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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을 부탁해요'
-오견규, 한희원, 박태후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3인 초대전

 

 

 

 

따사로운 봄 햇살과 가장 닮아있는 화가 세 분에게 로터스 갤러리의 봄 날을 부탁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은 캔버스와 화선지에 아름다운 생명력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심어달라고 했습니다.
- 이이남

 

 

2015.3.12~4.16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봄볕 따스한날 도심에 위치한 사찰, 무각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향기를 앞세운 눈 앞에 펼쳐진 매화의 모습은 그 대로 봄이다. 매화의 제모습 다 드러내지 못한 봄날 진달래도 제 빛을 낼 준비만 하다. 그래도 어찌 봄 맞이하는 설래임이 없을까? 겨울웃을 떨치고 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듯 볕좋은날 그 봄을 담은 그림을 만난다.  세 사람 각기 세가지 풍경으로 봄을 담았지만 어디 그 새 사람뿐일까? 봄을 그리는 모든 사람들은 제 각기 봄의 모양과 향기를 간직하고 그곳으로 가고 있다.

 

봄을 맞이하는 풍경이 제 각각이어서 더 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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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을 보았는가

 

 
개기월식이라고 붉은 달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늘 다른 모습의 달이지만 달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있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른 달로 느끼게 할 뿐이다. 달에 주목하며 살아온 시간이 제법 된 나에게 달을 담은 그림 하나가 언제나 머릿속에 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아주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다. 이른 퇴근으로 억새 사이로 반짝이는 석양을 바라보다 익숙한 무엇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분명 비슷한 이미지를 어딘가에서 봤는데...잠시 후 김홍도의 그림 한 점이 오버랩 되었다.

‘소림명월도’ 우리가 익히 아는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다. 풍속화가로 인식된 측면이 강하지만 산수, 인물, 화조, 시 등 다양한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 ‘소림명월도’를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하면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하게 보이는 풍경이고 눈을 사로잡을만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강한 끌림이 있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현장감이 살아있다. 겹쳐진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가려져 있지만 그 존재가 확실히 드러난다. 조선시대 유명했던 산수화, 진경산수와는 다른 맛이 분명하다. 일상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으나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함 보다는 달과 나뭇가지들이 품어내는 아우리가 심상치 않다.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을 넘어선 경지가 있다.
 
살아 당시 이미 절정기에 이르고 왕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화가 김홍도에게는 자신을 거듭나게 할 무엇이 필요했을까?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계절이 가을이다. 자연뿐 아니라 사람도 이와 닮았다. 유독 가을을 건너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더 튼 울림으로 전달되는 성찰의 이미지가 전해진다.

김홍도를 김홍도답게 알게 하는 가장 어울리는 그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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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 가까이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어쩜 행운일 것이다. 시골로 이사를 결정하면서 주변에 미술관이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는 옥과미술관이 그곳이다. 도립전라남도옥과미술관이 정식 명칭이다.

 

옥과미술관은 아산 조방원 화백이 평생동안 수집한 간찰 5770점, 서첩류 99점, 설리대전 목각판 939점과 부지 4200여평을 1988년에 기증하여 설립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외 소장품으로 백제, 통일신라시대 암 수막새 6점, 고문서 2점, 전라남도 중진작가 작품, 역대 전라남도 도전 대상 수상작품 80여점, 탁본 44점과 함께 1996년 9월 문을 열었다. 1층은 광주 전남ㅣ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의 전시회를 여는 공간이며 2층은 아산 조방원의 작품과 기타 소장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지금은 2012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발표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2012. 11. 24~2013. 1. 31까지다. 참여작가로는 김명우, 김형진, 박세희, 이성웅, 이재덕, 이진희, 임현채, 허수영, 브라이언 헌터, 이하윤 등이다.

 

*도립전라남도옥과미술관

  전남 곡성군 옥과면 옥과리 산 1-3

  전화 : 061-363-7278

*관람시간

  3월~10월 : 09:00~18:00, 11월~2월 : 09:00~17:00

 

 

옥과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사찰 성륜사다.

성륜사는 2003년 입적하신 청화(淸華)스님이 1990년에 창건하여 대웅전, 지장전, 금강선원, 일주문, 정운당 등이 완공되었다고 한다. 설산으로 둘러쌓인 아늑한 곳에 고만고만한 크기의 법당들이 자리잡고 있어 사찰을 거닐면 품속에 안긴 듯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특히 지장전의 문살은 형형색색 화려함 속에서도 단아함을 느끼게 하여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보곤한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겨울 산사의 고즈넉함을 전해주고 있다. 눈길을 헤치고 사찰을 찾은 불자들의 공부하는 소리가 방문을 넘어 온다. 추운 겨울 눈까지 내려 험한 길을 나선 이들의 가슴 속에 무엇이 담겼을까? 부처님의 지혜로 벅찬 현실을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산길을 내려 오는데 지난 늦가을 온 계곡을 넘쳐 흐를 정도로 향기를 내어 놓았던 은목서의 향기가 전해 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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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사이 내린 눈이 햇살에 녹아 내린다. 눈 앞에 펼쳐진 설경이 하도 아까워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마음은 그래도 포근하기만 하다. 이곳 연화리로 이사한 후 두번째 겨울이지만 첫번 겨울은 여유없이 지나다 보니 계절이 주는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듯 싶어 올해 들어선 주변 정취에 눈길을 자주 주게된다.

 

이곳 연화리 연꽃이 핀 듯 나즈막한 산들이 둘러싼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지명이 연화리다. 그렇다고 답답함을 주는 산중 마을은 아니고 탁 트인 시야까지 확보된 곳이다. 마을이름도 마음에 들고 주변 경치도 마음에 들어 점점 더 정이가는 곳이다.

 

집에서 나와 마을 뒷길을 통해 용주사라는 암자를 찾아가는 길이다. 용주사는 막결혼하고 신혼시절 처 이모님의 안내로 와본 곳이다. 아주 조그마한 암자이지만 독특한 지형과 암벽이 만들어 놓은 자연동굴까지 있어 특이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런 인연이 있었지만 이 곳에 이사한 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눈 내린 이 겨울 그 눈이 아까워 길을 나선 김에 용주사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마을 뒷길을 따라 가다가 마을을 내려다 본다. 손 닿을만한 저곳에 내가 사는 곳이다. 멀리 관음사가 있는 산도 보이고 햇살이 전해주는 눈부심으로 나무 잔 가지에 쌓인 눈이 더 빛을 발한다. 아무도 지나간 적이 없는 눈길을 따라가다 보니 발자국이 보이는데 오다가 다시 돌아간 듯 끊겨있다. 등선이를 넘어서자 한 사람이 앞서 걷고 있다.

 

이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데 아직 인사를 나누지 못했기에 서둘러 그 분 곁으로 다가 선다. 지난해 이사온 사람이라며 인사를 나누는데 산책 나선 길이냐며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용주사 찾아간다는 이야기에 눈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사이 그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은근

한 마을 자랑이 담겨 있다. 매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이길을 걷는 다는 어르신은 내게 산책하기 좋은 길들을 이곳 저곳 알려주신다. 생각치도 못한 동행을 만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용주사에 도착했고 어르신은 다시 길을 돌아 가셨다.
 
용주사는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에 소재한 조계종 송광사 말사라고 한다. 연화산 기슭에 자리한 곳이라는데 연화산이 얼마전에 올랐던 연산을 일컽는 말인지 확실하지 않다. 연산의 아랫동네에 해당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연산을 오를때도 느꼈지만 연산은 분명 바위산이다. 이곳 저곳 사람을 압도하는 바위들이 산재해 있다. 용주사는 엄청난 크기의 바위들이 주인처럼 버티고 있다. 바위밑에 약수가 흘러 나온다. 지난밤 추위에도 얼지 않고 달콤함을 전해주는 물이다. 약수가 나오는 바위 위에 고드름이 한창이다. 또한 바위틈에 앉은 부처의 모습이 앙증맞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난 길을 올라 대웅전 앞에 섰다. 왕대가 숲을 이룬 이곳은 또다른 눈 정취를 전해준다. 눈 앞에 펼쳐진 설경은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암자의 고즈넉함과 잘 어울린다. 겨울 정취의 맛을 한껏 전해주는 것으로 대나무에 쌓인 눈을 놓칠 수 없다. 이곳에서 보는 눈 쌓인 대나무도 절경을 이룬다.

 

  

 

암자에서 내려오는 길은 혼자다. 햇살에 눈이 녹는 것이 안타까워 나섰던 길이지만 다시 눈이 내려 눈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산길의 호젓함을 방해하는 고속도로 소음을 피해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겨울산 그것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정취를 더해주는 이 맛이 참 좋다. 다음 기회에 어르신이 알려준 길을 걸어서 이곳을 다시 찾아 보고 싶다. 그때는 봄의 새싹이 반겨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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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2일(화)~4월 19(화)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자운영 흩날리고 67*67cm


자운영 흩날리고 73*73cm


자운영 흩날리고 94*53cm


정토로 가는 길 63*126cm


고향 - 그리움 25*74cm 
산사에 봄 오고 24*27cm 

내 고향은
백제의 향기가 서린 곳
모란꽃 속에 영랑의 구수한 사투리가 묻어나는 곳
초당마루에 앉아 '민이 근본이다' 다산의 가르침을 배우는 곳
백련결사가 동백꽃처럼 맺혀 만덕사 고승의 독경소리에 눈물처럼 지는 곳
청자의 신비스런 빛깔과 옹기의 찰진 빛깔이 갓 잡은 전어에 베어 나오는 곳
구강포 건너 아련히 다가오는 섬들이 절경을 이루며
강줄기와 바다가 만나 아름다운 산과 들에 후한 인심이 땅심으로 나오는 곳
그 곳
내 고향
(작가의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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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남도의 봄은 이렇게 온다고 외치는 듯
화폭가득 봄이 담겼다.
마량의 바다를 거슬러 올라 땅에 온기를 내려 놓은 첫 발이
강진 땅의 대지를 적시는 그곳은
더딘 걸음 디뎌 북으로 북으로 
봄이 올라가는 시점일 것이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들판 가득 자운영이 피어 향기를 전하는 출발점일 것이다.

그렇기에 화가의 가슴 속엔 온통 봄을 맞이하고
그 기운에 녹아 내리는 차디찬 겨울을 
내 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화면 가득 번지는 봄빛이 너그럽다.
사람들 역시 그 봄빛에 취해 
봄 풍경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마치 자운영 흐드러진 벌판에 누어
먼 곳 가슴에만 머물고 있는 아지랑이를 발견하는 눈길처럼
 봄 햇살 가득한 평화로움이다.

봄은 더디오기 마련이다.
겨울을 지낸 사람들의 마음에 기다림으로 지칠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봄은 어느덧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무엇이든 마음 다해 기다리는 것은
봄처럼 더디온다.

화가는 더딘 봄을 당겨왔나 보다.








상무대 군인들의 두손 모은 마음이 머물던 무각사는
이제 광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제법 너른 품이 차별없이 반겨주는 곳으로 변한 그곳에
로터스갤러리(LOUST GALLERY)가 있다.
연꽃갤러리, 연꽃의 마음을 담아내고 싶은 것일까?
불심을 말하기 전 
사람의 마음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무심의 여유가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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