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고

놓치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도 선택하라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매년 찾아가던 가까운 숲을 두고 멀리서 만났다.

청노루귀, 깽깽이풀 처럼 화려한 색도 아니다. 그렇다고 얼레지 처럼 요염하지도 않다. 그저 순한 백색에 줄기에 비해 다소 큰 꽃을 피운다.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른다.

하여. 가냘픈 소녀를 보는 안타까움이 있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여인으로도 보인다. 얼레지가 스크린 속 공주라면 산자고는 담 너머 누이다.

향기로 모양으로 색으로 뽐내기 좋아하는 온갖 봄꽃 중에 나같은 꽃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잖아요 하는 소박한 이의 자존심 같은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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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7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포 한 아파트 단지 화단의 나무 아래에 심어두고서 현재 거주지로 이사나왔는데 작년 봄엔 산자고 꽃이 제법 피었더라구요. 올해도 가볼 계획입니다. 내가 처음 이 야생화를 만나 장소는 남한산성을 오르는 길에서 였지요. 오늘도 올려주신 사진에 행복감을 느낍니다.
 

#시읽는수요일

달과 설중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 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저 보여 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내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3월은 매화와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함민복 시인의 시 '달과 설중매'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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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모든 꽃은 활짝 피어 제 사명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그저 보는 맛에 저 혼자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떤 꽃은 다 피지 않아서 주목받을 때가 제법 많다.

봄 볕이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늘상 눈여겨 보는 것이 이 나무의 개화 정도다. 갑옷 같은 껍질에 쌓여 속내를 보여주기 전부터 눈 눈에 아른거리는 색감으로 마음은 이미 봄맞이 길을 성큼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샛노오란 색을 표현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이라서 고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떠올려 보게 된다. 자연이 주는 강렬하지만 거부감 없는 느낌을 온전히 담아둔다. 이 경이로움은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붉디붉은 색의 열매 또한 색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리산 상위마을, 경북 의성 사곡마을, 경기 이천 백사마을 등으로 만개한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의 나들이를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발품을 팔지만 내게 산수유는 봄을 부르는 색으로 만난다.

땅바닥을 헤매는 사이에 나 보란듯이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지속',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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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없는 시절의 봄빛 자랑, 동백冬栢

臘底凝陰數己窮 랍저응음수기궁
一端春意暗然通 일단춘의암연통
竹友梅兄應互讓 죽우매형응호양
雪中花葉翠交紅 설중화엽취교홍

섣달 밑 음기 엉겨 운수 이미 다했거니
한 자락 봄 뜻이 남 몰래 통했구나.
대나무와 매화가 서로 응해 양보하여
눈 속의 꽃과 잎이 푸른 속에 붉어라.

보한재 신숙주의 동백에 관한 시다. 동백은 겨울철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동백꽃에는 네 종류가 있다. 홑잎에 붉은 꽃은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는 것이니, 세상에서 동백이라고 일컫는다. 홑잎은 남쪽 지역 바다 섬 가운데서 잘 산다. 혹 봄에 꽃피는 것은 춘백이라고 한다."

동백은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원래이름은 산다山茶다. 산다라는 이름은 잎사귀가 산다와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춘椿, 중국에서는 해홍화海紅花라고도 부른다.

이백李白 시집의 주를 보면 "해홍화는 신라국(海紅花 出新羅國)에서 나는데 매우 곱다" 라고 적혀 있다. 동백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동백이 겨울에 핀다지만 따뜻한 곳에 사는 남쪽 식물이다. 애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강진의 백련사나 광양의 옥룡사지 고창의 동백숲 대부분은 봄이 무르익어서야 꽃을 피우니 춘백이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내 뜰에도 사연이 있는 동백나무 두그루가 있다. 어린 나무라 아직 꽃은 볼 수 없어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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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
늘 꽃을 보면서 놀라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색이 주는 느낌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꽃을 만나면 한동안 주위를 서성이게 된다. 강렬한 원색이지만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마음을 이끌어 다독여 주는 것은 인위적인 색으로는 범접할 수도 없는 자연의 색이 주는 매력이다.

한겨울 잎도 없이 제법 큰 꽃봉우리를 내밀어 놓고도 한동안 멈춘듯 가만히 있다. 수없이 많은 꽃 하나하나가 모여 봉우리를 만들어 큰 꽃처럼 보이지만 진짜 꽃은 아주 작아 앙증맞기까지 하다. 노오란 꽃과 눈맞춤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납매, 풍년화, 매화 등과 비교적 이른 봄에 피는 나무보다 조금 느긋하게 핀다. 이들 꽃이 순하고 여린 맛이라면 삼지닥나무는 아주 강렬하게 봄향기를 전해준다.

삼지닥나무리는 이름은 가지가 셋으로 갈라지는 삼지三枝 모양에 닥나무처럼 쓰인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다. 종이를 만드는 원자재로서 널리 알려진 닥나무보다 더 고급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귀한 나무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노오란 꽃봉우리가 열리면서 마치 사람들의 마음에 봄을 맞이하듯 '당신을 맞이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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