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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쌓았다. 서툰 손길이어도 상관없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돌을 모아 기단을 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잘라놓은 대나무로 발을 엮어 기둥 사이에 걸고 앞 뒤로 흙을 발라 틈을 메운 뒤 최신식 함석 지붕을 얹었다. 비로소 온전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덧없이 흐르는 동안 대나무발을 감싸던 흙은 온 곳으로 돌아가고, 당시로썬 최신식이었을 함석지붕도 눅이슬고 뒤틀려 햇볕들고 빗물이 지나가는 길까지 내어주었다. 그리운이의 소식을 전해줄 집배원도 찾지않은 우체통은 이제는 다문입을 열 일도 없다.

지켜봐주는 눈길도 사라진지 오래, 지나가는 낯선이는 휴대폰으로 어린시절 기억만을 담아갈 뿐이다.

이것을 알아주는 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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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닿을 수 있는데 천리길을 가는 모양으로 더딘 걸음이다. 지나온 시간 되돌아보면 오랜 기다림으로 맞이했지만 찰나에 지나지 않았던 지난밤 두개의 별똥별과 눈맞춤하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살아오고 살아갈 시간의 그 많은 수고로움은 별똥별이 스치는 순간의 감동과 열정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별똥별이 지구에 도착하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천리길 가는 발걸음으로 오늘 하루를 건넌다.

아직 내 삶에는 지나가야하는 모퉁이는 여럿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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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로움으로 하루를 건너온 더딘 몸은 바닥을 모른다고 가라앉고 그 몸을 다독이는 마음은 먼 산 그림자에 저절로 스며든다. 

까마득할 정도로 멀고 깊다. 그 끝에 시선이 닿는 동안 마음은 아득히 깊어진다. 깊어지는 마음 자리에 자리잡은 기억은 아스라하다.

붉은 노을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산 그림자에 기대어 하루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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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酒飮敎微醉後
好花看到半開時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다. 은근함과 기다림에 주목한다.

아침 이슬에 깨어나는 꽃봉우리가 곱고 이쁘다. 이슬을 채 털어내지 못하고 햇살을 한껏 받았다. 수줍게 속내를 보이지만 허투른 몸짓이 아니라는 듯 야무지다.

대개는 화양연화의 순간만을 꿈꾸기에 만개한 꽃에 주목한다. 서둘러 만개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알까. 다하고 나면 지는 일만 남는다는 것을ᆢ. 

이제는 안다. 화양연화의 순간보다는 절정으로 가는 과정이 아름답다는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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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향하는 여름밤, 견우와 직녀가 소나기에 기대어 만났던 칠석을 하루 지난 달이다. 여름볕에 익어가는 마음이 보름달로 여물어 가는 달을 닮아 가슴 속으로 가득 차오른다. 

낮이 밤으로 가고, 여름이 가을로 가고, 달이 차오르고, 때를 만난 꽃봉우리가 스스로 열리는 것처럼ᆢ.

달에 기대어 안부를 전하는 것도
다ᆢ그대에게 저절로 가는 나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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