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매(구아납매)
꽃이 귀한 때, 귀한 꽃을 만난다. 섬진강 매화를 시작으로 복수초에 이어 이번엔 납매다. 예년에 비해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꽃소식을 접하고 있다.

납매는 섣달(납월)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피는 꽃은 고운 빛만큼 향기도 좋다.

뜰에도 이 열망을 담아 묘목을 들여와 심은지 여섯해가 지났지만 다른 곳에 비해 꽃 피는 시기가 늦다. 꽃을 품고 망울을 키워가는 동안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한다.

​납매도 종류가 제법 다양한가 보다. 우선은 꽃 속이 붉은 색을 띠는 이것과 안과 밖이 같은 색으로 피는 소심이라는 두 품종을 확인 했다.

​새해 꽃시즌의 시작을 열개해준 납매의 향기를 품었다. 올해도 꽃마음과 함께하는 일상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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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빛나는건ᆢ'

사이를 두고 마주봄이다.

겨울을 건너오는 복수초가 불을 밝혔다. 자신을 키워준 숲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키워온 꿈이다. 산마루를 넘어가는 햇살에 몸을 맡기고서 태연자약이다. 자신의 미래 역시 숲의 의지에 맡긴다는 것이리라.

빛난다는 것은 자신을 빛내줄 존재와 마주서는 일이다. 그러기에 몸과 마음에 내재한 자신만의 빛을 오롯히 발휘할 수 있도록 빛과 그림자가 되어주는 존재와의 마주봄은 내가 살아가야할 삶의 또다른 이유이며 가치다.

더불어 빛나는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당신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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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매화로 시작한 탐매행이다. 포근한 날이 이어지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꽃 피었다는 소식이 기쁜 것은 꽃 보는 자리에 함께할 벗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친교의 매화'다. 꽃 피니 벗부터 생각나고 그 향기를 나누고 싶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折梅逢驛使 절매봉사역

寄興嶺頭人 기흥농두인

江南無所有 강남무소유

聊贈一枝春 요증일지춘

매화 가지를 꺾다가 마침 인편을 만났소.

한 다발 묶어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육개陸凱와 범엽范曄이 꽃 한가지를 통해 나눈 우정이 매향梅香처럼 고매하다. 육개는 멀고도 먼 강남에서 매화 한 다발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꽃이 가는 도중 시든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범엽이 꽃을 받을 때쯤이면 이미 여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지 못한 벗들에 대한 아쉬움을 유독 크다. 봄이 도착하기 전 만남을 기약하기에 그 아쉬움을 다독이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남는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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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세월

그대가 존재하는 까닭은 오래되었다

나의 어디에나 그대는 있다

오래되어 쓰지 못하는 만년필에도 있고

쓰임새가 없어 버려진 손수건에도 있고

책갈피에 넣어둔 냉이꽃에도 있다

그대와 일상언어로 주고받던 웃음에도 있고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에도 있고

싹트는 소리가 들리는 봄밤에도 있다

달그림자에 꽃그늘이 아름다운 밤에도 있고

눈이 내려 쌓이는 밤에도 있고

한밤중 잠들어도 그대는 온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의식없는 의식 속에도

그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대와 내가 없다면

해가 진들

달이 뜬들

무슨 소용이랴

*김초혜 시인의 시 '세월'이다.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쌓였다. 그 모든 시간이 그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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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눈이다.

잘 마른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잠시 망설인다.

발자국 내기가 주저해지는 이유는 이 순결한 순간을 더 오랫동안 담아두기 위함일 것이다.

드르르르륵~

사정을 두지않는 밀대보다는

쓰윽~ 싹~ 쓰윽~ 싹~

잘 마른 대나무 빗자루의 경쾌한 리듬이 좋다.

앞집 보다

서둘러 시작한 하루가

뿌듯하다.

반가운 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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