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김재욱 지음 / 투데이펍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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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난세의 영웅으로 등장할까?

2016년 가을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불투명한 정치정세에 연일 터지는 폭로성 기사로 사람들의 관심은 증폭되나 향후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분위기다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당대표의 돌출발언이 뭇매를 맞으면서 당일 취소되는 등 정치일선에서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진 듯 보인다다행히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대표의 시국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발표는 향후 정국에 대처하는 나름대로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국에 어떤 정치인이 주목을 받을지는 그 정치인의 행보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하지만 개별 정치인이 걸어가는 정치적 행보를 하나하나 따져볼 기회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나름의 장기적 관찰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여 가능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2015)와 삼국지인물전’(2014)의 저자 김재욱의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는 대단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향후 대선난세의 간웅·치세의 능신은 누구인가?”라는 테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에 현재 대한민국 정치인을 비유하여 향후 대선의 향방을 예측한다저자가 주목한 사실에 근거한 이들의 행적과 삼국지 등장인물의 비교가 절묘하다.

 

유언·박원순유표·문재인원소·안철수황개·김부겸공용·유승민유엽·우원식이각·홍준표하후돈·이재명조비·남경필장소·이종걸조자룡·표창원조진·김상곤비의·진선미,서성·박원석장료·김영춘순유·은수미노숙·조성주마초·김광진육손·진성준손권·안희정

 

매우 흥미로운 조합이다호불호가 따르겠지만 지켜보는 재미가 더해지며 흥미를 끌게 하는 요소가 분명하게 있다소설 삼국지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이라도 저자가 비교대상이 되는 주인공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 조합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그만큼 주제에 맞는 성격분석이 중심에 있어 비교대상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표창원을 비롯하여 유승민, 남경필, 은수미, 김광진, 안희정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로 보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현 정치정세와 2017년 대선에 두각을 나타낼 정치인들의 행보를 그려볼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분석력이 돋보인다단지 흥밋거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이미 지난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약점이 있지만 그것이 현재진행형으로 주목되는 사람들이기에 더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점은 독자의 마음이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16년 대한민국상상을 뛰어 넘는 국정이 농단의 현실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는 정치인들의 행보 또한 주목하며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그 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행보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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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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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이별할 수 없기에

음력 시월의 달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깊고 푸른 가을밤 하늘을 순한 빛으로 밝히는 달이 있어 가을밤을 넘겨야하는 심사를 달래기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알게 모르게 달에 의지해 살아가는 뭇 생명들에게 달은 그렇게 지나온 시간에 매어 허망함을 위안 받기에 좋은 대상이 된다.

 

이렇게 가을밤의 달처럼 버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동안 의지하고 위안 받을 것으로 시詩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수많은 시인들과 그들 각각의 언어로 태어나는 시들 속에서 감성과 의지가 공감을 불러온 시인과 시를 만난다는 것은 밤하늘 달을 만나 의안 받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어떤 시인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시인과 시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인 일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를 시작으로상처적 체질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으로그러다 너무도 익숙한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랫말을 만든 사람으로여기에 역사저널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패널로 다시 두 번째 시집 '어떻게든 이별'이라는 시집으로 시인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여협이라는 단어로 표방되는 일련의 일로 일약 주목 받았던 시인으로 만난다하나씩 두께가 더해질수록 시인과 그 시인의 시가 일상으로 다가오며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어쩌면 시는 이렇게 독자의 일상으로 깊게 스며들며 삶의 위안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시인의 말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하였습니다.

우린 서로 비켜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 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하였습니다.

1016년 8

다시 감성마을 慕月堂에서

류근

 

*오랜 기다림 끝에 책을 받아 펼치고 나서 여기로부터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밍그적거리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한 편 한 편 그렇게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든이 '시인의 말'에 걸려 넘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도통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의지로 시를 쓰고독자는 그 시를 또 자신의 감정과 의지대로 읽어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거치게 된다그때서야 비로소 시와 일상의 소중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리라.

 

어제 나는 많은 것들과 이별했다 작정하고 이별했다 맘먹고 이별했고 이를 악물고 이별했다”(어떻게든 이별 중에서고 우기면서도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어쩌다 나는 중에서자문도 해보고, “내가 당신의 손을 놓아준 힘만큼 당신도 누군가의 손을 가장 큰 힘으로 잡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노래는 이제 끝났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祝時 중에서)로 담담하게 이별을 인정하기도 한다.

 

시인이 어떻게든 이별을 하든 못하던 이미내게선 멀어진 이별이다이별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붙잡혀 있더라도 모월당慕月堂의 그 달과 함께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간만에 내 마음같은 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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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읽기
김병기 지음 / 사계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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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어난 시의 향기를 담는다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읽기"라는 테마의 에세이다시인 '김일로'라면 처음 듣는 시인의 이름으로 낯설기만 하다시인 송일로(1911~1984)는 광주 전남 아동문학 1세대로 평가되는 시인으로 전라남도 문화상성옥 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목포와 서울에서 수차례 시화전을 열었다고 한다예총 목포지부장한국아동문학가협회 이사를 역임했고동시집 꽃씨와 더불어 한글 시와 한문시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시집 송산하頌山河가 있다.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병기 교수의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이 책은 바로 김일로 시인의 시집 송산하頌山河를 그대로 옮겨와 그 시에 있는 한문시를 해석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담아 놓은 시 해설서 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여기서 김병기 교수의 마음 자세가 드러나는 조심스럽다는 표현은 김일로 시인의 시가 갖는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김병기 교수의 마음의 표현으로 보인다그만큼 김일로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그 마음의 표현이 번역하고 보충하여 서술했다는 의미로 역보譯輔라는 이름을 조심스럽게 붙였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보려고

다시 일 년

 

一花難見日常事(일화난견일상사)

 

꽃 한 송이 보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이련만

 

모두 이런 모습으로 시집 송산하頌山河의 시 132편이 고스란히 옮겨 오고 한문시에 직역에 가까운 해석을 달았다김일로 시인의 짧은 시가 주는 매력이 가히 세상을 뒤집을 만큼 혁명적이다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여기에 칠언절구의 한문구절은 또 어떤가어렵지 않은 한자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이 둘의 어울림이 환상적이다여기에 김병기 교수의 한문시 해석과 더불어 시에 대한 해설 또한 김일로 시의 감성과 뜻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시인과 시를 주제로 에세이를 남긴 해설가의 만남이 궁합도 이렇에 잘 어울리는 궁합이 없다.

 

이제부터 이 책을 머리맡에 고이 모셔두고 눈 뜨는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정좌하고서 한 편의 시와 마주할 것이다그 정갈하고 고운 감성을 이어받아 하루를 열어간다면 그 하루가 시로 꽃 피어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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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 아버지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두현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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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아버지를 만난다

애써 손에 잡았으면서도 한동안 일부러 외면했다유독 차가웠던 겨울 어느 날 새벽 별 따라 가신 아버지 당신이 눈에 밟히고당신의 부재의 시간을 감당하기엔 그 무게가 너무 커 이후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임을 새록새록 알게 된다아버지당신은 그렇게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이 '아버지'를 주제로 쓴 시 49편을 엮은 테마시집이다. '어머니'를 주제로 쓴 시를 묶은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와 짝을 이루는 후속작이다.

 

"어디까지 흘러가면 아버지 없이 눈부신 저 무화과나무의 나라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흘러가면 내가 아버지를 낳아 종려나무 끝까지 키울 수 있을까" ('세월 저편중에서-류근)

 

"꽃은 어떻게 해마다 혈색을 기억해내는 것일까? / 나는 작약만 보면 속살을 만지고 싶어진다." ('작약과 아버지중에서-박후기)

 

"거울 속에는 아버지의 얼굴을 한 웬 중늙은이가 서 있다 귀퉁이가 깨진 얼굴을 하고, / 아버지 하고 부르면 오냐하고 그가 어색하게 대답을 한다" ('참 많은 세월 흘렀어도중에서-이은봉)

 

"내 안에서 뜬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계시는" ('아버지중에서-오인태)

 

"아버지! / 당신에게 진 빚 다 갚지 못한 나는 크게 병들었는데 환부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픈 이름중에서-이재무)

 

고두헌고진하공광규김응교류근박후기전영관정호승 등 시인 49인의 시를 사라진 별똥별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 ‘아버지어디로 갈까요로 총 3장으로 엮어 놓았다아버지를 잃고 난 후 의 그리움이 절절하게 베어 나오고 때로는 원망석인 독백으로도 들리지만 결국 살아갈 삶을 이끌어주는 빛과 위안의 존재인 아버지를 품고 있다여기에 시인이 해당 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또한 한 편의 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다가온다.

 

연암 박지원은 형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를 보고 싶을 때 형의 얼굴을 보았다고 고백하면서 이제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누구를 봐야할까 라면서 면면히 이어져 오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읊었다어찌 연암 박지원뿐이겠는가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이어지고 다시 그 아버지가 된 자식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놓을 수 없는 서사가 이어진다.

 

가을의 끝자락이다늦가을의 별들은 차가운 밤하늘을 선명하게 수놓을 것이다다시 그날차디찬 새벽 그보다 더 시린 손의 기억을 놓치 못하고 가끔 깨어나 바라본 남쪽하늘엔 그 별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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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아름다움
남공철 지음, 안순태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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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남공철南公轍(1760~1840)은 조선 후기 정조순조 때의 문신이다정조에 의해 초계문신에 선임되었으며,또한 패관문체를 일신하려는 정조의 문체반정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박지원박제가이덕무,유득공김조순최북이단전 등과 폭넓게 교유하였으며 불우한 이들을 위하여 전이나 묘지명 짓는 일에 힘썼다문집으로는 금릉집을 비롯하여 고려시대의 인물에 관한 전기집인 '고려명신전'을 비롯하여영웅속고’, ‘영웅재속고’, ‘귀은당집’ 등이 있다.

 

이 책 '작은 것의 아름다움'은 '금릉집'과 '영웅고'에서 가려 뽑아 번역한 것으로 '기이한 사람들이 숨 쉬는 집', '작은 것의 아름다움', '그리움을 달래는 법등으로 구분하여 엮은 책이다.

 

1부 기이한 사람들이 숨 쉬는 집에는 최북의 이야기를 담은 술 좋아하는 화가 이야기’, ‘종이 밖이 모두 물이잖소와 마당발 시인 이단전’. ‘선비가 절개를 지킬 수 없으면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과 2부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는 자신의 일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한 산문 잡목과 복숭아나무가 함께 자라는 정원’, ‘책 사 모으기’, ‘벗이 귀한 이유등의 글이 3부 그리움을 달래는 법에는 이별의 순간’, ‘아내의 빈 자리’, ‘죽은 친구의 편지’, ‘그림으로 달래는 그리움등의 글이 실려 있다.

 

하늘의 도는 온갖 사물에 두루 은혜를 베풀어서 비나 이슬을 가리지 않고 내리고군자는 남을 두루 사랑하여 다른 사람과 함께 인의 경지를 이룬단다그러므로 태산의 언덕에 소나무와 계수나무가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와 함께 자라고달인의 문하에는 어진이와 어질지 못한 이가 같이 있게 되는 법이지.” (잡목과 복숭아나무가 함께 자라는 정원 중에서)

 

정원에 잡목과 복숭아나무가 함께 있으나 이를 차별하여 관리하는 하인에게 해 주는 말이다남공철의 이 글은 그가 사람을 중시하고 유독 소외된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졌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글이다.

 

남공철은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오며 수많은 인물들과 교류했던 사람이지만 후대에 잘 알려지진 않았다.그는 특히 소외된 인물을 대상으로 한 글에 심혈을 기울였다그래서 그가 지은 전()이나 묘지명(墓誌銘)에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 담겼다사람을 귀하게 여겼던 그의 삶이 진솔하게 담긴 글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남공철의 진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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