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풀
높은 산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오르는 곳이 몇 곳 있다. 남덕유산,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이 그곳이다. 높은 곳의 날씨는 변화가 심하여 안개가 끼거나 비를 만날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그곳에만 피는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송이풀 역시 그런 곳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송이풀은 꽃이 핀 듯 안 핀 듯 옆으로 비틀리며 줄기 끝에 송이를 이루기 때문에 송이풀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모양새와 잘 어울리는 이름인듯 싶다.

붉은 기운이 도는 꽃이 핀듯 안핀듯 줄기 끝에 모여 있다. 또하나 특징직인 것이 길쭉한 잎인데 규칙적으로 결각이 있어 꽃만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비교적 흔하게 보이는 이 꽃을 지난해와 올해는 금강초롱을 보러간 화악산에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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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나리
10여 년 전 불갑사 가는 길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길을 가다 이 꽃을 처음 만난날 우뚝 선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세상에 같은 꽃 하나도 없지만 어찌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한동안 널 다시 보기 위해 숲을 다니면서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눈맞춤 했다. 무더운 여름을 건너 숲 속 그늘진 곳에서 곱게도 피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뒷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이기에 더 반갑다.

뻐꾹나리는 이름이 특이하다. 모양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색도 특이하다. 이 색이 여름철새인 뻐꾸기의 앞가슴 쪽 무늬와 닮았다고 해서 뻐꾹나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 붙인 이의 속내가 궁금하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못할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원히 당신의 것'이라는 꽃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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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비녀 꽂은 여인의 아름다움

玉簪花 옥잠화

麻姑群玉山頭見 마고군옥산두견

天女瑤臺月下遊 천녀요대월하유

舞罷霓裳雲錦亂 무파예상운금란

歸來醉墮不曾牧 귀래취타불증목

옥잠화

군옥산 꼭대기에서 마고를 보고

천상 선녀가 요대의 달빛 아래 노닐었네.

예상의 춤이 끝나고 구름비단 어지러웠는데

돌아올 때 취하여 떨어진 것을 수습하지 못하였네.

-이개(동문선) 권22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다섯 번째로 등장하는 이개(李塏, 1417~1456)의 시 "玉簪花 옥잠화"다.

옥잠화는 꽃봉오리가 마치 옥비녀(玉簪)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잎과 꽃이 아름다워 주로 원예용으로 재배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활짝 핀 모습을 보기 힘든데 저녁에 피어 아침에 시들기 때문이다. 은근하게 번지는 향기가 좋다.

이개의 시는 "선녀의 비녀처럼 생긴 옥잠화가 이 세상에 생겨난 유래를 설명한" 이백의 시 <청평조사 淸平調詞>의 "군옥산 꼭대기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요대의 달빛 아래에서 만난 것이 분명하네"라는 구절을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성산문의 시 옥잠화 "뛰어나게 예쁜 모습 아름다우니, 누구를 위하여 곱게 단장하는가? 나 또한 강심장을 가지고 있는데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녹아 버리네 嫣然傾國色 膏沐爲誰容 我亦剛腸者 看來意已融"

정조의 시 옥잠화 "내가 이것을 미인에게 주고 싶어, 아득히 서방을 바라보네 我欲贈美人 迢迢望西方"

이처럼 옛사람들이 여인의 비녀처럼 생긴 꽃 모양새에 주목하여 옥잠화를 읊은 시가 제법 많다고 한다.

옥잠화의 꽃이 핀 모습 보다 꽃 몽우리 상태의 모습을 더 좋아한다. 특히 비 맞은 후 물방울이 맺힌 옥잠화는 모든 말을 잠재울 만한 멋을 지녔다. 내 뜰에도 옥잠화가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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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자세히 보아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숨도 죽일만큼 가만가만 눈맞춤할 일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 어찌 너 뿐이겠느냐마는 널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순백에 연분홍으로 점까지 찍어두었기에 마음 설레기에 충분하다.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달린다. 이게 무슨 꽃인가 싶은데 매력 덩어리다. 순박한 누이를 닮은듯 하면서도 때론 아주 고고함으로 당당하다.

고만이라고도 한다. 곡식을 키워야하는 논밭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은 널 보는 농부의 마음에서 이제는 제발 고만 나와라는 하소연에서 붙여진 이름이 고마리라 전해지기도 한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달밤에 빛나는 메밀밭을 닮아서 쌩뚱맞게도 피곤한 밤길을 걸었던 이효석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도 하다. '꿀의 원천' 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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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가늠할 수 없는 거리 ​

가까운 것 같아도

사실, 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겠습니까.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겠습니까.

가늠할 수 없는 그 거리,

그대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오늘은 아픔이기도 합니다.

나는 왜 그리운 것,

갖고픈 것을 멀리 두어야만 하는지...

*이정하 시인의 시 '가늠할 수 없는 거리'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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