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콩'
보랏빛 날개를 단 앙증맞도록 작은 새 무리가 숲 속으로 날아갈듯 고개를 든다. 제각기 날아갈 방향을 정해 두었는지 조금의 미동도 없다. 숨죽이고 가만히 살피는데 아차 나무가지를 건드리고 말았다. 날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콩은 산 가장자리나 들의 햇볕이 잘 들어오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전체에 밑을 향한 퍼진 털이 난다. 줄기는 덩굴지어 자라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모르나 내 뜰에 제법 보인다. 라일락, 사과나무, 수국 등에 감고 올라가 꽃을 피우고 있다. 실처럼 가는 줄기가 질기다.


새콩은 콩이 작다거나, 볼품없다거나, 거칠어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는 형용명사 '새'와 합성된 명칭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콩과의 꽃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인 새콩은 '반드시 오고야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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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人賦嶺花 위인부령화

毋將一紅字 무장일홍자
泛稱滿眼華 범칭만안화
華鬚有多少 화수유다소
細心一看過 세심일간과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북학의'를 지은 박제가朴齊家가 사람들에게 세상 온갖 꽃을 '홍紅'이라는 한 글자와 '붉다'는 한마디 말로 가두지 말라는 뜻을 담은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라는 시다.

지난 해에 본 꽃을 일부러 찾아서 올해도 또 본다. 어제 본 꽃을 오늘도 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일도 보고자 한다. 처음 볼 때와 나중 볼 때가 다르고 여러번 봐도 볼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이 보인다.

어디 꽃 뿐이겠는가. 사람도 이와 같아서 꽃 피어 지고 열매 맺는 사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는 사이를 두고서 비로소 가까워 진다.

늘 꽃을 보러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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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
-최필조, 알파미디어

조심스럽게 펼친다. 받자마자 손에든 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큰 마음 먹은 사람처럼 첫장을 넘긴다. 사진 에세이라 사진부터 보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지만 사진과 함께 들판을 건너는 바람처럼 함께 있는 온기 넘치는 글맛에 보고 또 보는 사진이다.

"한때 나는 스스로 관람자가 되었다는 착각으로 유랑하듯 세상을 떠돈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결코 구경꾼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름의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좀 많은 시간이 걸릴듯하다. 사진에 한번, 글에 또 한번, 그리고 글과 사진이 어우러져 만든 감정에 붙잡혀 제법 오랜 시간동안 이 책과 함께할 것 같다. 그 시간동안 내내 훈풍으로 따스해질 가슴을 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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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 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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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한다는 것'
빛이 따스함으로 온 몸을 감싸듯 그렇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마음의 무게 중심은 상대에게 가 있다. 염려한다는 것은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함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상대의 처한 상황의 변화를 시도한다.

아침을 여는 햇살이 꽃잎을 부드럽게 감싸며 그 꽃의 심장을 두드린다. 햇살에 기대어 깨어난 꽃은 비로소 살아갈 사명을 위해 햇살과 눈을 맞춘다. 이렇게 눈을 마주하는 교감이 일어날때 염려하는 마음은 온전한 제 사명을 다할 수 있다.

염려한다는 것은 꽃의 심장을 두드려 깨우는 햇살의 작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달을, 음악을, 꽃을, 노을을, 하늘을 빌려 전하는 염려의 마음이 상대에게 닿아 교감이 일어난다. 깊은 눈 속에 환한 미소로 피어나는 순간이 그것이다. 염려하는 마음이 대상과 교감을 일으켜 기적을 만든 때이다.

하여, 산 너머 전하는 나의 염려가 그대 가슴에 닿아 온전히 밝고 환한 미소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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