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가 - 놀부는 선생이 많다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3
이청준 지음, 조가연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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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의 선생은 누굴까?

"남의 불난 집에 가서 부채질하고애호박에 말뚝 박고길가에다 허방 놓고갓 피어난 곡식은 모개를 뽑아 놓고초상집 놀러 가서 큰 소리로 노래하고선 보는 자리 가서 험담을 떠벌이고가뭄 든 남의 논 물꼬를 뚫어 놓고채소밭에다 똥물을 싸놓고우는 아이 보면 발가락 빨리고물동이 인 여자 보면 입맞추고 달아나고달리는 사람 보면 발등걸이를 해 버리고잠자는 사람 보면 불침 놓아 깨워 놓고거지를 만나면 동냥자루를 찢어 놓고ᆢ."

 

흥부가에 등장하는 놀부의 심보를 이야기 하는 대목이다누구나 인정하는 놀부의 심술이기도 하다그렇다면 흥부는 어떨까?

 

"장가를 들고서도 집을 따로 나가 살 생각은 하지 않고 해마다 줄줄이 아이를 낳아 대어 식량을 크게 축내는가 하면어디 가서 돈 한 푼 벌어들이는 일이 없이 도리어 제 집안 물건 들어다 이웃 갖다 주기나 좋아하고별 상관 없는 남의 일 돌봐주러 다니느라 제 집안일은 일 년 가야 손 한 번 대어 볼 틈 없이 지냈다."

 

마음씨는 착하지만 생활 능력이 부족하고 허풍과 위세가 심하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흥부다우리가 아는 흥부하곤 조금 다른 이미지다.

 

이청준의 '흥부가 놀부는 선생이 많다'는 약 36종에 달하는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는 흥보가 가운데 경판본 소설 '흥부전'과 신재효의 판소리 창본 '박타령(또는 박흥보가)'에서 이야기 즐거리를 가져와 새롭게 동화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 흥부가의 근원 설화로는 중국 문헌 '유령잡조'에 수록된 신라인 형제담 '방이 설화'나 고려 시대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몽골 설화 '박타는 처녀'로 보기도 한다근원 설화가 무엇이든 수 백 년 간 우리 민족의 정서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이청준에 의해 쓰여진 동화 '흥부가 놀부는 선생이 많다'는 전래된 이야기에 시대적 상황을 적절히 버무려 판소리 흥부가가 가진 '선악의 구별이 뚜렸하고 권선징악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해학과 재미와 교훈을 살려냈다고 보인다.

 

놀부로 대표되는 고약한 심보를 사회적으로 단죄하고자 하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를 반영한 사회적 질서를 지키려는 마음이 어쩌면 놀부의 선생님은 아닐까 싶다. 흥부보다는 놀부에 더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시대와 사회가 달라지며 가치관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판소리가 갖는 의미의 한 부분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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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2
이청준 지음, 구보람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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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의 빽은 무엇일까?

"아이고아버지!"

"아니누가 나더러 아버지래여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무남독녀 내 딸 청이가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삼 년이나 되었는데어느 누가 이 봉사더러 아버지래여?"

 

"아이고아버지여태 눈을 못 뜨셨소인당수 깊은 물에 빠져 죽은 딸 청이는 히늘의 도움을 얻어 이리 살아 돌아왔는데아버지는 아직도 눈을 못 뜨지 저를 못 보시니이 일이 웬일이오어서어서 눈을 뜨고 이 청이를 보십시오!"

 

"아니청이라니네가 내 딸 청이라니죽은 내딸 청이가 여기가 어디라고 이리 살아 돌아오다니그것이 정말이냐이것이 웬일이냐내가 지금 죽어 용궁엘 들어왔느냐꿈을 꾸고 있는 게냐꿈이라면 깨지 말고꿈이 아니거든 어디 내 딸의 얼굴이나 한 번 보자그런데 이것 어디 눈이 있어야 너를 보지아이고답답해라답답해 죽겠구나!"

 

심봉사가 용궁에서 살아 돌아온 청이를 만나는 대목이다판소리 심청가의 눈대목이나 마찬가지인 장면으로 이후 심봉사가 눈을 뜨고 온 나라 봉사들도 덩달아 눈을 뜨게 된다청이의 이름이 눈망울청()이라고 한다심청의 어머니 곽씨 부인이 죽으면서 눈 먼 아버지를 봉양할 뜻을 딸에게 이름을 지어 유언으로 남긴 말에서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이야기의 대략적인 흐름만 알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판소리 '심청가'의 근원 설화로는 삼국사기의 '효녀지은 설화', 삼국유사의 '거타지 설화'와 '빈녀양모 설화등에서 찾는다이처럼 심청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 왔고 누구나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처럼 판소리 심청가는 잘 알려진 만큼 수많은 이본들이 있지만 대부분 한문과 고어로 이루어져 있어 읽기가 쉽지 않다. '완판본'과 '신재효본등이 현대어로 다시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쉬운 우리말로 풀이된 것이 아니어서 그 뜻과 맛을 알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이청준에 의해 판소리 창본 신재효의 심청가를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 '심청가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라는 동화다심청에게 무슨 빽이 있다는 것일까효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도리라는 것을 사회적 구심점으로 살았던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그 빽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판소리 심청가는 사람의 근본 도리를 일깨우는 교훈을 전해주는 심청가는 사람의 참도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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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 타령 - 옹고집이 기가 막혀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1
이청준 지음, 채진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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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누구 고집이 쎌까?

"아니, 네 아버지가 갑자기 둘이 되어 나서다니, 이것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이냐. 너희 아버지가 돈만 알고 어머님껜 불효하고, 아랫사람이나 이웃엔 늘 인색하고 모질게 굴고, 중이나 불쌍한 거렁뱅이를 보아도 적선보다 욕설과 매질만 일삼더니, 하늘이 노여워하고 부처님이 화를 내어 이런 재앙을 내렸나 보다. 너는 대체 네 아버지가 어느 쪽인지 알아볼 수 있겠느냐?"


"저도 전혀 알 수가 없는걸요. 이것이 검은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을 알아 내는 일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으니, 정말로 큰일 입니다."


"여봐라 깡쇠야, 몽치야. 뭣들 하고 있느냐. 저 놈은 필시 우리 집 재산이 탐이 나서 흉악한 꾀를 내어 내 모양을 꾸미고 들어 온 도둑놈이 분명허니 어서 당장 밖으로 끌어내어라."


"아니 저놈이 내가 할 소리를 제가 하는구나. 도둑놈은 저놈이다. 저놈을 당장 대문 밖으로 끌어 내쫒거라!"


"여보, 마누라. 임자가 좀 가려주시오. 임자도 나를 그리 몰라 보겠소?"


판소리 '옹고집전'의 눈대목이 아닐까 싶다. 판소리 '옹고집전'의 근원 설화는 '장자못 전설'과 '진가쟁주'라고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조선 중기 이항복의 '유연전'을 들수 있다.

이 세가지의 공통된 이야기 구조는
ᆞ어리석거나 인색한 인물이 나쁜 일을 저지른다.
ᆞ그와 똑같은 인물이 나타난다.
ᆞ진짜와 가짜가 서로 싸우다 진짜가 쫒겨난다.
ᆞ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진짜가 구원된다.

이청준의 판소리 동화 '옹고집이 기가막혀'에서도 이 이야기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자기 생각에만 갇혀 사는 옹고집에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옹고집이 나타났다. 어떻게 진짜를 가릴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옹고집이 기가막혀'의 중심 키워드는 '기가막혀'에 있다. 옹고집 때문에 스님이 기가막히고, 스님이 만든 가짜 옹고집 때문에 진짜 옹고집이 기가막힌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 둘을 둘러싼 아들이나 부인, 하인들 누구하나 기가막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주인공 옹고집을 비롯하여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기가막힌 상황인 것이다. 


옹고집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시회적 가치를 어겼기에 사회로부터 추방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지난 자신의 행동의 잘못됨을 깨달아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어본 적이 없는 옹고집이 자신의 몸을 솔개에게 내주려는 것으로 바뀐다. 변한 옹고집에게 부적을 주고  사건이 해결된다. 


고집이 세상살의 기준이 되어버린 옹고집의 극단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를일이다. 이 동화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와 나눔의 의미를 찾아보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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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가 - 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0
이청준 지음, 박승범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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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자라, 누굴 응원할 것인가?

"거기 계신 양반혹 토 선생 아니시오?"

"게 뉘시오누가 지금 이 토 선생을 불렀소!"

"방금 전에 댁이 나를 불렀소대체 당신은 누구요?"

"내가 불렀소나로 말하면 저 동해 물 속 나라 수궁에서 주부 벼슬을 하고 사는 별자 성씨의 자라 별주부라 하오그런데 토 선생 토끼가 틀림없소?"

"그렇소우리 조상도 옛날 달나라에서 장생약을 다루는 벼슬을 한 일이 있어 세상에서 흔히들 그렇게 부르지요."

 

삼국사기 '구토지설'에서 비롯되었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수궁가의 절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교훈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기능을 갖춘 우화인 동시에 속고 속이는 설화의 재미도 갖춘 지혜를 담고 있다.

 

17세기 이후 조선 후기에 등장한 판소리는 소리발림아니리로 구성된 새로운 예술분야로 자리잡았다.일반 백성에서 사대부들까지 그들의 감정과 의지사회 풍조에 대한 비판과 저항 정신을 담았다이를 소리꾼들의 소리에 의해 판을 벌려 감정과 의지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였다이 판소리에 담긴 조상들의 정신을 동화를 통해서 새롭게 접하고자 한다.

 

용궁 용왕이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치료방법이 없던 차육지의 동물 토끼의 간이 유일한 치료약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가 육지로 나와 토끼를 만나 꼬득여 용궁으로 데려간다용궁에 도착한 토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신세로 전락하지만 지혜를 발휘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천신만고 끝에 다시 육지로 나온 이야기가 흐름의 중심을 차지한다.

 

토끼야용궁 벼슬가자는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작가 이청준 선생님이 새롭게 동화로 꾸몄다이야기의 맥락은 같이하나 재미와 교훈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주고받는 대사보다는 설명조의 이야기가 흐름을 이끌고 있다동화라고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대목도 있어 보인다.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세계가 인정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자치를 인정받았으니 정작 판소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내에서는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가 한다이런 마당에 동화로 재구성된 판소리 이야기는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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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공 -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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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소리꾼 배일동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로 만났다글에 담긴 사유와 성찰의 깊이에 매료되어 유심히 살피는 중 댓글로 소통하기에 이르렀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의 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그러다 너무 늦지 않은 우연한 기회에 아주 작은 무대에서나마 열과 성을 다하는 그의 소리를 들었다.

 

힘 그리고 혼’, 그의 소리를 듣고 그를 생각하면 당찬 모습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다힘 있는 소리가 담고 있는 소리의 혼을 만난 것이다이 책 독공은 소리 인생을 살며 우리 판소리에 대한 그의 마음을 담아 그동안 써 놓았던 글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독공'은 소리꾼이 스승에게 배운 소리를 가다듬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은 말한다.“ 하지만그것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을 일컫는다는 것이 아님을 안다판소리의 세계에서일상생활에서세계 각지를 누비며 소리판을 벌이는 그 모든 과정이 그에게는 독공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그의 소리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 정립의 산물이 이 책으로 발간된 것이리라그의 소리를 보고 만지듯 책장을 펼친다.

 

재주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정성스러운 공부다

소리꾼 배일동은 26년간 판소리와 함께 수많은 국내외 공연을 해왔으며, 7년간 산속에서 홀로 독공을 했다그 과정에서 소리하다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바위에 기대어 묻고 또 물었다의심을 품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 결과 우리 소리에 담긴 선조들의 감정과 의지를 읽어냈다그것은 바로 엄청난 우주적인 질서를 판소리의 율려(律呂)에 담아놓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선후배와 우리음악이 주는 다양한 감정의 전이를 누리고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면 좋을 내용들을 골라 글로 옮기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여기에는 소리꾼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일화를 포함하여 독공백미재덕겸비와 같은 창을 통해 스스로 갈고 닦은 소리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소리꾼과 공동운명체라고도 할 수 있는 귀명창스승과 제자고수 등에 관한 정의로부터 서로 어우러짐에 대한 올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뿐만 아니라 전통음악인 우리음악이 안고 있는 현재의 문제와 이를 극복해갈 대안에 이르기까지 심사숙고한 음악인으로 자시고백과 더불어 대안 있는 성찰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소리의 길이 사람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쉼 없이 터벅터벅 걸어갈 뿐이다이처럼 한낱 세상의 명성을 쫓지 않고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의 갈 길이다.”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려는 독공의 길 위에 선 소리꾼 배일동그의 책 독공'에는 그의 26년 소리인생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판소리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그리고 우리음악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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