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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빛의 수수께끼 ㅣ 웅진책마을 117
김영주 지음, 해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평점 :
처음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추리소설인가 싶었다. ‘수수께끼’ 라는 말 때문이었던 듯 하다. 표지에 있는 연꽃 그림과 옥색 배경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자아 낸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이야기는 ‘창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숙수’ 인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창이는 숙수를 물려받기 싫어 한다. 아버지는 창이에게 수수께끼를 풀면 숙수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제안한다.
‘하얗게 핀 꽃/눈에 띌 듯/눈에 띄지 아니하며/중하지 않은 듯/중하다.’
화성에서 만난 ‘정숙수’ 가 창이에게 지금의 상황을 듣고는 이야기 한다.
“네 신분 생각은 잠시 접고 뭐든지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 보는 게 좋겠다. 꼭 숙수가 되지 않아도 된다만, 깊게 여러모로 생각해 본 다음 결정하는 게 좋겠구나. 뭐가 되든지 네가 가장 마음이 가는 일을 택하여라.”
이 말을 들은 창이는 마음 속의 응어리가 ‘소로록’ 녹아내렸다고 한다. 참 예쁜 표현! 그리고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른만큼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내 말을 들으면 된다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나 어른이나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게 되어 있다.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 다음, 아이가 도움을 청하면 그 때 알맞은 도움을 주는 것이 정말 ‘어른’이 해줘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하얀빛의 수수께끼>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다. 정조와 정약용, 수원화성 등 역사에 관심있는 어린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들이 나오기에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이 단어가 나올 때 아이들과 역사에 대해 한 번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음식은 정성이다. 정성스럽게 콩을 고르고 천천히 곱게 갈지 않으면 안 된다. 첨벙 물을 부어서도 안 된다. 조심스럽게 물의 양을 정해야 하지. 어느 한 곳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두부가 잘 엉기지 않는 법이거든.”
두부 만드는 박숙수가 한 이야기이다. 창이는 박숙수를 보며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정성을 다하는 박 숙수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자신의 일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사내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창이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숙수들이 요리하는 모습과 음식들을 집중하여 살핀다. 창이 아버지인 김숙수는 이것을 의도했던 것 같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건 일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직업에 있어 남성과 여성을 갈라 놓은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요리만 하더라도 사실 재료를 옮기고 손질하고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해서 여성의 체력으로는 정말 오래 하기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요리’ 라고 하면 ‘여성’을 떠올린다.
누구에게 적합한 직업을 추천하라고 했을 때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틀로 봐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나의 흥미나 적성에 맞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남자들이 주로 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어떤 여성에게는 천직일 수 있는 일이고 반대의 경우도 그렇다.
요즘 부모님들은 자녀를 키울 때 남성과 여성에 차별을 두지 않고 키우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부모들이 키워질 때에는 어느 정도 차별이 있었고, 본인들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느껴지기에 자녀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자녀들이 부모에게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얀빛의 수수께끼>는 자녀와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함께 읽어나가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창이의 입장과 아버지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서 ‘꿈’을 정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어떻게 이루어 나가야 하는 건지 등 읽으며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책이다.
창이는 수수께끼를 풀었을까? 창이는 숙수를 받아들일까? 이 부분을 책을 직접 읽으며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