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벗을 얻을 수 있다면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 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나오는 글이다.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에서 이글에 언급한 벗의 예를 다음의 경우로 이야기 한다.

"김시습의 매화와 달, 성수침의 소나무, 허난설헌의 난초와 눈, 최북의 붓, 정약용의 차, 정철조의 돌, 이긍익의 명아주 지팡이, 유금의 기하학, 서유구의 단풍나무, 김정호의 산, 이규보의 거문고와 시와 술, 허균의 이무기, 박제가의 굴원의 초사, 이덕무의 귤과 해오라기와 매화"

*대부분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다. 어찌 사람 사이 벗의 이야기를 하면서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과 같은 예를 찾지 않은 것일까. 나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 사귐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해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떤이의 벗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애기나팔꽃'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가의 몸짓이 이럴까. 뽀얀 살결에 갓 단내를 벗어 서툰 몸짓으로 세상을 향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길가 풀숲에서 눈맞춤하는 시간이 제법 길어도 발걸음을 옮길 마음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작고 앙증맞지만 해를 향해 당당하게 웃는 미소가 으뜸이다.


꽃은 7~10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1-3개가 달린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덩굴성이고 다른 식물을 감거나 땅 위로 뻗으며 전체에 흰색 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풋사랑', '기쁜소식', '애교' 등 여러가지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이 책 있어? 늦은시간 집에 온 아이가 묻는다. 읽으려고 사놓고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던 책이라 선듯 먼저 읽으라고 했다.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여행의 이유'는 작가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이다."

작가와 여행이라는 주제에 끌려 손에 든 책이다. 이제서야 펼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박'
여리디 여린 것이 다른 것에 의지해 무성하게 번진다. 꽃의 크기가 곧 열매 크기를 결정하는지 크기가 비슷하다. 앙증맞은 것이 손에 쥐고 심심풀이 장난감 삼아도 좋겠다.


애달아 하지 않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속삭여주는 듯 때가 되니 꽃과 열매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이렇듯 식물은 내게 벗이자 스승이다.


'새박'은 강뚝이나 물가의 풀밭에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가늘고 길다. 잎은 어긋나며, 덩굴손이 마주난다.


들이지 않았는데도 뜰에 들어와 사과나무에 별처럼 꽃을 피우더니 많은 열매를 맺었다.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는 금방 끊어질듯 보이지만 여간 질긴게 아니다. 다 살아가는 힘은 스스로 갖고 태어나는 것을 다시 알게 된다.


'새알처럼 생긴 박'이라는 뜻에서 새박이라 부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純白之雲 순백의 구름

靑天中 一片純白之雲 分明是李炯菴知心

맑은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 순백의 구름으로
형암炯菴 이덕무의 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으리.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이목구심서 2'에 나오는 글이다. 이글에 '문장의 온도'에서 한정주는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라는 시각으로 이덕무의 글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기적인 욕심에 대해 말하면 기운이 빠지고, 산림에 대해 말하면 정신이 맑아지며, 문장에 대해 말하면 마음이 즐겁고, 학문에 대해 말하면 뜻이 가지런해졌다. 깨끗한 매미와 향긋한 귤을 취해 뜻을 세우고, 고요하고 담백하게 살았다. 이덕무가 '자언自言'에 새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이다. 순백의 구름과 닮은 삶이다."

*파아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달을 벗삼아 키다리 나무 위를 서성인다. 하늘과 구름, 달이나 나무 어느것 하나 제가 옳다 주장하지 않고 제 각각 스스로의 위치에서 머물 뿐이다. 나무와 구름이 하늘을 바탕 삼아 희고 푸른 색으로 드러남이 자연스럽다.

그 자연스러움에 스스로를 비추어 나아가고 머무를 때와 장소를 정한다. 그 방향은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아니하고 제대로 온전한, 순연純然함을 따를 뿐이다.

달이 어디있냐고 묻지마라. 
본 이의 마음은 이미 환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