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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이 세상을 여행하는 법 - 조선 미생, 조수삼의 특별한 세상 유람기
김영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조수삼, 멀리 밖으로 나가서 노닐고픈 꿈을 가졌던 사람
조선이라는 신분제 사회에서 한미한 신분으로 나라 밖을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역관도 아니면서 중국을 여섯 차례나 다녀온 이가 있다면 그는 나라밖으로 나가기에 강한 열망을 가진 사람으로 특출한 능력을 가졌으나 안에서는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뒷 배경이 든든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조수삼(1762∼1849)은 조선 후기, 승문원 서리를 지낸 여항시인이라고 한다. 신분의 제한으로 늦은 나이 83세에 진사시에 합격했다. 송석원시사의 핵심적인 인물로 활동했으며 정이조, 이단전, 강진, 김낙서, 장혼, 박윤묵 등 여항시인과 사귀었다. 특이한 것은 1789년(정조 13) 이상원을 따라 처음으로 중국에 간 이래로 여섯 차례나 연경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여러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그토록 중국으로 나가려 했을까?
조선후기는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닦은 중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학파의 대두나 송석원시사와 같은 모임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런 사회적 환경은 신분제에 막힌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면서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고 그런 자신을 알아줄 벗들과의 교유를 열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 중심에 조수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은 신분제 사회에서 중인 출신으로 여러 가지 한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었던 조수삼의 '삶과 여행'을 조명한다. 조수삼이 중인 신분으로 지식인과 교류했던 상황을 살피고 중국을 여섯 차례를 다녀오는 동안 만났던 중국의 풍속과 중국의 지식인들과의 교유를 조망한다.
조수삼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중국의 모습과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꿈을 실현했으며 ‘방여승락’이라는 책에 기록된 세계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를 만나 “일본, 비사나(오키나와), 고리(인도의 캘리컷), 응다강(인디아), 섬라(태국), 물누차(베네치아), 돌랑, 야차, 홍모국(네덜란드)” 등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를 뽑아 정보를 실은 ‘외이죽지사’까지 살핀다.
조수삼이 조선이라는 나라의 사회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라 밖의 세상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신분의 한계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제약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당시 지식인 사이에 불고 있던 중국에 대한 열풍 등이 작용하여 중국으로 항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또한 처음 연행에서 “조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잔치와 거리 풍경, 연희 등 처음 북경을 접하고 느낀 경이로움” 등은 나라밖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마음에 기폭제가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조수삼은 “조선의 중인이라는 ‘외피’에 가려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지음을 만나”뜻을 교류할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은 조수삼이라는 사람의 특수한 경험을 통해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나라 밖으로 향하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그 중심에는 나라 안에서 다 펼치지 못하는 의지를 나라 밖 다른 환경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위안 받고 실현하려는 의지의 실천으로 이해된다. 조수삼의 특별한 여행은 시대를 넘어 우리 모두의 꿈과도 뜻이 통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