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가 푸른낙타가 기거하는 곳에서 정담이 이어진다. 난로에서 나무 타는 소리가 정겹다. 나무 물고기가 사열하며 거드는 시간, 포근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이 고요하다.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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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 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 낼런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도 몰라, 그것도 몰라!

*박재삼의 시 '한'이다. 나무에 기댄다. 애환과 그리움으로 여전히 내 안에 살아 꿈틀대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에게 전해질 마음이 열매로 맺힐 수 있어 그 사람의 안마당에 들어가고 싶다. 그것도 감나무쯤은 되야 가능한 일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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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아득하면 되리라 

해와 달, 별까지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박재삼의 시 '아득하면 되리라'다. 인위적으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기에 속타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으랴. 냉수 한 사발 들이마시고 진정된 마음으로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본다. 그 손 잡을 나와 같은 이가 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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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몇 번이나 세월에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말자
그만 생을 꺽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송경동의 시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다. 무엇이든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에 집중해 보자.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늘 현재진행형이니 오늘에 충실히 살아가는 수밖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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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이다. 
마알간 하늘에 햇살이 곱게 퍼진다. 포근한 아침이 한결 여유로운 시간이다. 텅 비어버린 들판에 겨울동안 푸르름을 진해줄 새싹이 나온다. 여기에 눈이 덮히면 겨울 풍경으로 제 맛이리라.

소설小雪, 이 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진즉 얼음이 얼었으니 그것도 옛말이다. 얼음이 언다고는 하지만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하늘 빛 닮은 더딘 하루를 연다. 대신 차분하고 느긋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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