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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아침 햇살을 버티는 힘이 제법 쎄다.
지독한 안개로 더딘 아침을 맞이한다. 반도의 동남쪽은 무참히 쓸고간 '차바'의 뒷끝이 맵고 어지럽기만 하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왕이 근신하는 뜻에서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여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인 것을 감선減膳이라 했다

지진에 이어 태풍까지 자연재해를 대하는 옛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떠울려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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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강을 건너다.

때아닌 비와 바람으로 여린 사람의 가슴을 무참하도 헤집어 놓더니 너도 무안했던 것이리라. 
이리 붉은 속내를 비치는 것이ᆢ.

긴 하루 무사히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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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與人'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

그러나 벗을 잃는다면 행여 내게 눈이 있다 하나 내가 보는 것을 뉘와 함께 볼 것이며, 행여 내게 귀가 있다 하나 내가 듣는 것을 뉘와 함께 들을 것이며, 행여 내게 입이 있다 하나 내가 맛보는 것을 뉘와 함께 맛볼 것이며, 행여 내게 코가 있다 하나 내가 맡은 향기를 뉘와 함께 맡을 것이며, 행여 내게 마음이 있다 하나 장차 나의 지혜와 깨달음을 뉘와 함께하겠나?


종자기가 세상을 뜨자 백아는 자신의 금을 끌어안고 장차 뉘를 향해 연주하며 뉘로 하여금 감상케 하겠나? 그러니 허리춤에 찼던 칼을 뽑아 단번에 다섯 줄을 끊어 버려 쨍 하는 소리가 날밖에. 그러고 나서 자르고, 냅다 치고, 박살내고, 깨부수고, 발로 밟아, 몽땅 아궁이에 쓸어 넣고선 불살라 버린 후에야 겨우 성에 찼다네. 그리고는 스스로 물었다네.


"속이 시원하냐?"
"그래, 시원하다."
"엉엉 울고 싶겠지?"
"그래, 엉엉 울고 싶다."
그러자 울음소리가 천지를 가득 메워 종소리와 경쇠 소리가 울리는 것 같고, 흐르는 눈물은 앞섶에 뚝뚝 떨어져 큰 구슬 같은데, 눈물을 드리운 채 눈을 들어 바라보면 빈산엔 사람 하나 없고 물은 흐르고 꽃은 절로 피어 있었다네.


내가 백아를 보고서 하는 말이냐구? 그럼, 보다마다!


*연암 박지원의 글 '여인與人'의 뒷부분이다. '벗 잃은 슬픔'을 이렇게 펼쳐놓았다. 먼저 간 아내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다는 말 이후에 이어지는 문장으로 친구 없이는 나도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겼다. 친구의 소중함을 논하기엔 옛날과 지금을 비교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토록 애틋한 심사를 밝히는 것 역시 오늘날에는 접하기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연암의 문장 중 백미가 아닐까 싶다.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에서 절현지비絶絃之悲라는 말이 유래했다. "자기를 진정으로 깊이 이해해 주는 사람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하는 점, 또한 이 세상에서 자신과 정신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점, 그리하여 그러한 존재를 상실했을 때의 슬픔이 얼마나 큰가 하는 점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내가 백아를 보고서 하는 말이냐구? 그럼, 보다마다!"

이런 마음을 갖는다는 것, 어찌 부럽지 않을 수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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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핀 꽃

물매화 보러 가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을 타박했더니 땅 위에 피는 꽃만 꽃이 아니라는듯 이렇게 붉어지나 보다.

꽃 보듯 하늘의 붉은마음과 눈맞춤한다.
그대도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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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아

바야흐로 버섯은 계절이다. 더욱 요며칠 비까지 내려 습기가 풍족하니 숲 속엔 각양각색의 버섯이 우후죽순 격으로 솟아 올랐다.

많은 이들이 싸리, 송이, 느타리, 노루궁뎅이 등 온갖 진기한 식용버섯으로 부러워하기를 부추키지만 내겐 아직 버섯을 구분할 재주가 없어 욕심나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에서 만난 이름모를 버섯이다. 색감과 모양이 마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무엇이든 제 때를 맞춰 나고 자라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사람도 때를 알고 나아가고 물러서야 한다. 때를 잘못 알아 어설프게 한 행동은 창피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를 둘러싼 모두에게 두고두고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뒷산 밤나무 숲으로 버섯구경이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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