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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
임희숙 지음 / 스테디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마음으로 공감하는 그림과 시의 만남
세상을 특별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자신들만의 시각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비롯한 모든 감정을 담아낸다. 하여 그들은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일깨우며 그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름하여 예술가들이 그들이다. 문학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들의 가슴에 담겨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은 그래서 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각기 특색 있는 감성으로 사람들과 만나온 문학, 그림, 음악 등은 이제 자신의 분야만을 고집하거나 머물러 있지 않고 서로의 벽을 허물어 소통하고 있다. 음악이 그림을 만나고(‘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노엘라 저, 나무수 발행, 2010), 그림이 문학을 만나고(‘그림 문학에 취하다’, 고연히 저, 아트북스, 2011), 그림과 시가 만난다. 이처럼 같으면서도 다른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독특함을 독자들과 나누며 새로운 상상의 세상을 안내하고 있다. 다르지만 같은 그것은 사람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다. 그림과 시의 만남은 어떤 새로운 세상을 펼칠까?
‘황홀 :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의 저자 임희숙은 그림과 시의 만남이 만들어 주는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그림 속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본성에 대한 감상을 현대 시인들이 세상과 만나며 삶의 진정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키워드로 만나게 한다. 조선시대 특색 있는 화가의 그림과 시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세상을 읽어가고 있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가 만들어 낸 그림과 시의 조합으로는 이성복의 시와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승훈의 시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문태준의 시와 양팽손의 산수도, 오규원의 시와 신잠의 탐매도, 이진명의 시와 이불해의 예장소요도, 김명인의 시와 이상좌의 송하보월도, 오탁번의 시와 이경윤의 월하탄금도, 박형준의 시와 윤정립의 관폭도, 김혜순의 시와 김명국의 달마도, 송찬호의 시와 이명욱의 어초문답도, 최승자의 시와 윤두서의 자화상, 장석남의 시와 최북의 공산무인도, 황지우의 시와 정선의 금강전도, 신경림의 시와 심사정의 파교심매도, 양문규의 시와 이인상의 설송도, 함민복의 시와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송재학의 시와 신윤복의 주유청강, 정일근의 시와 김정희의 세한도, 최정례의 시와 전기의 매화초옥도, 정진규의 시와 장승업의 고사세동도 이렇게 20쌍의 만남이다. 이 만남을 무릉도원의 서정, 양인과 천인의 시대, 내 광기를 잠재워라, 내 안에 풍경이 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으로 분류하고 이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가 풀어가는 이야기로 이런 만남을 주선한 것은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당나라 시인이자 화가였던 왕유의 그림을 보고 한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 가 근거가 된다. 조선시대 화가의 그림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현대 시인의 시와 연결시키는 저자의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의 삶에 대한 성찰이 중심을 이룬다. 그림과 시의 만남이 가능해 지는 통로가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 통로를 통해 저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세계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게끔 한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림과 시가 담고 있는 정서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삶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것은 이런 화가나 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곤란을 겪게 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과정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집중성과 특별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 그 결과가 그림으로 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과 시에 담긴 이 이야기를 시공간을 초월하여 읽어낸다. ‘황홀’은 이런 만남이 주는 감정을 담아낸 제목으로 읽힌다. 그만큼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이 크다는 것이리라. 저자의 독특한 시각, 풍부한 상상력은 그림과 시가 가지는 이야기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