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夜喜雨 춘야희우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내리네

바람따라 조용히 밤에 찾아와, 소리없이 만물을 적시네

온통 구름이라 길은 어두운데, 강 위 배만 불빛이 밝구나

새벽에 이슬 맺힌 꽃을 보면, 청두 시 전역에 꽃이 만개했으리라

*杜甫두보의 시 '春夜喜雨춘야희우'다. 시간을 건너띄고 사람이 다르더라도 봄비를 품는 감흥은 그대로다. 간밤에 뒤척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토닥토닥토닥,

긴 밤을 쉬지도 않고 토닥거리더니 아직도 여운이 남았나 보다. 지난 비에 깨어난 뭇 생명들의 목마름을 어찌 알고 이토록 살갑게도 다독거리는 거냐. 땅을 비집고 나온 숨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들의 재잘거림과 가지 끝으로 온 힘을 쏟는 나무의 아우성이 빗방울로 맺혔다.

희우喜雨, 호우好雨, 시우時雨

봄비는 참 다정도 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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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이른 봄을 기다리게 하는 꽃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 꽃을 보는 대에도 우선 순위와 주목하는 정도가 다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본다면 딱히 탓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꽃은 결국 드러내기 위해 핀다. 어떻게 하면 더 돋보여서 주목 받을 수 있을까에 목숨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코 숨어서 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사람의 발길과 손길에선 벗어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노루귀는 뽀송뽀송한 솜털이 꽃과 함께 더 매력적이게 보이는 포인트다. 꽃에 대한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노루귀에서 털을 뺀다면 다소 심심한 모양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노루귀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기도 한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나오는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세히 보면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아주 절묘한 이름이라 여겨진다.

노루귀는 이른 봄에 꽃이 피고 꽃 색깔도 흰색과 분홍색, 보라색 등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연분홍이나 진분홍, 청보라, 남색 등으로 피기도 한다.

이른봄 꽃소식을 알려주는 것과 생긴모양 그대로 꽃말은 '눈 속의 어린 사슴', '봄의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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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추위도 무릅쓰고 화려하게 봄소식을 전해주는 변산바람꽃의 위용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봄바람 살랑이듯 다른 꽃이 피었다. 이 꽃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을 찾았다. 그때보다 제법 더 큰 무리를 지어 피고 있다.

생긴 모양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다.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바람꽃이란다. 다른 바람꽃들의 단정함에 비해 너도바람꽃은 자유분방하다. 꽃 모양도 자라는 모습도 모두 제각각이라 어디에 눈맞춤할지 난감하다.

삐뚤빼뚤 자연스런 하얀색의 꽃받침과 꽃잎은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술이 많은데, 바로 이 부분이 너도바람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겨울 영역에 속한다면 너도바람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라고 하여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고 해서 ‘절분초’라고도 한다.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의 리듬에 따라 춤이라도 추는듯 살랑거리는 계곡에서 만난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녹아 풀어지듯 닫힌 마음이 열리기를 염원하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았을까.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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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9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이뻐 죽겠네용, ㅎㅎ
 

나는 책을 좋아하고
또한 술을 좋아한다. 다만 땅이 궁벽하고 해가 흉년이어서 빌리고 사려해도 취할 곳이 없다. 한창 무르익은 봄볕이 사람을 훈훈하게 하니, 다만 빈 바라지 앞에서 저절로 취하게 되는 듯하다. 마침 내가 술 한 단지를 받은 것과 같이 시여취詩餘醉 일부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하다! 먹墨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은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겠는가? 장차 단지를 덮게 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 읽기를 3일 동안 오래했더니, 꽃이 눈에서 생겨나고 향기가 입에서 풍겨 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하고 마음 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아! 이처럼 취하는 즐거움은 마땅히 문장에 깃들어야 할 것이다. 무릇 사람이 취하는 것은 취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요. 굳이 술을 마신 다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붉고 푸른 것이 휘황찬란하면 눈이 꽃과 버들에 취할 것이요, 분과 먹대로 흥겹게 노닐면 마음이 혹 요염한 여자에게 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이 달게 취하여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 어찌 술 일석과 오두보다 못하겠는가? 읽어서 그 묘처를 능히 터득하는 것은 그 맛의 깊음을 사랑하는 것이요. 읊조리고 영탄하며 차마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은, 취하여 머리를 적시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때떄로 혹 운자를 따서 그 곡조에 따르는 것은 취함이 극에 달해 게워내는 것이고, 깨끗하게 잘 베껴서 상자에 담아두는 것은 장차 도연명의 수수밭을 삼으려는 것과 같다. 나는 모르겠노라. 이것이 글인가? 술인가? 지금 세상에 또한 누가 능히 알겠는가?

*이옥(李鈺, 1760~1812)의 글 묵취향서墨醉香序이다. 명나라 반유룡이 편찬했다는 사선집詞選集을 읽고 난 후에 붙인 서문이라고 한다. 이옥의 독서론과 문장론에 대해 채운의 책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다'의 '취하고 토하라'는 쳅터에 담긴 글이다.

몇 번이고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글 맛에 이끌려 머물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취한다는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보기 위함이다. 책을 손에서 놓지는 않지만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술은 마시지도 못하고, 겨우 꽃에 취해 몇해를 건너왔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취하고 토한다'는 말의 의미를 짐작케는 하니 귀한 경험으로 여긴다.

그동안 책에 취하였고 요사이 꽃을 핑개로 사람에 취하고 있으니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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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고

놓치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도 선택하라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매년 찾아가던 가까운 숲을 두고 멀리서 만났다.

청노루귀, 깽깽이풀 처럼 화려한 색도 아니다. 그렇다고 얼레지 처럼 요염하지도 않다. 그저 순한 백색에 줄기에 비해 다소 큰 꽃을 피운다.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른다.

하여. 가냘픈 소녀를 보는 안타까움이 있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여인으로도 보인다. 얼레지가 스크린 속 공주라면 산자고는 담 너머 누이다.

향기로 모양으로 색으로 뽐내기 좋아하는 온갖 봄꽃 중에 나같은 꽃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잖아요 하는 소박한 이의 자존심 같은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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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7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포 한 아파트 단지 화단의 나무 아래에 심어두고서 현재 거주지로 이사나왔는데 작년 봄엔 산자고 꽃이 제법 피었더라구요. 올해도 가볼 계획입니다. 내가 처음 이 야생화를 만나 장소는 남한산성을 오르는 길에서 였지요. 오늘도 올려주신 사진에 행복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