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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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메모는 일상이자 삶이었다

책은 다양한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한 도구이다수 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책의 지위는 아주 막강한 힘을 가져왔으며 현대에 이르러 조금씩 위상이 변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책이 가지는 가치와 의의는 엄중하다역사 속에서 책을 사랑했던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기에 더하여 책을 좋아하는 것과 뗄 수 없는 것이 메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쓴다는 메모는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메모를 한다는 것이 낯선 모습으로 변해간다급하면 목소리를 녹음한다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조금 더 여유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의 기능을 활용한다손으로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이 이렇듯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정민 교수의 '책벌레와 메모광'은 책을 유난히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 책 속에 남겨진 흔적들을 찾아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옛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책의 흔적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만난다책과 메모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는 흥미로움이 있다. "책을 향한 사랑기록에 대한 열정이라는 주제로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종이가 없으면 감잎에라도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둔 책에 미치고 메모에 사로잡힌 옛사람들 이야기인 셈이다.

 

정민 교수가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책과 관련되어 흥미로운 관심거리 중 하나인 장서인이다책에 찍한 책도장이 중국와 조선 그리고 일본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가졌다장서인을 대하는 태도가 조선은 소유의 개념으로 책이 자신의 손에서 떠나면 장서인을 지워버리고 일본은 이미 있는 장서인 위에 소자를 덧 찍으며 중국은 기존의 장서인을 그대로 두고 자신의 장서인을 찍었다이렇게 장서인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동양 3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작용한다.

 

장서인’, ‘책벌레’, ‘쇄서’, ‘운초’, ‘용서’ 등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단어와의 만남을 통해 책과 관련된 문화를 확인하게 된다이처럼 정민 교수가 이 책에서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한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 보인다여전히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인문학이 주목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지기에 이 책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책의 여백에 메모를 남기든 따로 메모장을 만들어 사용하든 아니면 일상을 함께하는 휴대폰 메모장을 활용하든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도구로 메모가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옛사람들의 독서문화와 기록문화를 살펴 달라진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유용한 방법을 찾아 사용하면 될 것이다.옛사람들의 독사와 기록문화를 통해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는 독서와 메모의 가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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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문집
이옥 지음, 김균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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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글을 따라가 삶을 보다

조선 시대를 살았던 글쟁이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글을 찾아 읽어가고 있다사람과 사람글과 글문장과 문장 때로는 글자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느라 헤매기 일쑤다박지원박제가이덕무홍대용 등으로 이어지던 관심사가 어느 사이 한사람의 글에 흥미를 갖는다특히정조왕의 문체반정 과정에서 심하게 제재를 받았던 사람으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묘사고루하고 딱딱한 글이 아니라 생생하고 자유로운 글을 썼다 해서 과거 응시를 금지당하고두 번이나 군대에 가야 했던 선비” 바로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17601814)이 그 사람이다.

 

이옥은 정조 문체반정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죽는 날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진정한 글쟁이로 평가 받는다이옥은 성장을 알려주는 연보가 없어 생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성균관 유생 시절에 교분을 나누었던 김려 그리고 강이천 등에 의해 흔적이 남았으며 특히친구인 김려가 교정하여 담정총서’ 안에 수록한 11권의 산문과 예림잡패에 시 창작론과 함께 남긴 이언’ 65수가 전한다.

 

김균태의 번역으로 발간된 이 책은 통문관 소장 필사본 '담정총서중 이옥 저술 부분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필사본 '예림잡패중 이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한 것이다운문 9산문 19편을 담았다.

 

차린 밥상 끌어다가/내 얼굴에 던진다네/낭군 입맛 달라졌지/있던 솜씨 달라질까

 

언문 이조에 실린 비조에 나오는 문장이다여기에 실린 아조염조탕조비조로 구성되어 있으며,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 여성으로 조선의 가부장적 시대를 살며 격을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풍자적이고 측면이 돋보이는 글로 정조의 문체반정의 주요한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또한 개구리가 우는 사연 후편’, ‘거미의 충고와 같은 부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시각도 이옥의 글이 주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땅 때문이다땅 때문에 산골짜기 말이 바닷가 말과 다르고바닷가의 말은 들녘의 말과 다르며도시의 말은 시골의 말과 다르다북방의 말은 여진과 비슷하고남방의 말은 왜와 비슷하다폐는 소리를 주장하고마음은 정을 주장하며그 땅에서 난 것을 먹고그 땅에서 난 것을 마시는데어찌 그 말소리가 땅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논설잡문기문전지문여 등으로 구분되어 엮어진 산문 역시 언문 이조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는 북학이라는 사상적 변환기에 접어들었던 조선의 시대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던 일상의 반영이라고 여겨진다앞선 길을 걷고자 했던 당시 지식인들의 모습을 이옥의 글을 통해서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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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기분 -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
김인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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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묵은 찻잔을 내 놓는다

다도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서 얻은 선입견이 제법 큰 여운을 남겼다스스로에게 도취되어 다른 이들은 문외한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왜 차를 마시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이후 무슨무슨 차회에 속한 사람들이 차 도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주는 불편함까지 더해지다 보니 종종 혼자라도 즐기던 차를 멀리하게 되었다.

 

자연과 가까이 살며 계절의 변화에 따른 온도차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다시 차를 생각한다생활의 변화가 주는 마음가짐의 변화다고요를 견딜 수 있으며 가끔은 고요가 주는 감정을 누릴 수 있게도 되었다.이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차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달다보통 차의 맛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다조건과 감정에 따라 늘 다른 맛을 전하지만 그 중심에 놓치지 않아야 하는 무엇이 있다차를 즐겨 마시며 예찬하는 것 역시 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차를 이야기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책이다차와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도구가 주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하는 차이야기를 만난다.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이라는 부제로 달고 있는 사루비아 다방 김인 대표의 책차의 기분에서 차와 얽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을 한다.

 

"차를 왜 마시는가외로울 때심심할 때불안할 때편치 않을 때 불쑥차를 마셔요어지러운 일들이 찻잔 안으로 가라앉을 거예요.”

 

우선정제된 절차에 따라 갖춰진 도구가 있어야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부담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하여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지극히 단순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느린 속도로 시간을 벗 삼을 수 있다면 언제나 어디서든 가능한 것이 차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비로소 다른 무엇이 아니라차를 마셔야 할 때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이 전하는 차의 이야기에는 이렇듯 차를 마시는 형식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차를 마시는 본질에 접근 있다그 중심에는 자신 돌아보며 스스로를 위안 삼고자 하는 다독임이 있다이 본질의 문제를 따스한 온기를 향기에 실어 전하는 사진과 더불어 차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얻은 글로 조근조근 풀어간다봄볕에 스며들어 잠들었던 대지를 깨우듯 일상에서 차향을 누릴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준다


이 다독임으로 인해 오래 묵은 찻잔을 봄볕에 내 놓고 차 우릴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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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8 - 책과 자연 한국 산문선 8
서유구 외 지음, 안대회.이현일 옮김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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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중심으로 찾아 읽는 글의 매력

한국산문선 총 9권 중 두 번째로 만나는 책은 책과 자연이라는 부제를 단 8권이다. 8권은 권상신이옥,남공철심노숭서유구김조순김려정약용서기수 등 정조 시기에 교육을 받아 창작을 시작하고 순조 시기에 왕성하게 쓴 문장가 23명의 산문 70편을 엮었다이 시기는 앞 시대 영조 후기에 일어난 소품문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더욱 풍부한 문장을 펼친 때로 정조와 순조 연간에 이르는 때다여기에는 다양한 신분과 처지의 역량 있는 작가들이 도전적인 주제참신한 문체신선한 시각을 담은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인다.

 

8권에 등장하는 23명의 인물 중 단연코 '이옥'(1760~1815)에 주목 한다이옥은 성균관 유생시절부터 소품문에 관심을 가졌으며 정조의 문체반정의 주요한 표적인 된 후에도 자신만의 특유의 문체를 지키면서 창작에 몰두한 인물이다대부분의 저술이 활발하게 교류를 가졌던 친구 김려가 편찬한 당정총서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이옥의 글로는 여기에 수록된 글 말고도 심생전남령전가전 등이 수록된 매화외사와 남녀 사이의 애정 또는 시집살이의 고달픔 등의 내용의 시가 담긴 예림잡패가 있다그의 글이 전집으로 번역되어 있기에 별도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정도로 흥미를 유발한다. 8권에 수록된 이옥의 글 중에서는그 일곱 가지 모습(七夜)’이 무엇보다 재미있다.

 

8권을 접하면서 새롭게 주목하는 인물은 권상신(1759~1825)으로 과거에 세 번 연속으로 장원 급제할 정도로 재주가 있었고 당시에 남공철심노숭김이양 등과 교류하였다내가 주목하는 그의 글은 봄나들이 규약(南皐春約)’과 정릉유기(貞陵遊錄)워낙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옛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지금 내가 누리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권의 부제가 책과 자연인 점이 이해되는 점은 많은 권상신의 정릉유기서영보의 자하동 유기이옥의 북한산 유기정약용의 수종사 유기박윤목의 수성동 유기서기수의 백두산 등반기 등 다수의 유기(遊記)가 실려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특히서기수의 백두산 등반기(遊白頭山記)’르 통해 민족의 염원이 담긴 백두산의 옛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이렇듯 유기(遊記)를 통해 옛 사람들이 자연과 접하며 그 속에서 삶의 가치와 여유를 찾았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이 고달픈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마다 이산 저산으로 다니는 것이 같은 맥락으로도 이해됨직하여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옛글을 찾아 읽어가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있다그 매력의 중심에는 단연코 사람이다글 속에 담겨진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과 비교해가며 삶의 본질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점이다신라부터 조선후기를 살았던 이들의 신문을 망라한 한국 산문선을 주목하여 읽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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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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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나무를 찾아간 사람이야기

숲에 든다사계절 열두 달을 같은 곳에 들어 식생의 변화를 살핀다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마법과도 같은 생명의 힘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뿌리내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이 보여주는 변화로 시기를 알 수 있고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미리 짐작할 수도 있다매번 같은 숲을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전히 나무는 매력적이다한겨울 나무의 민낯을 보면 나무의 사계절이 보인다새 잎이 나서 푸르러 단풍이 들고 낙엽 지는 생의 짧은 주기를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사람보다 긴 세월을 살지만 1년 주기로 사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 매력이 있다나무에 주목하여 사계절을 함께 지내는 것이 주는 흥미로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다.

 

그 나무에 관한 내용이다남이섬은 강원도 춘천 북한강 가운데 자리한 섬이다남이섬은 수목원이 아니지만 메타세쿼이아전나무왕벚나무은행나무잣나무튤립나무자작나무중국굴피나무산딸나무 등220여 종의 나무가 숲을 이룬다숲은 1960년대부터 모래땅에 나무를 심어 가꾼 결과라고 한다.

 

나무 여행자 김선미의 남이섬으로 나무 여행의 결과물이 이 책으로 엮였다입춘 무렵부터 대한 즈음까지 매달 사나흘밤낮으로 나뭇길을 걷고 숲속을 떠돌며 나무와 무언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깊은 사색에 빠져든 이야기다같은 길을 시간을 달리해서 찾고 유심히 바라보며 걷는 동안 나무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변화를 확인한다.

 

소나무참죽나무와 가죽나무가래나무모감주나무산딸나무와 미국산딸나무버드나무산수유와 생강나무비자나무와 개비자나무수국불두화백당나무이팝나무자귀나무자작나무목련쪽동백튤립나무히어리 등의 나무가 등장한다대부분 알고 있고 구분할 수 있는 나무라 저자의 이야기가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알 수 없었던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는 재미와 그 이름을 알고 난 후 한층 가깝게 보이는 나무를 만나 교감하는 이야기다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나무먼 곳으로부터 남이섬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나무의 사연그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곁들여진다이 책에서 김선미의 의미 있는 행보는 시간을 달리해 같은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고 그곳의 나무를 살핀다는 점이다그 의미 있는 행동이 주는 변화는 바로 관찰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는 남이섬이나 깊은 산숲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사람이 사는 어느 곳이든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들이 함께 산다한번 보고 마는 나무보다는 늘 가까이 두고 자주 눈맞춤할 수 있는 나무 하나를 두고 사계절을 함께 지내다보면 나무가 전하는 계절별 인사를 통해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이처럼 이 책이 내 옆 나무에게 눈길 주며 인사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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