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무게가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하려는지 화사한 꽃을 피웠다. 나무 품에 들었던 이들이 다 떠난 빈 집일지라도 나무는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다. 발이 묶여서라기 보다는 겹으로 쌓아온 시간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 이해한다.

꽃그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마음에도 매년 같은 꽃을 피우겠지.

살구나무의 시간이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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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봄 숲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해질 무렵 숲에서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햇볕 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이른 봄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함도 느껴진다. 숲 속에서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7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올해는 흰색으로 피는 얼레지가 풍년인가 보다. 이곳에선 때를 놓쳐 보지 못했다. 매년 보던 곳은 건너 뛰고 새로운 곳에서 벗들과 함께 봤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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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의 그 간절함이

4년 동안 굳건하게 지켜지길 바란다.

홀로 당당하게 선 듯 보이지만

그 배경을 지킨 무슨한 마음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오늘의 그 영광이 있다는 것.

산자고가 당당해 보이는 것은

배경이 된 깽깽이풀의 힘이다.

그곳이 우리가 서로 만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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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현호색
반가운 벗들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꽃을 피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중에 주목하는 것들은 모두 꽃이다. 그중에서도 벗이 가꾸는 소중한 공간에서 만나는 꽃은 더없이 반갑다.

좀현호색이라고 했다. 아직은 이른 봄 숲에서 봄의 노래를 부르는 듯 새를 닮은 모습이 정겨운 현호색인데 이름 앞에 좀자를 붙였으니 현호색 보다는 더 작다는 것일까? 그것이 그것 같은 수많은 현호색 중에서 내 식물 사전에 하나를 추가 했다.

노래하는 새를 연상케하는 앙증맞은 모습에 주목받는다. 줄기 끝에 2~3개의 꽃을 피우며 약한 줄기로인해 곧추서는 것이 어렵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에만 분포하며 양지바른 풀밭에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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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긴 꽃대를 올렸다. 독특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다.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 만큼이나 이쁘다. 풍성해지는 잎이 있어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하나다.

꽃술이 진한 자주색과 노랑꽃술의 깽깽이풀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준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다른 분위기로 인해 둘다 많이 편애하는 야생화다.

특유의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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