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짙은 녹음으로 물든 숲이 한순간 환해지는가 싶더니 여기저기 나비가 날아다닌다. 바람결따라 나풀거리던 나비는 어느사이 꽃과 하나되어 다시 꽃으로 핀다. 그 꽃을 보기 위함이 숲을 찾는다.
혼자 피어도 그 고고한 기품은 살아있고 무리지어 피어도 그 가치가 줄지 않는다. 꽃무리 속에 서면 나도 한마리 나비가 되는듯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산골짜기나 돌무더기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수국을 닮았는데 산에 난다고 산수국이다. 꽃이 좋아 묘목을 들여와 뜰에서 키운지 몇해가 지났다.
산수국은 헛꽃을 뒤집어 수정이 끝났다는것을 알려주는 신기한 녀석이다. 인동덩굴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거나 찔레꽃의 꽃술의 색이 변하는 것과 닮아 있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과, 헛꽃이 진짜 꽃보다 화려하여 매개체를 유혹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