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섣달인데도 꽃마음을 품고 사는 이들의 마음은 부산하다. 언 땅을 뚫고 올라와 기지개를 켜는 꽃과의 눈맞춤을 조금이라도 빨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긴 시간 꽃을 보지 못했던 몸과 마음이 들쑤시는 탓이리라. 그 마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전히 겨울인 숲에는 서둘러 노오랗게 불을 밝힌 꽃이 있다.

눈과 얼음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어 '눈색이꽃', '얼음새꽃',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설연’이라고도 부른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며 산들꽃들을 만나는 기대감이 앞선다. 나무에서는 이미 12월에 납매와 매화가 피었고 땅에서는 복수초가 피어 꽃을 보려는 사람들을 불러내고 있다. 곧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가 그 선두에 서서 봄꽃의 행렬을 이끌 것이다.

꽃을 봤으니 꽃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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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3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아름답네요. 지난해 봄에 꽃을 피운 복수초 화분이 분갈이를 하지 않아서인지 지금까지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질 않네요.ㅠㅠ 늘 야생화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복많이 받으세요.

무진無盡 2024-01-23 18:22   좋아요 0 | URL
복수초는 다년생이라 죽지 않았다면 봄에 그 자리에서 다시 꽃대가 올라올 것입니다.

호시우행 2024-01-24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쁜 답글입니다.
 

蟾江春約 섬강춘약

南國佳期逐日還 남국가기축일환

有誰菅領好江山 유수관령호강산

五龍臺古碧蘿裏 오룡대고벽라이

孤鶩島遙殘照墾 고목도요잔조간

一字詩安吟點首 일자시안음점수

三杯神快笑開顔 삼배신쾌소개안

須臾歲月滄桑改 수유세월창상개

此世無多此會閒 배세무다차회한

섬진강의 봄 약속

남쪽의 좋은 약속 그날따라 들어오니

누가 있어 이 좋은 강산을 차지하느냐

오룡대는 오래되어 푸른덩굴 속에 있고

외로운 목도는 석양 사이에 있네

시 한 자 적어 읊으며 머리 끄덕이니

술 석 잔에 상쾌해져 온 얼굴에 웃음이라

잠깐 만에 세월은 상전벽해로 변했으니

세상에 이런 한가한 모임 많지 않으리

*안희제(安熙濟, 1885~1943)의 시다. 경남 의령 출신으로 대동청년당(大東靑年黨)을 조직하여 항일운동을 하였다.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다. 섬진강 따라 깊숙히 들어온 바다의 온기가 매화를 깨워 이른 꽃을 피우는 곳이다. 한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행하는 마음으로 혼자라도 좋고 벗이 있으면 동행하고 원근의 벗들이 찾아오면 무리지어서라도 빼놓지 않는다.

꽃놀이 여정의 시작을 매화로 하는 특별한 이유를 열거하자면 열손가락도 부족하지만 굳이 물을 까닭이 필요할까. 굳은 약속이라도 한듯 때가 되면 궁금하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날을 정하게 된다. 올해는 진주와 울진에 사는 벗하고 함께 찾았다.

蟾江春約 섬강춘약

함께하지 못한 벗들에게 소학정 매화 향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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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덜어낸 흰구름은 산을 감싸고
차분히도 마냥 내리는 비는 땅을 적신다

비도 땅도
봄 마냥 온기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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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동행

많지 않은날이 오래인것 같고 오래인 날이
순간인것 같아 나를 눈물이게 하는사람
소식없이 만나지 않아도 순한 목숨으로
언제나 동행인 사람
많은날 많은 생각으로 괴로워도 고난에
약해지지 않고 다시 아침으로 일어서게 하는 사람

*김초혜 시인의 시 '동행'이다. 추운 겨울을 건너게 하는 힘 또한 동행이 있어 가능하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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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ᆢ이 햇살은 어쩌라고

때를 잃은 볕이 전하는 마음이 뜨겁다. 겨울임은 아애 잊으라는듯 과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복수초는 이미 나왔고 납매에 풍년화도 피었다고 하니 앞산 골짜기를 지키는 길마가지는 순하디 순한 꽃색을 보일 것이다. 스스로 금족령을 내린 그곳 노루귀도 낙엽을 들추고 고개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소 과한 볕은 돌아오는 봄 아마도 온나라를 들썩일 쭉쟁이들의 몸부림 잔치를 보기 싫어 풀이며 나무에게 서둘러 꽃을 피우게하는지도 모른다.

남으로 난 벽에 기대어 광합성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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