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괭이밥
핏줄처럼 선명한 줄무늬가 돋보인다. 다소곳한 모습도 은근하게 주목하게 만들고 색깔도 순해서 좋다. 이르게 피는 다른 봄꽃들에 비해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으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인 그 순수함에 흠뻑 빠지게 되는 꽃이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은 고양이 밥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고양이가 먹는다고 한다. 큰괭이밥은 괭이밥보다 잎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4~5월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 가운데 붉은색 줄이 여러 개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큰괭이밥은 괭이밥과는 달리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시들 무렵 잎이 올라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괭이밥속에 포함되는 종류로 애기괭이밥, 큰괭이밥, 괭이밥 세 가지가 있다. 흔히 사랑초라고도 불리우는 괭이밥의 '당신을 버리지 않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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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다소곳하지만 그래서 더 은근함으로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 흰색의 노루귀라면 청색의 노루귀는 화사하고 신비스런 색감으로 단번에 이목을 끈다.

하얀색과 청색의 이 두가지 색이 주는 강렬한 맛에 분홍이나 기타 다른 색의 노루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극히 편애한다.

유독 진한 청색으로 반겨주는 꽃이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믿고 찾는 곳이 있기에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꽃들을 보면서 눈으로 익혀두고서 길게 눈맞춤 한다.

유난히 느긋하게 맞이하는 봄이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꽃세상에 머뭇거림이나 주저함이 아닌 느긋하게 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때문이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도 꽃 보는 마음과 닮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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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염하고 가녀린 미인, 살구꽃

五更燈燭照殘粧 오경등촉조잔장

欲話別離先斷腸 욕화별리선단장

落月半庭推戶出 낙월반정추호월

杏花疎影滿衣裳 행화소영만의상

오경의 등불은 남은 화장 비추고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어진다.

반 뜰 지는 달에 문 밀고 나서자니

살구꽃 성근 그림자 옷 위로 가득해라.

고려사람 정포鄭誧의 시 '별정인別情人'이란 시다. 어느 으슥한 곳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어 거기로 가끔 가서 놀았다. 때로 밤을 새우는 일도 있었다. 하루는 밤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새벽에 사랑하는 여인과 작별하고 돌아오려 할 때, 그 순간의 광경을 그려낸 것이다. 살구꽃에 얽힌 로맨스를 담았다.

"살구꽃이 비록 곱고 어여쁜 것은 복사꽃만 못하고, 밝고 화려하기로는 해당화에 못 미치며, 아름다운 것은 장미에 미치지 못하나, 요염한 것은 도화 해당 장미가 또한 행화에 한 걸음 양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살구꽃에 대한 묘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다. 매년 때가 되면 살구나무를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족한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볼 여유로움이 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최근 내가 사는 마을 한쪽에 있던 살구나무가 사라졌다. 이사온 사람이 집을 새로 지으면서 잘려나간 것이다. 어찌나 아쉽던지 그쪽 방향으로 출입하는 것을 피할 정도였다.

살구나무는 친근한 나무다. 마을마다 여러그루가 있어 살구가 익을 무렵이면 나무 아래에서 서성이며 살구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어린시절 추억이 있다.

꽃도 이쁘고 열매에 대한 추억도 있기에 들고나는 대문 가에 살구나무를 심었다. 올해는 꽃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해를 더 기다려야하나 보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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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한 구경거리, 수선화水仙花

鼓翼鷄鳴第一聲 고익계명제일성
明星晢晢月西傾 명성절절월서경
水仙枕畔如相狎 수선침반여상압
芳潔令人夢不成 방결령인몽불성

나래 쳐 닭이 울어 첫 홰 소리 들릴 적에
샛별은 반짝반짝 저 달도 기울었네.
수선화 베게 머리 가까이 친하다면
깨끗하고 아리따워 꿈조차 못 이루리.

자하 신위의 시 수선화다. 이 꽃을 보려고 제주도를 방문한 지난해 2월 말에는 한창이던 수선화가 올해 3월 중순엔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와 함께 연상되는 제주도의 꽃이다. 추사는 늦은 나이에 제주 유배생활이 10년이었다. 그때 이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수선화는 과연 천하에 큰 구경거리더군요. 중국의 강남 지역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주도에는 모든 마을마다 조그만 남는 땅만 있으면 이 수선화를 심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수선화는 온통 노랑색의 수선화가 아니다.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 부르는 수선화로 모양이 하얀 옥대 위에 올려진 황금빛 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사가 유배생활하던 제주도에는 "수선화가 하도 흔하다 보니, 제주도 사람들은 이 꽃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쇠풀이나 말꼴로 베어내고, 아무리 베어내도 보리밭 같은 데서 다시 돋아나기 때문에 시골 아이들과 농부들은 수선화를 원수처럼 여긴다고 하였다."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알뿌리를 얻어다 내 뜰에도 가꾸고자 한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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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진달래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검은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 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 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4월은 진달래와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박노해 시인의 시 '진달래'다. 진달래 피는 4월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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