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일까?
평소 유명인들의 잠언이나 그에 얽힌 고사 성어 등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짧은 문장으로 함축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과 지혜를 얻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그런 글이 주는 심리적 단절감에서 비롯된 나만의 버릇이라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때론 장황한 말 대신 짧은 문구가 담고 있는 핵심의 묘미는 거부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편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듣는 상황에서 유용한 것이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신 일상을 살아가는 도중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경우 이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요사이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제기되는 학문과 인간의 삶에 관한 관계를 개선하고 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인문학과 사람의 연결을 시도하고 상당한 성과를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단에 머무르던 인문학을 사람의 삶 깊숙이 가져와 사람들의 실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노력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여전히 한정된 시공간에 머무르고 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가치관에 의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알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도 싶다.
몇몇 출판사에서 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이에 걸 맞는 내용으로 책을 꾸며 독자와 만나게 하는 기획이 펼쳐지고 있다. 문학동네의 '키워드 한국문화', 다섯수레의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토트출판사의 '토트아포리즘' 등이 그것이다. 출판사의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의 현재를 살펴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토트출판사의 '토트아포리즘' 시리즈로 발간된 이 책 '시인, 시를 말하다'는 시와 관련된 아포리즘을 모아 소개하며 시인인 저자의 생각을 더하여 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아포리즘'이란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명상물로서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긴 문장의 설교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경구(警句)나 격언(格言), 금언이나 잠언(箴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시인인 저자는 '시'에 대한 정의와 관련된 문구를 발견하면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다른 이들이 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바탕으로 시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시도 했다고 한다. '시인, 시를 말하다'는 그런 수고로부터 얻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의 시에 대한 정의를 모았다. 18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정의에 저자 고두현 시인의 덧붙임이 추가되어 시를 이해하는데 맛을 더해주고 있다.
"시라는 것은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본디 비겁하다면 제 아무리 고상한 표현을 해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사상이 본디 협애하다면 제아무리 광활한 묘사를 하려해도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 정약용(1762-1836), 증언(贈言)
저자가 인용한 정약용의 글이다. 이는 시뿐만 아니라 모든 글이 담아야할 근본 요소가 아닌가 싶다. 짧은 시어로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시인들 뿐 아니라 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공유하고자 하는 누구나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시인의 독특한 시각과 이를 담아내는 시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불러온다. 그로인해 시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미래를 꿈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대가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아포리즘을 통해 그 가치를 체험할 기회가 되었으며 싶다. 시말고도 철학, 예술, 역사, 문학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발간되는 아포리즘 시리즈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