 삶과 예술 정신을 닮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된 그 사람이 남긴 글로나마 그를 그리워 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 생각된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발간된 순서와는 상관없이 저자가 발간한 책 들 중 마지막으로 접하게 된 책이다. 한 폭의 그림을 통해 그가 발견한 것은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그림 소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사람들의 눈으로 마음으로 보고 느낀 사람의 따스한 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인 까닭을 찾아내고 그가 사랑하는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꽃이다. 사상의 뿌리, 정치제도의 줄기, 경제 사회의 건강한 수액이 가지 끝까지 고루 펼쳐진 다음에야 비로소 문화라는 귀한 꽃은 핀다. 지금 한국 문화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듯싶으나 내실을 살펴보면 주체성의 혼란, 방법론의 혼미로 우리 정서와 유리된 거친 들판의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아픈 마음으로 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문화를 만들어 온 우리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거친 들판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으로 변화된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한국의 미’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다. 한국의 미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옛 그림을 선별하고 그림 읽기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전국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통해 일반인과 만나왔던 저자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중심 주제를 세 가지로 구분하고 마치 현장에서 강연을 듣는 것처럼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주고 있다. 저자 오주석은 옛 그림을 대할 때 우선해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마음가짐을 말한다. 그것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점’과 이를 바탕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림을 보라는 것’을 지적하며 열린 마음으로 가슴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이런 기본사항을 견지하며 그가 바라본 그림으로는 김홍도의 ‘군선도’를 시작으로 백자항아리, 단원의 풍속도, 기로세련계도, 불화, 주상관매도, 마상청앵도, 송하맹호도, 황묘롱접도, 모계영자도 등을 세심하게 읽어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림의 소재뿐아니라 그림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심이다. 나아가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초상화’라고 한다. 초상화를 그리고 남긴 조선의 선비들의 오롯한 정신세계를 통해 우리가 찾는 한국의 미의 정신을 밝히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예쁜 모습보다 진실한 모습, 참된 모습’을 중시했던 조선 사람들의 마음이다. 

또한, 저자의 단원 김홍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점을 확인한다. 이 책 곳곳에서 만나는 김홍도의 그림뿐 아니라 부록으로 김홍도 그림에 대한 그간 말해왔던 작품을 따로 묻어 그림과 그림에 대한 감상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사회에 흐르던 성리학의 기본 이념이 어떻게 사람을 위하고 그것이 사람의 정신을 통해 삶이 투영된 문화를 만들어 왔는지 말해주고 있다. 사대부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주도하며 창조해온 시대의 문화는 그 저변에 동양사상의 한 축을 구성하는 천지인의 사상이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음도 밝혀주고 있다.

현재는 과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엄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마치 하늘에서 불쑥 떨어진 사람들처럼 과거를 기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희망의 미래가 존재할 수 있을까? 다시 법고창신의 정신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옛 그림을 읽어주는 것을 통해 바로 그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자 오주석의 책을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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