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양연화
김민철 지음 / 목수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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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만나는 특별한 방법

눈이 채 녹지고 않은 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눈 속에 핀 복수초를 보기 위해서다그렇게 시작된 꽃 탐사는 변산바람꽃너도바람꽃만주바람꽃꿩의바람꽃에서 노루귀와 얼레지로 옮겨가면서 그 영역을 넓혀간다봄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여정이다여기에 탐매探梅의 유혹까지 더하면 봄날은 짧은 볕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기 마련이다하지만이런 호사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산과 들의 꽃을 찾아 기꺼이 발품을 파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호사이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를 누구나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발품 팔아 산과 들로 나서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우선은 그 많은 들꽃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부터 무슨 꽃이 언제 어디에 피는지도 모르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 한다.

 

그러나 어렵게만 여겨지는 식물의 세계와 친해지는 방법은 다양하다우선은 이름을 불러주는 것부터 식물의 생태적 성질이나 서식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정과 인내력이 요구 된다이와는 달라 식물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의 그 식물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후자가 오히려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 서울 화양연화는 이미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김민철의 세 번째 책이다꽃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지 17꽃에 대한 글을 쓴 지 7년이 되었다는 저자가 그동안 여러 매체에 쓴 글을 추려 다듬어 묶은 책이다서울과 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꽃들과 관련이 된 문학미술영화 등 그 영역을 넓혀 꽃의 이야기를 한다.

 

다양한 문화 영역 속에 등장하는 식물을 매개로 식물 초보자’ 들도 쉽게 식물과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이미 발간된 그 전작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주목한 내용이지만 꽃을 따라가다 보면 그 물리적 영역은 그보다 훨씬 넓을 수밖에 없다.

 

식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쉽고 이미 널리 읽힌 문화적 접근이라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이는 서울 7대 가로수’, ‘5대 길거리 꽃’, ‘열 가지 잡초’, ‘10대 실내 식물과 같은 분류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식물의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흔히 알고 있는 식물의 경우는 그것에 따른다고 했지만 뒤에 가면 정식 명칭을 부르는 경우(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나무와 이름 모를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혹 이름 없는 식물이라는 표현에 대한 이야기와 혼동해서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저자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 초보자을 배려한다면 정식 명칭을 부를 수 있게 하는 점이 옳다고 여겨진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접근방식은 식물에 관심을 갖는 많은 이들에게 식물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이 책을 통해 식물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 식물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갈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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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정태춘 지음 / 천년의시작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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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듣는 정태춘

정태춘, 20대 초반 청춘시절부터 흰머리 난 50대 중반까지 한결같이 듣는 가수다시대를 관통하거나 앞서가는 사회성 짙은 가사와 자연스러운 음률도 한 몫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무엇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그 바탕에 무엇이 있을까가수시인문화운동가사회운동가이기도 한 정태춘의 중심으로 다가갈 기회를 만난다.

 

이 책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는 정태춘·박은옥의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간된 노래 에세이다멜로디가 빠진 음악오롯이 가사에 집중해 본다한국 사회의 모순과 저항을 온몸으로 담아낸 가사 121곡의 노랫말과 그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겼다.

 

노랫말을 읽어가는 동안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멜로디가 따라 붙는다흥얼거리기도 하고 따라 부르기도 하며 때론 음원을 찾아 노랫말과 어우러지는 멜로디를 확인하며 하나씩 음미해 간다오랫동안 함께해온 노래이기에 그 노래와 얽힌 에피소드나 사람시간과 장소가 떠오르는 일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노래가 갖는 보이지 않은 힘이 존재하고 그것이 오랫동안 기억되어 있다가 슬그머니 되살아난다.

 

정태춘은 나는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해왔다고 한다그 이야기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받으며 오래 함께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보인다그렇다면 공감의 바탕엔 무엇이 있을까.

 

정태춘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아내인 가수 박은옥 씨의 정태춘은 원래 서정적인 노래를 했던 사람이다.초기 노래에도 이후의 노래에도 그의 노래에는 관통하는 하나가 있었다비록 개인의 일기에서 사회의 일기로 바뀌고 후반에 다시 그 둘을 함께 드러내 보여 왔지만 여전히 그 서정성은 그의 노래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게 다 정태춘의 서정이었구나 싶다고 평했다이 말에 공감한다생명력의 근저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정서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랫말이 실린 순서가 정태춘 개인 삶의 연대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어린시절과 음악을 접한 시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음악인생의 굴곡이 그대로 담겨 있다노래로만 만났던 정태춘이라는 가수의 일상에 조금은 다가간 듯하여 훨씬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진실하고도 진지한 일상의 축적 속에서 자연스럽게 분출된 것이라는 오민석 문학평론가의 이야기는 정태춘의 음악이 갖는 힘의 근원을 되돌아보게 한다.

 

노랫말에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주는 다른 느낌을 확인하는 기회다오롯하게 다가오는 노래의 진정성이 어디로부터 출발하고 있었는지 노랫말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듣는다노무현 대통령 10주년 추도식에서 떠나가는 배를 부르는 정태춘의 얼굴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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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물코의 비밀
유경숙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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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물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산문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사람마다 주목하는 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작가와 독자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에 있다는 생각이다산문은 내용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작가의 일상적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니 다양한 경로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산문집은 독자들에게 작가를 향한 관심사를 얻기에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책을 들고 저자 이름과 책 제목을 번갈아 보는 것만으로도 내용이 짐작되는 경우가 있다저자와의 교류가 빈번했거나 그의 책을 많이 접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때론 그것과는 상관없이도 가능할 때가 있다. '청어남자'와 '베를린 지하철의 백수광부'로 불쑥 다가온 작가 유경숙도 여기에 해당된다.

 

유경숙 작가의 산문집 세상그물코의 비밀은 작가의 일상적 관심사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를 살필 수 있는 기회다이 책에 실린 글이 시간적으로 다소 폭이 넓다는 점과 글의 소재가 작가의 구체적인 일상에서부터 출발하여 특정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모정의 아홉 편, ‘세상 그물코의 비밀의 열 편, ‘도원을 찾아서의 열 편, ‘책과 영화의 뒷담화의 열여섯 편, ‘내가 따를 사표의 아홉 편으로 총 오십 네 편의 글이 실린 이 산문집은 유경숙 작가의 전부를 담았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자잘한 일상에서부터 얻은 삶의 교훈에서 맑고 흐린 세상 탓을 하기보다 자신이 결정한 삶의 방향을 거침없이 탐색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기에 그동안 접했던 소설 속에서 비롯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세상사창랑의 물이 맑은 날이 며칠이나 되겠는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이 문장에 주목했던 작가의 의중이 무엇일까를 찾아보려는 과정이었다어쩌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과 발 딛고 있는 현실 사이의 틈의 깊고 넓은 정도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옳다고 믿는 바를 오늘의 일상 속에서 의지대로 꾸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틈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지혜라고 본다면 작가의 물음은 울림이 깊다.

 

장미 가시가 제 꽃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품었다면 탱자나무 가시는 남을 지켜주기 위해 날카로움을 지녔다.” 탱자나무 울타리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작가의 마음은 온기를 품은 탱자나무 가시 그것과 닮아 있다내 품에 깃들 생명들을 지켜낼 가시를 키워가는 작가의 의지가 이 산문집에 실린 글로 읽힌다그 가시가 품은 온기는 나를 옭아맬 세상 그물코를 풀 열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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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김효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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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을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나도 지금의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장마가 머물고 무덥던 날이었고 마침 내린 장대비로 마당에 넘치는 물을 빼느라 흠뻑 젖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 후 햇수로 8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시골생활에 나름 적응했다고 본다. 그 적응 과정이 비슷하지만 또 너무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마을 한 복판에 살면서도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내 삶의 지평은 좁혀지거나 단절되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너무도 다른 이들이 마을 건너에 살거나 산모퉁이를 돌고 때론 자그마한 고개를 넘어가면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독특한 영역을 넘나드는 일상이 이어진다. 가까이에는 한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뤄 나름대로의 더불어 사는 삶을 꾸려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 마을 안에서 사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정말로 그곳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도시탈출을 꿈꾸거나 이미 탈출해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들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어 삶의 터전을 옮겼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의 저자 김효경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마을을 소개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그렇듯 크고 작은 사연들이 안고 떠나온 길이다. 모양과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심에는‘행복한 삶’이 있다.


“이 마을 뭔가 이상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온기로 다독였던 힘은 어디에 있을까? 김효경은 ‘공통체’와 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관계’에 주목한다. 특별한 마을은 원래 특별한 무엇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 만들어낸 사람들의 관계로부터 이뤄졌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변두리 마을”은 결국 너와 나를 구분하는 내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 진다. 그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다소 느리고 버겁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사로를 다독일 줄 아는 사람에게 있었다.


이 ‘특별한 마을’의 경험을 한 저자는 마을을 떠나 도시 아파트 생활로 돌아갔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분명 달라져야 한다. 공동체 삶의 구체적 경험을 한 이들이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고 그 특별한 경험으로 성숙한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를 경험했던 사람들만의 일상에서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별했던 경험이 그 자체로 끝나버린다면 한때의 즐거운 경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저자가 이 특별한 마을을 소게하고 싶은 근본 바탕에는 “이상한 마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는 곳이 그곳이며, 그곳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시작하자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저자 김효경의 달라진 도시 생활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봄볕보다 더 따뜻한 것이 사람의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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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정진아 엮음,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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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진 시 한 상

사적인 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시를 만난다그러길 2년이 훌쩍 넘었으니 100편의 시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독한 샘이다시를 만날 때마다 관심사나 그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찾아보게 된다.이렇게 시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마음을 다독여주는 온기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지만 음식을 먹은 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듯이 같은 시인의 작품이나 같은 시도 달라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먹는 것에 딱히 애착을 갖지 않은 사람이지만 즐겨 찾는 국수집이 있다슴슴하면서도 잔잔한 맛이 느껴지는 국수 한 그릇이 주는 만족감처럼 시 또한 그렇게 찾아 읽는다.

 

이 책은 "8년째 EBS FM [詩 콘서트]를 집필 중인 정진아 작가가 음식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각각의 시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실은 에세이다." 맛이 담긴 음식에 그 맛의 깊이와 향을 더하는 시가 만나면 어떤 맛을 낼까.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음식과 시의 적절한 만남을 주선한 작가의 글맛은 어떨까정작 궁금한 것은 책에 실린 시보다는 그 시를 읽은 이의 감상이다.

 

"달고짜고맵고시큼하고씁쓸하고뜨겁고또 차가운 음식은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는 다소 식상한 이야기는 시를 읽고 담담하게 그려가는 정진아 작가 글맛에서 그 가치를 새겨 읽게 된다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시가 담고 있는 감성을 잔잔하게 풀어낸다가물거리는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단절된 아버지와의 시간을 다시 잇기도 하며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 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맛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이렇게 풀어가는 67편의 시는 정진아 작가에 의해 각기 다른 맛을 자아낸다. “외로울 땐 따뜻하게피곤할 땐 달달하게답답할 땐 얼큰하게허기질 땐 푸짐하게”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이렇다면 시를 대하는 마음 역시위로맛 ’, ‘사랑맛 ’, ‘인생맛 ’, ‘엄마의 맛 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근 조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와 어우러진 맛정진아 작가의 감성이 퍼 올린 독특함에 임상희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시들로 차려진 정갈한 맛의 잔치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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