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사계절 나무를 찾아간 사람이야기
숲에 든다. 사계절 열두 달을 같은 곳에 들어 식생의 변화를 살핀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마법과도 같은 생명의 힘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뿌리내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이 보여주는 변화로 시기를 알 수 있고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미리 짐작할 수도 있다. 매번 같은 숲을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전히 나무는 매력적이다. 한겨울 나무의 민낯을 보면 나무의 사계절이 보인다. 새 잎이 나서 푸르러 단풍이 들고 낙엽 지는 생의 짧은 주기를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 사람보다 긴 세월을 살지만 1년 주기로 사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 매력이 있다. 나무에 주목하여 사계절을 함께 지내는 것이 주는 흥미로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다.
그 나무에 관한 내용이다.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 북한강 가운데 자리한 섬이다. 남이섬은 수목원이 아니지만 메타세쿼이아, 전나무, 왕벚나무, 은행나무, 잣나무, 튤립나무, 자작나무, 중국굴피나무, 산딸나무 등220여 종의 나무가 숲을 이룬다. 숲은 1960년대부터 모래땅에 나무를 심어 가꾼 결과라고 한다.
나무 여행자 김선미의 남이섬으로 나무 여행의 결과물이 이 책으로 엮였다. 입춘 무렵부터 대한 즈음까지 매달 사나흘, 밤낮으로 나뭇길을 걷고 숲속을 떠돌며 나무와 무언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깊은 사색에 빠져든 이야기다. 같은 길을 시간을 달리해서 찾고 유심히 바라보며 걷는 동안 나무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변화를 확인한다.
소나무, 참죽나무와 가죽나무, 가래나무, 모감주나무, 산딸나무와 미국산딸나무, 버드나무, 산수유와 생강나무, 비자나무와 개비자나무, 수국, 불두화, 백당나무, 이팝나무, 자귀나무, 자작나무, 목련, 쪽동백, 튤립나무, 히어리 등의 나무가 등장한다. 대부분 알고 있고 구분할 수 있는 나무라 저자의 이야기가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알 수 없었던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는 재미와 그 이름을 알고 난 후 한층 가깝게 보이는 나무를 만나 교감하는 이야기다.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나무, 먼 곳으로부터 남이섬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나무의 사연, 그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곁들여진다. 이 책에서 김선미의 의미 있는 행보는 시간을 달리해 같은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고 그곳의 나무를 살핀다는 점이다. 그 의미 있는 행동이 주는 변화는 바로 관찰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는 남이섬이나 깊은 산, 숲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어느 곳이든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들이 함께 산다. 한번 보고 마는 나무보다는 늘 가까이 두고 자주 눈맞춤할 수 있는 나무 하나를 두고 사계절을 함께 지내다보면 나무가 전하는 계절별 인사를 통해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이 내 옆 나무에게 눈길 주며 인사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