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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별곡 - 세상을 흔든 여인들의 불꽃 같은 삶
이상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여인을 넘어 주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그동안 일반적으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보는 기존의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유교이념에 따라 남편을 중심으로 하는 가정과 자녀에게 집중된 순종적인 여인상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가부장적인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개성을 한껏 발휘한 여인들에 대한 시각이 그것이다.
이상국의‘미인별곡’은 두 번째 시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대적·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간 여인”에 대한 주목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여인으로는 “무용가 최승희, 기생 가수 왕수복, 독립투사 남자현, 시인을 사랑한 여인 자야, 김부용과 매창, 자동선과 황진이, 김삼의당과 장계향, 임윤지당과 완월 이씨 부인, 초월과 마혜, 숙빈 최씨와 인현왕후, 장희빈”이 그들이다.
저자가 살피는 역사 속 기록으로 남겨진 여인들을 삶의 아름다움, 열정의 아름다움, 용기의 아름다움, 재능의 아름다움, 치열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포함한 미美를 주제로 여인들을 살핀다. 여인들이 남긴 시·서신·기록 등 사료를 기반으로 그들의 실제 삶을 복원함과 동시에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사료에 나타나지 않는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 중심에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거나 무력하게 체념하지 않는” 여인들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미인별곡’에서 주목한 열일곱 명의 여인들 중에는 익히 잘 알려진 황진이나 매창과 같은 기생도 포함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남자현이나 소설작가로 활동한 이씨 부인, 선비의 삶을 살고자 했던 장계향을 비롯하여 남편을 고발하는 상소를 올린 초월이나 머리칼을 잘라 미투리를 심었던 마혜라는 여인도 주목해 발굴해 냈다.
개인적인 관심사는 이 책 마지막 장에 등장한 세 여인이다. 역사드라마 단골로 등장하는 장희빈의 이야기에 얽힌 세 여인, 숙빈 최씨, 인현왕후, 장희빈을 등장시켜 그들의 입장에서 자신을 변호하며 당시의 정치상황과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심회를 토로한다. 숙종을 두고 사랑을 얻고자 했던 심정도 있지만 그런 상황을 불러온 권력을 향한 집단과 개인들의 이장투구도 담겼다. 매우 흥미롭게 구성된 이야기 속에는 공감하기 힘든 역사적 사실을 두고 개인적 시각도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미인별곡’의 저자 이상국의 탁월한 상상력이 동원되어 펼쳐지는 드라마와도 같은 이야기가 돋보인다.
저자가 역사 속 여인들을 등장시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하게 밝힌다. 그것은 시대적·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욕망한 여인을 재조명하여 새롭게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편견 속에 묻어두었던 인간의 본질로의 접근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성 역할도 변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도 그 변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규정되어질 것이다. 하지만 성의로 구별하여 삶의 분질까지 규정하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 인간이 인간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주목하여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인별곡’에서 역사 속 여인들을 보는 시각이 현대적인 의미성을 가진다고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