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짙은 녹음으로 물든 숲이 한순간 환해지는가 싶더니 여기저기 나비가 날아다닌다. 바람결따라 나풀거리던 나비는 어느사이 꽃과 하나되어 다시 꽃으로 핀다. 그 꽃을 보기 위함이 숲을 찾는다.

혼자 피어도 그 고고한 기품은 살아있고 무리지어 피어도 그 가치가 줄지 않는다. 꽃무리 속에 서면 나도 한마리 나비가 되는듯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산골짜기나 돌무더기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수국을 닮았는데 산에 난다고 산수국이다. 꽃이 좋아 묘목을 들여와 뜰에서 키운지 몇해가 지났다.

산수국은 헛꽃을 뒤집어 수정이 끝났다는것을 알려주는 신기한 녀석이다. 인동덩굴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거나 찔레꽃의 꽃술의 색이 변하는 것과 닮아 있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과, 헛꽃이 진짜 꽃보다 화려하여 매개체를 유혹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 것인지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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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붉은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당당하게 하늘을 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더 붉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늘 그렇게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 부끄러움 알기에 깊게 갈라진 꽃잎에 살포시 점하나 찍어두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황적색으로 원줄기 끝과 바로 그 옆의 곁가지 끝에서 1~3송이씩 하늘을 향해 달려 핀다. '말나리'와 다르게 꽃은 하늘을 향하고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크게 돌려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 의하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돌려나는 잎을 가진 나리가 '하늘말나리'다.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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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리
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당연코 나리꽃들이다. 내리쬐는 태양의 기운을 닮아 강렬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구분되는 나리꽃들이다.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로 잎의 모양에 따라 말나리 등으로 다시 이를 서로 조합하여 부른다. 이 나리꽃들 중에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 중나리나 하늘나리 등이다.

하늘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줄기 끝부분에서 위를 향해 핀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지 못했던 꽃들을 이렇게 만나서 목록에 추가한다. '변치않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처럼 주목받기에 충분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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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망태버섯
비오는 날 숲길을 헤치며 내려오다가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후로 몇번이고 찾아나섰지만 보지 못하다가 가까운 대밭에서 몇해 동안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그곳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돋보이는 노랑색에 새끼나 갈대 등으로 엮은 망태을 닮은 드레스를 펼친듯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성장 과정은 두어시간이면 완성되고 하루만에 사그라진다.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순간을 함께 했다.

올해는 먼 곳으로 길을 나선 곳에서 만났다. 마을로 통하는 길가 소나무 아래에 제법 많은 흔적이 있던데 그날은 따로 떨어진 두 곳에서 피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무더운 여름이라야 볼 수 있는 선물같은 노랑망태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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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리
남덕유산(1507m)을 오르게 했던 꽃을 주로 가야산(1430m)에서 보다가 이번에는 멀리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 어디쯤에 가서 만났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핀 꽃이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내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중년의 수줍음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마음이 일어나고 기회가 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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