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만한 뜰을 거닐며 지난밤의 흔적을 밟는다. 발길에 채이는 이슬을 털고 옹기종기 피어난 물매화와 눈맞춤이 정답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을 때다"
*정호승의 시 '거미줄'의 일부다.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하지만 기다림은 침묵이나 멈춤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날 거리를 밝혔던 무수한 촛불로 인해 몸과 마음에 각인되었기에 충분히 안다.
느긋한 아침이 가볍지 못하는 이유가 밤을 길게 돌아서 온 시간 때문이 아니다. 주목 받고 있는 한 젊은이의 차분하고 결기 있는 목소리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탓이 더 크다.
아름다울 날, 진실이 우뚝 서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