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딱취'
매화 피어 봄을 알리듯이 꽃 피어 계절의 흐름을 알게하는 식물들이 많다. 이른 봄부터 꽃을 찾아 산과 들로 꽃놀이하던 꽃쟁이들이 한해 꽃놀이의 마지막이나 마찬가지인 발걸음을 부르는 꽃이 있다. 이 꽃 피었다 지는 것을 신호로 긴 휴면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들 한다.


여리디여린 줄기를 쑤욱 올려서 그 끝에 하얀색의 꽃을 피운다. 세개의 꽃잎이 모여 피어 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작아서 지나치기 쉽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눈에 잘 보인다. 붉은 색을 띤 세개의 수꽃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좀'이라는 의미는 '작다'에 있을 것으로 '취'는 나물로 쓰였다는 것을 이해한다. 줄기 아랫쪽에 돌려나는 여러장의 자잘한 잎이 있다. 좀딱취는 화피가 벌어지지 않고 꽃봉오리인 채로 자가수분과 자가수정에 의해 결실하는 폐쇄화가 많아 여러 개체들이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한다.


올해는 한곳에서 혼자서 한번 꽃쟁이 벗들과 한번 그렇게 두번의 눈맞춤을 했다. 처음 본다는 벗들에게 다행히도 풍성하게 핀 것도 볼 수 있었으니 행운이 따른듯 하다. 여리면서도 강인한 인상으로 다가온 좀딱취의 꽃말은 '세심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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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딱취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정작 보고 싶은 것은 멀리두고 애둘러 갔던 대숲이다. 아껴두고 오래보고 싶은 간절함이 본 바탕이지만 마주하는 순간까지 누릴 수 있는 묘한 설레이는 기분을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더딘 발걸음을 샛길로 이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크는 소나무와 그 곁에서 키재기하듯 자라는 맹종죽이 어우러진 숲은 샛길로 들어섰다는 생각을 잊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을 감춰두고 있다. 

시원스럽게 뻗어 올라간 대나무의 리듬을 게슴츠레한 눈길로 쫒아가면서도 살결을 만지던 손이 톡톡 두둘겨 소리까지 탐한다. 그것도 모자라 얼굴보다 더 큰 몸통에 바짝 귀를 대고 숨소리까지 엿듣는다.

먹이를 잡기 위해 몸의 언어로 걸쳐놓은 그물에 무엇이 걸릴지 알지 못하듯 애둘러 가던 더딘 걸음이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마음의 소리에 쭞겨 옮기던 발걸음이 다시 붙잡혔다.

촘촘한 대숲을 파고드는 빛이 거미줄에 걸렸다. 걸린 빛이야 주인이 집을 비웠으니 민망할 것도 없지만 대상을 보기 위해 애둘러가던 발걸음이 대숲에 붙잡혔으니 무색하긴 피차일반이다. 보는 이도 없지만 쑥스럽게 웃으며 대밭을 벗어난다.

좀딱취에 대한 설렘을 충분히 누렸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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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벚나무'
어느 가을날 남쪽 바닷가 마을 벚나무 가로수가 꽃을 피웠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상 기온의 영향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꽃만 보고 말았다. 최근 가을에 피는 벚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연찮게 만났다.


꽃도 시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다. 무르익어 가는 봄에 흩날리는 벚꽃잎 속을 걸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가을이 주는 감성과 부조화라는 것이 어쩜 벚꽃은 봄에 피어야한다는 갇힌 생각 탓은 아닌지 돌아본다.


'춘추벚나무'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버젓이 올라있다. 그것도 종류가 네 가지나 된다. 꽃만보고 이번에 만난 춘추벚나무가 어떤 종류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할머니 : 와~ 이 가을에 벚꽃이 피었네?
할아버지 : 응~
이 나무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추벚꽃이야~
할머니 : 오~ 그래요?
당신 멋지다. 어떻게 그런걸 알아요?


꽃 핀 벚나무 아래서 나이 지긋하신 부부의 대화가 재미있다. 그 나무 아래 표지판에는 '춘'이라는 앞 글자가 지워진 채 있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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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보서百花譜序
사람이 벽癖이 없으면 그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 벽이란 글자는 질병과 치우침으로 구성되어, “편벽된 병을 앓는다”는 의미가 된다. 벽이 편벽된 병을 뜻하지만, 고독하게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전문기예를 익히는 것은 오직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김군이 화원을 만들었다. 김군은 꽃을 주시한 채 하루 종일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꽃 아래에 자리를 마련하여 누운 채 꼼짝도 않고, 손님이 와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런 김군을 보고 미친 놈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웃음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기고 생기가 싹 가시게 되리라.

*북학의를 쓴 초정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쓴 백화보서百花譜序의 일부다. 독특한 시각에서 남과는 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봐 주는 것이 글쓴이의 심성을 짐작케 한다. '꽃에 미친 김군' 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김군은 규장각 서리를 지낸 김덕형으로 본다.

무려 다섯 번의 청을 넣었다. 지난해 초겨울 우연히 방문한 산골에서 물매화 핀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해를 기약했다. 꽃피면 소식 달라고 했으나 마음이 급한 건 언제나 청을 넣은 사람 쪽이다. 가을이 되어서도 오지 않은 꽃피었다는 소식은 몸도 마음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는 일방적으로 일시를 통보하고서야 청에 대한 답이 왔다.

억지 청을 넣었다는 민망함에도 불구하고 소 만한 등치에 커다란 눈의 순박하기 그지없는 안내자를 반가움으로 만났다. 머쓱한 속내를 드러내니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는 미소로 반기는 그를 따라 나섰다.

무리지어 핀 물매화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마음은 앞서나 몸은 한발짝 물러선다.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햇빛 들어오는 방향과 자생지의 모습, 꽃봉우리 맺힌것 활짝 핀 것 등 군락지의 전체 판세를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윗쪽 아래쪽 살피다가 가까이 있는 꽃부터 눈맞춤을 사작한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핀 개체들이 충분히 눈에 익을 무렵에서야 손에 들었던 카메라의 전원을 켠다.

그렇게 보던 꽃을 올해는 청을 넣지 않고 조용히 혼자서 다녀왔다. 산중의 요란한 불청객에 대한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서지만 느긋하게 온전히 즐길 마음이 더 컷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될 것이다.

박제가의 '백화보서百花譜序'에 등장하는 '꽃에 미친 김군'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 마음만은 넘치고도 남을 것이다. 하여, 여러 사람들이 벽癖이 있다 눈치할지라도 기꺼이 감당할 마음이다.

책 속에만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제법 많다. 이른 봄 매화 피는 섬진강가, 찬바람 부는 눈쌓인 계곡을 함께 걸으며 시작하는 꽃놀이도 어느덧 마감하는 때가 왔다. 지나온 1년을 돌아보며 다시 만날 이른 봄을 기다린다.

옛사람의 글에서 꽃보는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꽃보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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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이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다. 흉이 흉이 아니고 약점이라 생각된 것이 오히려 나 만의 귀한 경험이 되는 것이라는 보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 눈인가.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는 벌레 먹은 나뭇잎이 지천인 때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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