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우화핫! 그러니까 그 녀석들이 내 비늘 맛을 보고 싶다는 거야?”
“너무 웃지 마. 찬이는 용이라면 깜박 죽는 애잖아.”
“하하 좋아, 찬이는 그렇다 치고 먹보 녀석은 설마…….”
“그래 맞아, 걔는 먹는 건 뭐든지 좋아하잖아. 지난 번 내 이야기를 듣고부터 먹고 싶어서 밤에 잠이 안 온데.”
“우 하하하하! 정말 웃기는 녀석들이네. 그런데 넌 왜 나한테 진작 이야기 안 했어?”

미르는 냉기를 뿜어대며 공중에서 한 바탕 재주넘기를 했다.

“비늘 한 조각이라도 네 몸에서 나온 건데. 떼어내려면 아플 거 아니냐.”
“…….” 
 

미르는 한결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신경 안 써도 돼 녀석들 그러다 말겠지 뭐.”
“좋아, 인간이 내 비늘 삼키는 거 끔찍이도 싫지만 네 체면도 있으니까 두 개쯤이야.”
“아,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한결이는 당황해서 손 사레를 쳤다.

“괜찮아, 그 녀석들이 네 친구면 나에게도 친구 비슷한 거니까.”
“그래도.”
“대신 조건이 있어.”
“그게 뭔데?”
“첫째, 두 녀석들이 용의 비늘을 삼키고 난 후 어떻게 되든 모든 책임은 두 녀석에게 있는 거야.”
“그야 당연하지.”
“그리고 하루 한 시간씩 나에게 자유 시간을 줘. 내가 ‘그리’를 잡아먹든 눈을 뿌리든 상관 말기, 어때?”
“하지만,…….”
“대신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곧장 너 있는 곳으로 날아 갈 테니까 걱정 마.”
“조, 좋아. 녀석들에게 이야기 하면 녀석들도 좋아 할 거야.” 
 한결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좋아? 웃다가 입 찢어지겠네.”
“헤헤, 지금까지 나 친구라곤 그 녀석들밖에 없었어. 그래서 뭔가 해주고 싶었거든. 고마워, 미르야.”  


한결이는 미르를 두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미르의 눈을 쳐다보며 빙긋 웃었다. 
 

“정말 고마워.”

 수업을 마치고 삼총사와 미르는 아무도 몰래 "용 분식집" 부엌을 찾아왔다. 석우와 찬이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한결이는 살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용의 비늘을 삼키는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될 것 들을 보게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용 뿐 아니라 ‘그리’ 같은 괴물들도 보게 된다는 걸 두 친구에게 두 번 세 번 말했지만 석우와 찬이는 걱정 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 말이 용의 비늘은 삼키는 사람마다 그 맛이나 색깔도 다 다르게 느껴진데.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 했던 거랑 다를 수도 있어. 그리고…….”
“야, 알았어. 벌써 그 이야긴 열 번은 더 했겠다. 걱정 말아. 우린 준비 다 되었다고.”
“그래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에 할아버지가 오면 다시 원상태로 될 수 있다며, 그러니까 걱정 마.” 
 

찬이나 석우나 자신 만만해 보였다.

“좋아 그럼, 준비 된 거지?”
“그럼!” 
 

한결이는 두 친구에게 몇 번을 다짐을 받고는 미르에게 달려갔다.

“미르야, 그럼 부탁해.”
“좋아, 오랜만에 용 튀김 요리를 만들어 볼까?”

미르가 푸욱 푸욱 입김을 뿜으며 커다란 용 분식집 주방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와 정신없어!”

한결이는 자기 눈동자가 빙빙 도는 것 같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지만 미르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이윽고 미르는 마치 푸른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링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한결아! 잘 받아!”

미르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푸른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비늘 하나가 보석처럼 커다란 링에서 튀어 나왔다. 한결이는 허둥지둥 달려가서 그것을 간신히 받았다.

“또 하나 날아간다!”

 두 번째 비늘이 미르의 몸에서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한결이도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곧장 달려가 냉큼 받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르가 회전하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 이제 재료가 갖추어졌으니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겠군.”

미르가 몸을 꿈틀하더니 돌기를 멈추고 한결이에게 다가왔다.

“한결아 저기 커다랗고 별 모양이 그려진 오븐이 보이지? 거기다 비늘 두 개를 넣어야 해.”

“응, 알았어.”

한결이는 용 비늘 가지고 커다란 오븐으로 달려갔다. 석우와 찬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한결이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야, 지금 한결이가 뭐하는 걸까?”
“낸들 알겠냐.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두 친구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결이는 커다란 오븐의 문을 낑낑 대며 열고 용 비늘 두 개를 넣었다.

“이 오븐에 구우면 용 비늘이 사람들 눈에도 보이게 되는 거야. 자 저기 빨간 별모양 단추를 누르면 시작이야.”

미르의 말에 한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모양 단추를 찾아 꾹 눌렀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오븐 안은 푸른색과 붉은 색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처음 한결이가 용 튀김을 맛보던 때처럼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시작됐구나!”

한결이는 "용 분식집"에 앉아 용 튀김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나서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얘들아, 어때? 냄새 좋지?”

하지만, 이상하게 석우와 찬이의 얼굴은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사람은 코를 막고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우웩! 고약한 냄새!”
“이건 진짜 정말! 오, 정말 !”
“다들 왜 그러는 거야?”
“푸하하하! 내가 말했잖아. 용 비늘은 삼키는 사람마다 그 맛이나 색깔도 다 다르게 느껴진다고. 저 녀석들 말은 그렇게 해도 처음부터 겁을 먹고 있는 게 틀림없어.”

미르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어쩌지?”
“뭘 어째. 저 녀석들 소원이었잖아. 그냥 먹으라고 줘야지 뭐.”
“그래도……. ”
“음, 보아하니  다 구워졌네. 자, 오븐 위에 접시들이 보이지 거기에 담아서 갖다 줘. 자, 어서” 
 

 한결이는 망설이다가 접시에 용 비늘을 담았다. 미르는 석우와 찬이를 보며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콧노래를 불렀다.

 “자, 용 튀김이야.”
“히익! 이, 이게 정말 용 튀김이야.”

찬이는 접시에 담긴 용 튀김을 보고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 찬이의 눈에는 용 튀김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마뱀 꼬리 같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그것은 꿈틀꿈틀 움직이기까지 했다.

“이거, 저, 정말 맛있는 거 맞지?”

먹는 거는 다 좋아하는 석우도 접시를 들고 한 참을 머뭇거렸다. 석우의 눈에는 용 튀김이 사람 머리만한 커다란 대파 한 도막을 잘나놓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입에 넣으면 살살 녹을 거야.”

한결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두 친구는 여전히 한결이의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저 녀석들, 왜 이리 머뭇거려! 빨리 먹든 가 아니면 앞으로 쓸데없이 부탁을 하지 말든지 하라고 해.”

미르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말했다.

“어떡할래? 안 먹을래?”

한결이는 두 친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석우와 찬이는 한결이의 시선을 피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이거 먹고 죽는 건 아니겠지?”
“으하하하, 겁쟁이들”

미르가 큰소리로 웃었다. 한결이도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리고 으쓱해보였다.

“조, 좋아, 내가 먼저 먹겠어.”

찬이가 결심이 섰는지 도마뱀 꼬리 같이 꿈틀대는 용 튀김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 용 튀김에서는 비릿하고 무언가 썩는 냄새도 풍겼다. 입에 가까이 가져가는 찬이의 얼굴은 거의 울 지경이 되었다. 찬이가 이렇게까지 나서자 석우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용 튀김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석우가 가장 싫어하는 삶은 파 냄새가 확 풍겨왔다.

“하나! 둘! 셋!”

찬이와 석우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용 튀김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두 친구는 똑같이 소리를 질렀다.

“우웩!”

석우와 찬이는 인상을 쓰며 입속에서 끔찍한 맛이 사라질 때까지 연방 고개를 흔들었다.

“우와 이거 정말 끔찍해.”

“물! 물 없니? 누가 물 좀 줘! 아이고, 찬이야 너 괜찮아?”
“…….”
“찬이야? 찬이야!”

석우가 찬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어도 찬이는 대답이 없었다. 찬이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용, 용이야. 푸른 용, 미르……. 진짜, 진짜로 있었어.”
“뭐? 뭐라고?”

석우도 찬이를 따라 위를 쳐다보았다.

“맙소사!”

푸른 빛 비늘이 반짝 거리는 미르의 모습에 두 친구는 한 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르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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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바다 2009-09-2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찬이와 석우도 용튀김을 먹었군요..이 개구장이들이 어떤 모험을 하게될지 어떻게 성장할지 점점 궁금해자네요..대구의 그우울한 잿빛하늘아래로 가을비가 내리기시작하네요..우리 어른들에게도 유년의 시기가 있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만 바라보면 애가커서 어떤 모습일까..하고싶은것을 얼마나 실컷하나..하기싫은것을 얼마나 참고 이기나..애처롭기도하고 왜그것밖에못하나 화가나기도하고..저 조그만 내면의 세계를 이해할수없어 힘들지만 그렇게 커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들죠..모험은 이제 동화속에나 있느건가 싶기도하고..우리 아들에게도 기회를 주고싶다는 생각..오늘도 잘읽고 갑니다..
 




  

 <19회> 

 한결이가 미르와 함께 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한결이는 이제 미르와 함께 다니는 것이 익숙해졌고 미르도 큰 말썽 없이 비둘기 크기 정도로 작아져서 한결이 옆을 날아다녔기 때문에 한결이도 더 이상 두꺼운 털옷을 입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미르가 공부시간에 커다랗게 변해서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한결이는 그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하지만, 그런 미르를 크게 나무라진 않았다. 덕분에 찜통같이 더웠던 교실이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해졌기 때문이었다.

 준태 녀석도 지난 번 사건 이후 삼총사를 보면 그냥 노려보며 으르렁거릴 뿐 쉽게 덤비진 못했다. 대신 광철이를 괴롭히는 것은 더 심해졌다. 마치 삼총사의 분풀이로 광철이를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용 분식집"이 문은 열지 않은지도 9일째가 되자 "용 분식집"의 신기한 용 튀김 메뉴에 대한 관심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학교 아이들은 최근에 이틀에 한번이상 생기는 화재 사건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어젠 수미네 뒷골목이 새까맣게 탔고 지나가던 슈퍼 아주머니가 다리에 화상을 입었데.”
“정말? 야, 굉장하다! 도대체 누가 불을 지른 걸까?”
“분명, 미치광이 사이코가 틀림없어. 제 정신이면 이 더운 날 불까지 질러서 뜨겁게 만들 사람이 있겠냐?”
“그런데 그 슈퍼 아주머니가 불이 막 번질 때 이상한 소리를 들었데.”
“무슨 소리?”
“무슨 소리겠냐? 불이야! 이 소리겠지.”
“그 말이 정답이네 하하하.”
“헤헤헤.”
“범인을 잡거나 신고하는 사람은 상금을 준데. 나도 한번 잡아볼까?”
“어이구, 범인이 너한테 잡힐 정도면 벌써 잡혔겠다.”
“요샌 저 녀석들 하나같이 다 화재 이야기뿐이네.” 
 

미르가 한결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이야기 했다.

“당연하지. 새까맣게 탄 골목이 벌써 다섯 곳이 넘었으니까.”
“내가 한번 마음먹고 조사해 볼까.”
“무슨 소리야. 넌 그냥 남은 일주일 동안 조용히 있기로 했잖아.”
“쳇 그리들 잡아먹으러 가는 것도 안 된다. 하늘에서 눈을 뿌려도 안 된다. 이게 무슨 자유야? 이럴 거면 영감 따라 가는 건데…….”
“그만해 인제 그 소린 백번도 넘게 들었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지 좀 마 어지럽단 말이야.”
“이건 아침 운동이라고. 나보고 뚱보용이 되란 말이야?”

미르는 한결이에게 후욱 하고 냉기를 뿜어댔다.

“에 에취! 정말 너!”

그때였다. 찬이와 석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결아! 같이 가!”
“그래, 헥헥!”

석우는 뛰어오느라 벌써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응 어서와.”
“한결아. 지금 미르도 옆에 있는 거지?”

찬이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당연하지 지금 정신없이 빙빙 돌고 있어.”
“와, 정말 멋지겠다.”
“훗, 저 겁쟁이 녀석은 그래도 내가 멋진 줄은 아는데?”
“한결아 미르는 뭘 잘 먹어? 나처럼 초코젤리도 좋아할까?”
“글쎄 그게…….”
“저 녀석처럼 비곗덩어리는 줘도 안 먹는다고 좀 해줄래.”
“너 정말!”

한결이가 미르를 노려보자 미르는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결아, 그거 미르에게 이야기 해 봤어?”
“그거? 그게 뭔데?  ”
“그거 말이야 엊그제 우리가 부탁한 거 .”

찬이의 말에 한결이는 우물쭈물 말했다.

“아……. 아, 그거? 그게, 쉽게 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닌가봐"
“뭐야? 저 녀석들 뭘 부탁한 거야?”

미르가 불쑥 나타나 한결이에게 물었지만 한결이는 미르의 시선을 일부러 피했다.

“그래? 다음에 한 번 만 더 부탁해봐 주면 안 될까? 응? 안 돼?”
“알았어. 이야기는 다시 해 볼게.”
“고마워 역시 넌 내 친구야.”

찬이가 한결이의 어깨를 살갑게 툭 툭 쳤다.

“그럼, 우린 삼총사잖아 안 그래.”

석우도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우린 먼저 간다.”
“그래 부탁해!”

석우와 찬이는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뭐야? 저 녀석들 왜 저러는 거야?”
“몰라도 돼. 별거 아니야.”
“몰라도 되긴? 나에게 뭐 부탁하는 거 맞지?” 
 

한결이는 미르에게 부탁하는 게 미안한 지 한결이의 목소리는 모깃소리처럼 작아졌다

“그게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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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그때 그 아이가 분명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예전처럼 사방에서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
“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
“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

한결이는 찬이와 석우의 손을 꼭 잡고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아이……. 잡아먹자!”
“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
“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그래!” 
 

“온다!”
한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수천마리의 그리들이 구령대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앗! 아얏"

석우와 찬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것들이 자신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아파! 이 녀석들 날 물었어." 
 

석우가 자기 팔뚝에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이빨자국이 생기자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리들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며!”
“나도 몰라” 
 

찬이는 보이지 않는 그리들에 물리지 않으려고 사방으로 팔을 휘저었다. 한결이도 쏟아지는 것처럼 날아오는 그리들을 정신없이 피하고 있었지만  '그리'들의 수는 점점 더 많아지기만 했다.

“뭐야! 왜 그 놈의 용은 안 나타는 거야.”
“안되겠어. 이제 우리가 죽을 것 같아. 이 녀석들 벌에 쏘인 것 보다 아프잖아” 
 

“잡아먹자!” 
 

한 마리의 그리가 작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입을 벌리고 한결이 눈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만 둬!”

한결이는 자신도 모르게 달려드는 그리의 몸통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러자 물컹하고 무언가 기분 나쁜 감촉이 느껴졌다.

“켁켁, 나 인간에게 잡혔다 나, 죽는다.”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순식간에 그리들이 동작을 멈추고 외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한결이는 좀 끔찍했지만 발버둥치는 그리를 잡은 손을 꼭 쥐고는 이렇게 외쳤다.

“내가 이 녀석을 잡아먹을 거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그리들은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죽기 싫어. 도망가자!”

그리들의 무리 중에 한 마리가 이렇게 외치자 사방에 있던 그리들이 똑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

순식간에 수만 마리의 그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한결이가 오른 손에 움켜쥐고 있던 그리 한 마리를 빼고 말이다.

“다 없어진 거야? 응?”

찬이는 움츠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응, 지금 내 손에 잡혀 있는 한 놈 빼고.”
“정말?  한번 만져보자.” 
 

찬이는 손을 뻗어 한결이의 움켜쥐고 있는 오른쪽 주먹에 가져갔다. 정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물컹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야! 신기하다. 아얏!” 
 

찬이는 황급히 손을 뺐다. 손끝에 이미 작은 이빨자국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찬이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책에서나 보아왔던 괴물들이 정말 존재하다니! 찬이의 얼굴은 흥분해서 빨갛게 달아올랐다.

“용은? 용도 왔어?”

그리들을 피하다가 나동그라졌던 석우가 이제야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아니, 미르는 못 찾았어. 이제 어떡하지?”

“날 잡아 먹을 거지? 날 잡아 먹을 거잖아? 날 잡아 먹을 거지?”

한결이에게 붙잡힌 그리는 발버둥을 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한 번만 더 소리치면 진짜로 잡아먹는다!”

한결이가 호통을 치자 “그리”는 금세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조용하면 날 안 잡아먹을 거야?”
“그래, 그러니까 조용히 해.”
“우선, 교실로 들어가자. 이제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잖아.”
“별 수 없군.”

삼총사들은 더 이상 미르를 찾는 걸 포기하고 교실로 들어왔다. 기운 없는 표정으로 교실 문을 여는 삼총사들의 눈 앞 에는 텅 빈 교실이 보였다. 교실에는 책을 읽고 있는 신철이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다음시간에 특별실이라도 가는 거야?”

찬이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신철이에게 물었다.

“아니, 아이들 지금 4층에 올라가 있어. 거기가 냉장고처럼 시원하대. 난 추운 건 질색이거든.”
“냉장고만큼 시원하다고?”
“찾았다!” 
 

찬이와 한결이는 서로 동시에 외쳤다.

“늦기 전에 빨리 가자.”
“뭐야, 용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된 거야?” 
 

석우는 영문을 몰랐지만 한결이와 찬이의 뒤를 쫓았다.

“어디 가는 거야? 4층은 더 올라가야 하잖아. 왜 내려가는 거야?”
“우린 옥상으로 가야해! 옥상 키는 교무실에 있잖아”
“옥상? 거긴 왜?”
“바보, 교실에서 4층이 가장 시원하다면 용이 어디에 있겠어.”
“아 그렇구나!”

석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끼이익”

옥상 문이 열렸다. 삼총사들은 선생님을 간신히 설득해서 옥상 키를 얻을 수 있었다.

“뭐야, 여긴 완전 빙판이잖아!”

한여름인데도 옥상은 완전히 얼어서 빙판이 되어 있었다. 석우와 찬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미르는 코고는 소리를 내며 옥상 한가운데에서 자고 있었다.

“녀석, 아직 아기용이라더니 잠을 자러 옥상으로 올라간 거였구나.”

한결이는 옥상에 있던 미르를 찾느라고 사방을 헤매던 자기 자신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음 잘 잤다. 어, 한결아! 넌 왜 올라왔냐?”
“이 말썽꾸러기 녀석, 자러 가려면 이야기를 하고 가야 할 거 아니야!”
“졸려서 죽겠는데 넌 싸움하느라 내 목소리는 듣지도 못했잖아. 난 잘 때는 원래 몸집으로 돌아와야 한단 말이야. 그렇다고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잘 순 없잖아 안 그래? 그리고 작은 몸으로 생활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라고, 그럴 땐 하루에 두 번은 낮잠을 자야 한단 말이야.”
“알았다 알았어. 어쨌든 다행이야. 난 네가 도망가 버렸는 줄 알았어.”
“도망가긴 왜 도망가. 너하고 약속 했잖아 옆에 있기로.”
“…….”
“그런데 오른 손에 들고 있는 건 그리잖아. 와! 내 간식거리도 챙긴 거야?”
“거짓말 했어. 날 잡아 먹는 거구나. 날 잡아먹어.” 
 

한결이에게 붙잡힌 그리가 벌벌 떨었다.

“무슨 소리야. 이건 안 돼! 내가 살려준다고 그리에게 약속했단 말이야.”

한결이의 말을 듣고 ‘그리’는 놀랐는지 눈을 껌뻑였다.

“미안, 미르에게 정신 팔려서 널 놓아주는 걸 깜박했어. 자 넌 이제 돌아가 다시는 붙잡히지 마.”
“이상하다! 이상해!”

‘그리’는 중얼거리며 잽싸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쳇, 배고파 죽겠는데 먹지도 못하게 하고 주머니 속에 갇혀있게만 만들고…….  날 보살핀다면 서 그게 보살피는 거야?”
“알았어. 앞으론 주머니 속에 있지 않아도 돼 하지만, 대신, 학교 안에서는 모습을 작게 하고 있어야 해 알겠지?”
“오호! 좋아 알았어.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군.”

 미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푸욱 푸욱 입김을 뿜었다. 한결이도 미르의 등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침부터 미르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섰지 결국, 미르나 석우 그리고 찬이 모두를 고생시킨걸. 생각하니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누굴 돌본다는 건 쉬운 게 아닌 것 같아. 엄마 아빠도 날 키우면서 이런 기분이 들으시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집에서 고집만 피우는 자신의 모습이 좀 부끄러워졌다.

“저, 저기 한결아 그런데 네 옆에 그러니까 그 미르라는 용이 있는 거야?”

공룡박사 찬이는 아까부터 한결이를 쭉 지켜보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석우도 마찬가지였다.

“맞아, 인사 해. 여긴 멋지고 강한 푸른 용 미르야. 미르야, 여기 있는 두 친구는 석우와 찬이야.”

석우와 찬이는 얼떨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바라보며 꾸벅 인사를 했다.

“뭐야? 이 싸움도 못하는 겁쟁이 녀석들은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미르가 입김을 후 불었다, 그러자 석우와 찬이는 계속해서 재채기를 해 댔다. 석우는 그 바람에 빙판이 되어버린 옥상 바닥에 꽈당 넘어지기 까지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찬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한결이도 넘어진 석우도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얘들아.’

 빙판도 차갑고 재채기도 나왔지만 한결이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는 것이 느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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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회> 

“야,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왜 가지고 온 거냐? 청소 할 일 있니?

찬이가 석우가 가져온 것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는 너는 대걸레를 가져왔잖아.”

석우가 찬이의 대걸레를 가리키자 찬이의 얼굴도 붉어졌다.

“그, 그거야 걸레를 빼고 봉만 들고 오면 선생님이 이상하게 보실 게 아냐?”
“그만들 싸워. 지금은 그리를 한 마리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이야.”
“그래, 그래. 그럼 우리 구령대 위에 올라가서 보자. 그 쪽이 더 잘 보일 것 아냐?”

석우의 말에 삼총사들은 모두 구령대로 올라갔다. 한 여름의 태양은 운동장을 뜨겁게 비추고 있었다. 한결이는 두꺼운 옷을 모두 벗고 나왔지만 땀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미르는 어디 간 거야? 이 녀석 정말!”

한결이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별 수 없었다. 이제는 운동장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그리들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살펴볼 밖에.

“후! 너무 덥다. 태양이 마치 우리를 다 태워 버리려는 것 같지 않냐?”
“봐, 놀러 나온 아이들도 어제에 반도 안 되잖아.”
“이렇게 더운데 요새 우리 동네에서 불을 지르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며?”
“아, 그 방화범 이야긴 나도 들었어. 놀이터 골목이 그놈 때문에 새까맣게 탔데.”
“좀 조용히 할 수 없겠어?  너희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단 말이야.”

한결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 지자 석우와 찬이는 입을 다물었다.

“거 봐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내가 뭘?”
“석, 석우야. 찬이야!”
“왜?”
“나타났어.”
“뭐 말이야? 그리라는 괴물? 아니면 그 말썽쟁이 용?”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거야.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

 한결이는 너무 놀라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저 녀석이 내가 자기를 볼 수 있다는 걸 눈치 채면 끝장이야.”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응?”
석우도 놀라 허둥대었다.
“나에게 그냥 아무 이야기나 해봐. 빨리 ” 

 한결이는 재빨리 석우에게 눈을 맞추었지만 점점 다가오는 괴물을 흘끗 흘끗 볼 수밖에 없었다.

“음 그러니까 음 넌 초코 맛 젤리 좋아하니?”
“아, 아니 난 싫어.”
“그럴 수가 넌 참 이 상 한 애 구나.”
“아 하하하”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한결이는 얼굴엔 식은땀이 삐질 삐질 났다. 악어 같은 주둥이에 뚱뚱한 몸을 한 푸른색 괴물이 어기적거리며 지나가다가 한결이를 쓰윽 쳐다보고는 고개를 내밀고 갸우뚱거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훅훅 뿜는 고약한 입김이 한결이의 목에 닿았다. 한결이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사방에서 썩은 물 냄새가 풍겨왔다. 한결이는 속이 거북해져 참기가 힘들었다. 괴물은 한결이를 한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학교 뒤뜰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괴물이 멀어진 것을 흘끗 본 한결이는 크게 한 숨을 쉬었다.

“휴우! 후우! 나 지금 숨을 제대로 못 쉴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간 거야? 그 괴물 가버린 거야?”
“그래, 악어인간처럼 생긴 흉측한 놈이었어. 아마 날 발견했으면 잡아먹고도 남았을 거야.”
“잠깐 그 괴물, 어떻게 생긴 거야?”

 찬이는 한결이의 설명을 듣고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와! 정말 그게 사실이야? 우리를 스쳐지나간 괴물은 바로 닷발이란 괴물이야 닷발!”
“뭐야? 공룡만 아는 게 아니라 그런 요괴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야?”
“그럼, 내 전공은 공룡, 요괴, 괴수, 기타 등등이라고. 닷발이 진짜 있다는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그 괴물은 순한 거야? 사람 같은 거 잡아먹고 그런 건 아니지?”
“아니, 사람을 잘 잡아먹어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 부모와 동생을 잡아먹은 닷발괴물을 처치하는 아이 이야기도 있다니까.”
“그럼, 그런 무시무시한 괴물이 우리 옆을 지나갔단 말이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삼총사들은 몸이 덜덜 떨렸다.

“빨리 그리들을 찾아보고 들어가자. 혹시 이상한 괴물들이 또 나타나기 전에 말이야.”

삼총사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 손을 꼭 잡았다. 그때였다. 한결이의 눈에 문득 그네를 타는 아이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 아이의 움직이는 그림자 속에 무엇인가가 깜빡이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바로 그리의 커다란 눈이었다.

“저기, 보인다. '그리' 한 마리가 보여.”

한결이는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리를 가리켰다. 석우와 찬이는 들고 있던 대걸레와 빗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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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회> 

 삼총사들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모두 화장실에 모였다. 모두들 화장실 한 칸에 들어가 안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한결이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석우와 찬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네가 그 우석인지 우돌인지 하는 "용 분식집" 할아버지에게 용을 돌봐 달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그녀석이 사라졌단 말이지?”

찬이는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하긴 눈에 보이지 않는 용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한결이도 잘 알고 있었다.

“후, 그래, 믿지 못 하겠지만 그게 사실이야.”

한결이는 한숨을 푹푹 쉬며 말했다.

 “난 믿어. 한결이는 우리에게 거짓말 할 친구가 아니잖아. 안 그래?”

“바보야, 누가 그걸 몰라? 그래도 이건 믿기 힘든 일이잖아.”

“그건 그래.”

석우가 초코 맛 젤리를 먹느라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넌 그것 좀 그만 먹어라 질리지도 않냐?”

“난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있을 땐 더 먹어야 한단 말이야.”

“어이구, 알았다. 알았어. 그나저나 한결아, 그 장난꾸러기 용을 찾으려면 우리도 뭐 단서 같은 게 있어야 하잖아.”

“믿기 힘든 일이라며? 그런데도 도와줄 거야?”

“믿기 힘든 다고 했지. 안 믿는 다곤 안했어.”

“그럼, 그럼!”

석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이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고마워 얘들아……. 미르는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 녀석이니까 그 녀석이 주위에 있으면 차가움이 느껴질 거야”

“그리고?”

“참 그리고 그 녀석은 ‘그리’라는 걸 즐겨 먹어.”

“ ‘그리’? 그건 또 뭐야?”

“뭐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거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알면 떼로 덤벼드는 이상한 놈들이야.”

“결국, 그것도 한결이만 볼 수 있는 거잖아.”

찬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때였다. 한결이는 지난 번 그리들에게 쫓기던 때가 문뜩 생각났다.

“가만 그럼 미끼를 놓으면 어때?”

“미끼?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번처럼 내가 ‘그리’의 미끼가 되면 미르가 ‘그리’들을 먹으려고 달려오지 않을까?”

“그건 위험해. 그 ‘그리’란 것들이 널 해치기라도 하면 어쩔 건데?”

찬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르 말로는 ‘그리’들은 사람을 해칠 수 없다고 했어.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게다가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어.”

“그럼, 우린 뭘 해야 하지?”

“내가 도와달라고 할 때 날 구해줘.”

“야, 참 너무나 간단하구나.”

석우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겠어. 미르를 찾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

“그럼, 점심시간에 시작하는 거야?”

“그래, 점심시간! 준태 녀석은 점심때 운동장을 못나가니까 이번이 기회야.”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바보 삼총사가 용을 잡다! 좀 이상하잖아.”

“우리에게 잡히면 그 용은 정말 바보일 걸”

“으하하하 그러네.

“우 헤헤헤”

“하하하”

삼총사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지금 웃지 않으면 겁이 나서 이런 바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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