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아니고서는 -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에 관하여
김민아 지음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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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노래

때가 되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계절이 바뀌거나 날씨가 변하거나 특정한 장소를 지날 때도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어 위안이 되고 즐거움을 나누게 되며 슬픔을 놓아버리게도 된다. 음악이 아니고서는 적절한 이유를 댈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동안을 건너며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다.

 

“기를 쓰고 배운 것들은 어디론가 흩어져버렸지만 음악만은 늘 곁에 남아 볼품없는 나를 안아줬다. 그런 음악이 고마워서 이 책을 썼다.”

 

김민아의 책 “음악이 아니고서는”에는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에 관하여”라는 부제라 붙어 있다. 독자들이 어디에 주목하는지는 독자들마다 다르지만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 앞에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싶은 공감으로 들었던 책이다.

 

여기에는 30 곡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대부분 익히 아는 노래들이다. 나나 시몬, 김민기, 정밀아, 콜드플레이, 정태춘, 조용필, 이소라, 이은하, 한영애, 자우림, 윤상 등의 노래들에 관한 저자의 단상이 음악처럼 흐르고 있다. 지극히 사소한 개인사도 있고 시대를 건너오면서 담론을 형성했던 묵직한 이야기도 있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것으로 노래가 있고 그것을 공유하는 마음들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누군가에게는 특정한 노래가 특정한 감정과 만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간다. 그 노래들로 인해 훨씬 풍부해진 감정으로 충만한 시간을 누려온 이들이면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들이다.

 

일주일에 한번 악기가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적당히 나이 든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 사뭇 진지한 시간을 보낸다. 누구하나 특출난 사람은 없지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누린다. 자그마한 악기에서 나오는 장쾌한 소리에 매료된 사람들의 모습이 악기가 들려주는 리듬에 마음을 맡기고 있다. 우리 악기 피리다.

 

내 마음의 상태를 무엇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을 때 적절한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서 들었던 악기가 피리다. 이 악기를 핑게 삼아 노래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중심에 노래기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으로 음악이 아니고서는”에 공감한다면 만나 봐도 충분히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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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도 녹아내리는 겨울 숲속, 언 땅을 뚫고 막 올라온 새순이다. 여리디여린 생명의 기특함을 어루만지는 볕의 손길에 온기가 가득하다.

초록이 빛을 만나니 서로 마주하는 경계에서 생명의 찬란함이 가득하다. 경계에서 만나 온기를 나누며 서로를 빛나게 하는 자연의 기운을 닮고자 애써 겨울 숲으로 간다.

서로를 품는 볕과 새순의 어울림만으로도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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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구아납매)
꽃이 귀한 때, 귀한 꽃을 만난다. 섬진강 매화를 시작으로 복수초에 이어 이번엔 납매다. 예년에 비해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꽃소식을 접하고 있다.

납매는 섣달(납월)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피는 꽃은 고운 빛만큼 향기도 좋다.

뜰에도 이 열망을 담아 묘목을 들여와 심은지 여섯해가 지났지만 다른 곳에 비해 꽃 피는 시기가 늦다. 꽃을 품고 망울을 키워가는 동안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한다.

​납매도 종류가 제법 다양한가 보다. 우선은 꽃 속이 붉은 색을 띠는 이것과 안과 밖이 같은 색으로 피는 소심이라는 두 품종을 확인 했다.

​새해 꽃시즌의 시작을 열개해준 납매의 향기를 품었다. 올해도 꽃마음과 함께하는 일상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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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빛나는건ᆢ'

사이를 두고 마주봄이다.

겨울을 건너오는 복수초가 불을 밝혔다. 자신을 키워준 숲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키워온 꿈이다. 산마루를 넘어가는 햇살에 몸을 맡기고서 태연자약이다. 자신의 미래 역시 숲의 의지에 맡긴다는 것이리라.

빛난다는 것은 자신을 빛내줄 존재와 마주서는 일이다. 그러기에 몸과 마음에 내재한 자신만의 빛을 오롯히 발휘할 수 있도록 빛과 그림자가 되어주는 존재와의 마주봄은 내가 살아가야할 삶의 또다른 이유이며 가치다.

더불어 빛나는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당신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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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매화로 시작한 탐매행이다. 포근한 날이 이어지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꽃 피었다는 소식이 기쁜 것은 꽃 보는 자리에 함께할 벗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친교의 매화'다. 꽃 피니 벗부터 생각나고 그 향기를 나누고 싶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折梅逢驛使 절매봉사역

寄興嶺頭人 기흥농두인

江南無所有 강남무소유

聊贈一枝春 요증일지춘

매화 가지를 꺾다가 마침 인편을 만났소.

한 다발 묶어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육개陸凱와 범엽范曄이 꽃 한가지를 통해 나눈 우정이 매향梅香처럼 고매하다. 육개는 멀고도 먼 강남에서 매화 한 다발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꽃이 가는 도중 시든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범엽이 꽃을 받을 때쯤이면 이미 여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지 못한 벗들에 대한 아쉬움을 유독 크다. 봄이 도착하기 전 만남을 기약하기에 그 아쉬움을 다독이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남는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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