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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삼매경 ㅣ 태학산문선 108
조희룡 지음, 한영규 엮음 / 태학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조희룡, 여항인의 좌장으로 빛났던 사람
이른 봄 눈 속에 핀 매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조선시대 매화그림으로 유명했던 조희룡이다. 우선, 조희룡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매화서옥도’와 ‘홍매대련’이라는 작품을 비롯한 매혹적인 매화그림과 추사체의 김정희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워낙 매화를 좋아해 매화그림을 많이도 그렸지만 뛰어난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른 하나로는 조희룡하면 당연하게 연관되는 사람으로 추사 김정희를 거론하게 된다. 활발하게 교류했던 까닭이기도 하고 조희룡이 김정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에서 김정희의 제자였다는 것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할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조희룡(1789∼1866)은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들의 모임인 ‘벽오사’의 중심인물로 활동하였다. 그는 시·글씨·그림에 모두 뛰어난 재주를 보였는데, 그림은 난초와 매화를 특히 많이 그렸다. 19세기 전반기에 중서층 지식인의 가장 선두를 점하는 위치에 서 있었던 조희룡은 당대의 유력자들과 교유하며 그 문화적 분위기에 공명하는 한편 그 시선이 중서층 지식인을 아우르고, 종국에는 중서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는 호산외기, 석우망년록, 한와헌제화잡존, 일석산방소고, 화구암난묵, 수경재해외적독, 우해악암고, 우봉척독 등을 남긴 문인이기도 하다.
이 책 '매화 삼매경'은 조희룡의 산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산문을 통해 주목하는 것으로는 조희룡이 활동했던 당시의 수많은 문인들을 대표했던 그의 시대적 역할이 무엇이었는가에 있다. 여항인들 사이에서 좌장 역할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주도했던 조희룡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한, ‘호산외기’에 기록된 인물들의 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호산외기는 저희룡이 기록한 인물전기집으로 김신선, 조신선 등의 기인과 최북, 임희지, 김홍도. 이재관, 전기 등의 화가와 유세통, 장우벽, 장혼, 천수경, 엄계흥, 조수삼, 박윤묵, 이단전 등 42명의 전기가 살려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으로는 다양한 산문이나 척독 등에 단순한 제목이 달려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의외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과 글의 출처만 밝혀 놓았을 뿐이고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제시된 글과 관련된 사람이나 글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이 더 자세하게 덧붙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막연하게 매화그림을 잘 그렸던 화가 조희룡에서 당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문인화가로써의 면목을 마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매화 그림 중 '매화서옥도'와 '홍매대련'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