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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여행은 그리움이다
수 천 년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해 온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사상가와 선각자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해 왔다. 그 결과 그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각기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 많은 사상과 이론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니 영향을 주기나 했을까? 그렇다면 여전히 삶의 진정성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인간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기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인간은 늘 자신의 본성에 대한 의문과 성찰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사람에 따라 부지기의 수로 나타나고 그 중에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돌아가고 싶은 그곳은 어디일까? 사람에 따라 그곳은 집이며 고향이며 헤어진 연인이며 어머니의 품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표면적인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의 귀소본능의 출발은 어디일까? 아마도 이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옛 기억이 유전자를 통해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조건을 마련해 오면서 인간 나름대로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 문화 속에 여전히 자연의 일부로 살아오며 쌓아온 인간의 바탕이 존재한다. 하여, 인간의 귀소본능의 출발점이면서 귀착지가 자연의 일부로 포함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행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그 여행의 길 위에는 대자연의 넉넉한 품이 있고 그 길을 걸어가는 인간이 공존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저자 함길수의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라는 여행에세이에서 대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확인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사진 속의 풍경과 사람의 모습만으로 이미 저자가 말하고 싶은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어 보인다. 마다가스카르, 우간다, 모로코, 터키, 미얀마, 노르웨이, 방글라데시, 케냐, 뉴질랜드, 알래스카,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이 나라들이 저자 함길수가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에 담고 있는 나라들이다. 대자연의 거대한 풍경과 더불어 인간의 치열한 삶이 공존하며 지구를 이룬 모습이다. 책 제목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에서 사람은 그리움을 찾아 여행의 길 위해서 서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으며 삶의 본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이 담겨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은 대자연의 풍경과 사람들의 치열한 삶만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여행자 자신이 스스로를 만나는 것이다. 현실의 삶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절망, 두려움과 같은 문제에 대해 회피가 아닌 직면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의 본질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레서 여행을 통해 얻는 감정은 다시 현실로 돌아갈 힘이 되며 또 다른 여행을 나설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그리움을 향해 떠났던 발길이 다시 가슴속에 가득한 또 다른 그리움을 안고 현실로 돌아온다.
지구를 돌아 먼 발걸음을 찍으며 여행길에서 저자가 자신과 마주했던 성찰의 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이 여행에세이에는 사람의 따스한 온기와 향기를 담고 있다. 그 온기와 향기는 형형색색의 대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절묘한 어울림이 이루어 내 여행의 길에 나서길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떠날 수 있는 용기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