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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평점 :
이 가을, 누구랑 함께 떠날까?
새벽안개가 농도를 더해가며 밤낮으로 기온차가 심하다는 것을 느끼면 벌써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환절기마다 겪게 되는 계절앓이를 치루며 변화를 실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뒤숭숭해 지는 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일상으로부터 떠남이 아닐까. 특히, 무덥던 여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정상적인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일상으로부터 잠시 떠남일 것이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나들이 또는 여행의 계절이 온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미 단풍 소식을 전하며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 바람을 불어 넣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해도 어디로 갈지 누구랑 갈지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고 있는 책이 있다. 다양한 층으로부터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인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동행하며 풍경을 느끼고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조정래, 박범신, 하일지, 하성란, 김탁환, 김용택, 강은교, 이문열, 김주영, 성석제, 이순원, 정호승, 고은 등 열다섯 명으로 이름만으로도 이미 흥미를 넘어선 무엇이 있을 것 같은 걸출한 문인들이다. 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이 여행길에 동행한 사람들로는 영화감독 정지우,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 가수 유열, 연기자 김창숙, 소리꾼 장사익, 변호사 김병준, 개그맨 남희석, 산악인 엄홍길, 배우 김현식, 박철민, 화가 이종구 등이다.
그들이 친구와 함께 간 곳은 전라남도 완도, 전라북도 부안, 강원도 양양, 전라북도 김제, 경상북도 안동, 영양, 경상남도 진해, 경상북도 울진, 강원도 강릉, 경상남도 거제, 경상북도 경주, 경상북도 단양, 강원도 평창, 경상북도 상주, 전라남도 화순, 강진, 전라북도 군산 등이다. 작가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고 고향보다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풍경이 주가 되는 곳도 있고 기억이 주인공이 되는 곳 또는 맛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 여행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담아 두고 있어 혹 그곳을 찾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모두 사람이 있다. 그 사람으로 하여 특별한 여행이 된다. 동행한 일행과의 인연이나 여행 중 쌓여가는 우정이 더해지며 이야기가 더 풍성해 진다. 또한 작가들은 작가로 성장하는 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이 여행지의 풍경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이야기가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들에 대한 이미지에 폭과 넓이를 더해가며 독자들로 하여금 한발 더 작가와의 심적 거리를 좁혀주고 있다.
풍경, 기억, 인연, 맛 등 여행의 갖가지 묘미를 한권에 모아 놓은 듯 한 이 책이 더 주목되는 이유는 여행지 보다는 사람의 기억이 아닌가 한다. 이렇듯 여행은 시끌벅쩍한 분위기의 혼란스러움 보다는 사람의 기억과 풍경 그리고 가슴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작가들이 떠난 여행지를 찾아 갈 수도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여행을 다녀왔듯이 우리 모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
또한 여행은 ‘어디’가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구’와 갈 것인지도 빼 놓을 수 없다. 혼자여도 좋지만 특별한 누구와의 여행은 더 좋지 않을까? 다가오는 여행의 계절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할 여행을 꿈꾸게 된다면 이미 그 사람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여행의 맛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