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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생각하고 기원하는 바가 쌓여갈수록 그 공간은 깊이와 넓이를 더해간다. 사무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 도달하는 끝에 그리움이 있다.

그립다는 것은 쌓인 시간의 겹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감정이며 맑고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의지다. 가슴에 품은 순간순간이 쌓여 변화를 가져온 결과가 다시 그리움으로 쌓여간다. 하여, 쌓인 그리움은 오늘을 살아갈 힘이다.

당신을 그리워함은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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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酒飮敎微醉後 미주음교미취후

好花看到半開時 호화간도반개시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다. 은근함과 기다림에 주목한다.

햇살 품은 꽃봉우리가 곱게도 열린다. 꽃문을 열개하는 것이 빛일까 온도일까. 서툰듯 수줍게 속내를 보이지만 허투른 몸짓이 아니라는 듯 야무지다.

대개는 화양연화의 순간을 꿈꾸기에 만개한 꽃에 주목한다. 결과의 달콤함을 얻기 위해 서둘러 만개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알까. 피고 나면 지는 일만 남는다는 것을ᆢ.

이제는 안다.

꽃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이 화양연화인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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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十月로 쓰고도 시월時越로 이해한다. 여름과 겨울, 뜨겁고 차가움 그 사이의 시간이다. 시월十月에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나와 다른 나 사이의 관계와 틈에 주목한다. 그 안에서 무엇으로 만나 어떤 향기를 담을지는 어제를 살아오며 이미 정해졌으리라.

'어제와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더없이 맑고, 한없이 깊고, 무엇보다 가벼운 시월의 시간과 마주할 것이다. 그날이 그날이지만 한순간도 같은 때가 없는 시간, 하여 시월時越이 필요한 이유다.

금목서 향기로 시월十月을 맞았다.

시월時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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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비, 꾸물거리던 날씨가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덩달아 마음도 걸음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주춤거린다.

흐린 하늘 안에도 맑고 투명한 빛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경험치가 쌓여 한결 느긋해진 마음자리 덕분이다. 시선이 닿는 곳에 이처럼 마알간 빛으로 미소짓는 얼굴 있다. 산을 넘는 발걸음이 늘 바람보다 앞서는 이유다.

하도 이뻐 님 보듯 자꾸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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眉宇間 隱然帶出澹沱水平遠山氣色 方可與語雅致

미우간 은연대출담타수평원산기색 방가여어아치 이흉중무전벽

얼굴에 은근하게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과는 더불어 고상하고 우아한 운치를 말할 수 있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문장의 온도'에서 한정주는 이덕무가 언급한 사람과 같은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속의 '한스 숄'과 '조피 숄',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 속의 '카를 마르크스', '레닌의 추억' 속의 '블라드미르 레닌', '옥중수고' 속의 '안토니오 그람시', '동지를 위하여' 속의 '네스토 파즈', '아리랑' 속의 '김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속의 '신동엽',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속의 '김수영',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속의 '전태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속의 '윤상원', '나의 칼 나의 피' 속의 '김남주' 가 그들이다."

한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무리들을 본다. 속내는 감춘 채 명분을 앞세우나 이름 걸고 제 뜻을 밝힐 용기도 없다. 자신의 영리추구 이외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버릴 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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