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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지음, 박산호 옮김 / 살림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로 유명한 작가 미치 앨봄이 오랜만에 신작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용은 보지도 않고 당장 봐야겠다고 생각한 책 <치카를 찾아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 삶을 충분히 다 산 지혜로운 노인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면 이 ‘치카를 찾아서’ 는 어리디 어린 소녀와 그 소녀 주변 사람들에게서 듣는 이야기이다.
‘치카’ 는 아이티에서 태어난 아이다. 그렇다. 우리가 알고있는 그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던 곳. 치카는 지진을 겪고도 살아났다. 그러나 지진 후, 엄마가 남동생을 낳다가 돌아가셨고, 치카를 돌볼 여력이 없던 주변 사람들은 치카가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보육원으로 치카를 보냈다. 바로 그 보육원을 운영하던 사람이 ‘미치 앨봄’ 이었다.
미치 앨봄과 재닌 부부는 아이가 없었다. 그런 부부에게 운명적으로 오게 된 아이가 바로 ‘치카’. 이 부부에게 오게 된 이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병 때문이었지만 그 덕분에 아이도, 이 부부도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미치 앨봄은 치카가 본인에게 가르쳐 준 교훈들의 목록을 작성했고 그것이 이 책의 큰 줄기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 와 ‘가족’ 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어릴 적에는 해 본 적이 없었고, 현재는 그냥 연인을 닮은 아기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으로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이를 갖고, 그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서도 그리 이야기 하는 친구들이 있다. 정말 많이 힘들지만, 그만큼 기쁨이 있다고.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쁨이고, 새로운 감정이라고.
이 책에서는 조금 더 멋진 표현들로 그 기쁨과 감정들을 묘사하고 있었다.
미치와 재닌 부부는 ‘치카’ 라는 아이를 돌보며 새로운 부부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싸울 일이 거의 없었던 부부는 치카를 조금 더 건강하게 지내게 하고 싶다는 같은 마음을 가졌지만 그 방법을 몰라 서로 다투기도 하고, 둘이서만 지낼 때는 알지 못했던 매력들을 알아가게 된다.
부부가 아이를 가지고, 셋, 넷으로 가족이 늘어나면서 정말 철없던 남자 선배들이 멋진 남편으로 성장하고, 놀기 좋아했던 친구가 세상 다정한 엄마가 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이 책에서도 그 모습이 나왔다.
이 책은 ‘너’ 라는 부분에서는 치카에게 하는 말이, ‘우리’라는 부분에서는 미치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미 죽은 치카와 하는 대화가, ‘나’ 라는 부분에서는 미치의 독백이 쓰여져 있다. 그 구성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나 그 구성은 반복적으로 나오기에 어1/3 정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가족’ 이란 어떤 사이까지를 가족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 건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치카를 찾아서’. 읽는 사람에 따라, 읽는 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은 책이다.
다음 내용을 빨리 알고 싶어 너무 급하게 읽었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 펼쳐놓고 필사하며 읽어 볼 참이다. 그 때는 또 다른 부분이 나의 마음에 말을 걸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