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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나눈 대화 - 화가 전혁림에게 띄우는 아들의 편지
전영근 글.그림 / 남해의봄날 / 2015년 12월
평점 :
“극작가 동랑 유치진, 시인 청마 유치환, 시인 김춘수, 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김용익, 화가 전혁림,현대음악가 윤이상”
이들을 관통하는 중심 키워드로 퉁영이 있다. 통영이 한국 현대사의 문화예술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나타내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미륵산을 중심으로 하는 통영은 바다의 땅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나폴리라고도 불리는 통영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이기도 하다.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이 통영을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라는데 주저 없이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산과 바다, 섬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골목길 등이 문화예술인들을 키워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연속성을 이어가는 현장이라는 현실도 확인한다.
통영의 문화예술 중심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하나가 화가 전혁림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혁림(1915~2010)은 통영출신으로 시인 유치환,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하고 통영을 대표하는 당대 문화예술인들과 통영 문화 운동을 주도했다. 1993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상했으며 2003년 전혁림 미술관을 개관했다. 2010.5.25일 별세했다.
‘그림으로 나눈 대화’는 "푸른색을 사랑한 화가 전혁림 탄생 백 년, 거장의 삶과 예술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아들이자 화가인 전영근의 기억으로 되살린 아름다운 그림 편지"다.
"푸른색을 좋아하십니까?
글쎄, 푸른색으로 칠하모 마음이 편해지네. 니는 보기에 안 좋나?
아부지가 좋으시면 저도 다 좋십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길을 걸었다. 아버지와 이들이라는 관계를 넘어 스승과 제자가 되고 작품 속에서 하나가 되는 흔치않은 인연이다. 그 아버지를 기억하는 제자이자 아들 전영근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진솔하기에 그 속내가 슬픔을 넘어 새로운 작품을 대하는 마음으로 본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아버지가 예술가로 확인되는 현장도 통영을 중심으로한 문화예술인들의 당시 모습, 어머니와의 추억, 전혁림미술관이 설립되는 과정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화가 전영근의 미술관 그림 산책”에서는 아들 전영근의 시선으로 화가 전혁림의 그림을 만난다. 평생 통영에서 나고 자란 아버지에게 통영 아침 바다와 활기와 생명력은 삶의 희망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한다.이를 바탕으로 아버지가 남긴 작품 중에서 통영에 있는 전혁림미술관에 소장된 작품 스물여섯 점을 통해 화가 전혁림의 예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화가 전혁림, 나에게는 아버지이자 나를 화가의 길로 인도한 스승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모습과 예술가 친구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한없이 멋있어 보여 이 길을 선택하고 그들의 모습을 따라가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던 철없던 시절의 나, 이제야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또 절감하고 있다.”
통영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으로 수많은 작품을 완성하며 ‘코발트블루의 화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린 화가 전혁림의 작품을 만나는 기회로만 삼아도 좋을 기회를 제공해 준다.
글쓴이 전영근은 전혁림 화백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프랑스 그랑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후, 다시 통영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2003년 문을 연 전혁림미술관의 관장을 맡아 스승 전혁림의 이름으로 통영 청소년 미술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지역 청년들에게 전시 기회를 열어 주는 등 지역 문화예술을 풍성히 꽃피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