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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
임정일 지음 / 책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우선, 자신부터 만나자
속도는 삶의 차이를 만든다. 쉼 없이 앞 만 보고 달려야 행복한 삶으로 가는 것이라 가르치고 믿는 시대에 속도는 중요한 지침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속도에 밀려가는 삶 속에서 어느날 문득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알 수 있다. 속도와 행복한 삶의 관계는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속도를 늦추고 잠시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보는 것 속에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일, 그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행복한 삶을 규정하는 요소는 지극히 단순하고 사소한 일에서 발견된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출근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 차 한 잔 마시며 올려다본 하늘의 색깔, 제몫을 다하고 떨어질 준비를 하는 낙엽, 지친 일상에서 동료가 건네는 자판기 커피한잔과 같이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기에 그 소중함을 미쳐 알지도 못하고 놓치고 마는 것들이다.
임정일의 ‘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는 바로 이런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잃고 있던 그 무엇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시발점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한다. 빨리 가면 자세히 볼 수 없고, 마음에 담길 수 있는 기회조차 없기에 그 소중함과 가치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걸어보자. 느리게 걸으며 보이는 무엇들에게 시선을 마주치며 다가설 때 우리의 일상은 변화를 갖게 된다.
임정일은 바로 이 변화를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 대한 ‘관심’,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힘으로 ‘배려’,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긍정의 힘인 ‘사랑’그리고 작은 배로 강을 건너는 가르침인 ‘지혜’라는 4가지 키워드로 중심으로 일상에서 어떻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거창한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보고 느끼는 모든 것 속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임정일은 바로 그 예를 책의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출근길 풍경, 친구들과의 만남, 올림픽 영웅이 겪었던 이야기, 꽃, 나무, 하늘, 전쟁의 현장, 지하철에서 만난 노인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그 밑걸음이 된다고 한다. 또한,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들은 글과 호응하여 느긋하고 평화로운 느김을 전해주고 있다. 익히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이지만 사진이 전해주는 느낌은 더 간절하다. 이 글과 사진의 호응은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의 시각을 잡아 잠시 머물게 한다.
‘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에서 주장하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 권리다. 이 보편적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기에 자기 자신을 올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을 알 수 있을까? 바로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 출발이 느리게 걷기에 있다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만들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보면 알 수 있다.
환경과 조건에 밀려난 자신, 바로 우리 자신들에게 지금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일상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나를 둘러싼 풍경에 눈을 돌려보자. 그 다음으로 자신에게 눈을 돌려 무엇이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마음을 열어 다스한 눈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