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방놀이터˘◡˘  (다정한곰님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22 Oct 2026 15:46:03 +0900</lastBuildDate><image><title>다정한곰님</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7251184212220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다정한곰님</description></image><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누구도 비관에 빠져 나태하진 않았었다 - [끝나지 않는 노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80034</link><pubDate>Mon, 19 Oct 2026 08: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800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663&TPaperId=175800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6/92/coveroff/k3221316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663&TPaperId=175800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끝나지 않는 노래</a><br/>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9월<br/></td></tr></table><br/>개정판이지만 나는 이 작품을 처음 마주한다. 그간 저자의 소설은 열심히 챙겨봤다 생각했는데 근간만 읽었지 초반 작품을 볼 생각도 안했더라. 읽고나니 짠했다. 각각의 시대별로 살아낸 그들이 짠하고 그러한 세상의 흐름이 짠했다. 나 또한 이 시대에 떨어져 두자나 수선과 봉선이었다 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세상이 팍팍하고 퍽퍽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고있는 은하의 세상도  목이 메인다. 2011년 출간 당시 시점으로 보면 고시원을 전전하는 대학생과 복학생, 알바생 그 어디 즈음이니 아마 내 또래이지 싶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엄마들한테 가서 종종 밥은 얻어먹고 오는지. 별거 아닌 안부와 시덥잖은 세상 이야길 하면서 그들의 세상이 안녕한지 듣고 싶어진다. ​가끔 이러한 시대를 잇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들 이야길 읽다보면 '나는 이렇게 안 살꺼야!' 라고 외치며 저 혼자 삐죽 삐져나와 돌파구를 찾는 존재들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선 그러한 마음이 차오르다 목구멍에서 막혀 표출되지는 못하는 인물이 태반이다. 봉선만은 아니길 바라지만 결국 저의 반쪽과도 같은 수선의 곁으로 돌아온다. 치기어린 반항이 시작이었으나 젊은날의 일탈로 마무리되는 감질나는 기행이 끝난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랑을 갈구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들은 부부간의 정으로 한정짓지 않았다. 받은 사랑이 없었으니 줄 마음도 없었음을 생각한다. 각각의 인물들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모정을 갈구한다. 아주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에게 자란 두자는 어리광 대신 제 목숨 건사하기 위해서 집안일과 농사일에만 몰두해야했고 그게 당연해서 새엄마의 사랑보단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어필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쌍둥이 수선과 봉선은 엄마인 두자를 통해 세상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저 둘이서 살 부대끼고 살아내면서 세상을 배웠고 눈칫밥을 삼켰다. 엄마의 고생을 보고 자랐기에 저들끼리 의지하며 커갔고, 세상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엄마 목구멍에도 떡을 밀어넣어주었다. 그녀들의 아이들은 아빠보단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 컸고, 타인에게 받은 상처는 사촌들끼리 보듬고 위로받았다. 폭닥한 모정을 바라지만 녹록치 않은 삶인걸 알기에 은하와 동하는 자기 상처를 움켜쥐며 살았다. 이유없는 학폭이든 학자금대출과 생활비로 인해 얻어진 쪼그라드는 삶이든 삼켜냈다. 징징거리고 하소연 하기엔 엄마들이 더 가여웠으니까. 그렇게 어두운 놀이터에서, 좁고 갑갑한 고시원에서 서러움을 먹어 없애려고했다.​당신도 여자이고 한 집안의 며느리였음에도 아들을 낳았고 대를 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떵떵거리는 목소리. 딸이라도 낳게되면 몸 추스리기 보단 책잡힐까봐 밭일을 나가는게 당연했고, 도통 사내놈 낳을 기미가 안 보이면 첩이라도 들이는걸 눈 감고 귀 막으며 감내했던 시절. 여자가 교육은 받아서 무엇하냐며 세상 물정 돌아가는 것 보다 풀 메고, 살림하며 서방에게 따뜻한 밥 먹이는 것이 최고인줄 아는 삶. 그렇게 낳아지고 방치된 딸들은 엄마의 분신처럼 똑같은 삶을 이어가는게 당연하다 보는 세상의 눈들이 야속하기만하다. 배우고 익히는 것 보다 오빠나 남동생에게 양보하고 희생하며 살림에 보태는 수단으로서의 목숨들. 억척스러운 과거의 그녀들 삶에 켜켜이 들어 차 있는 은하의 세상이 교차 할 때마다 시대가 변한들 아까운 청춘은 여전했고 밖으로 나와 틔우지 못하고 이내 스러지고 마는 은하가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한다.<br>때로는 허상을 그리는 SF소설이나 호러 미스터리보다 시대를 반영한 소설들이 더욱 잔인하고 쓰라리게 다가오기도한다. 드라마나 소설, 그리고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통해 귀동냥으로 얻어낸 것들이 너무 많기에 허구의 것들 보다 더욱 깊에 박히고 오랫동안 그 마음이 머문다. 정권이 변한들 시대가 바뀐들 생각보다 쉬이 바뀌지 않는 가족간의 온도와 대우. 다들 아랫세대들을 향해  자신들이 살아낸 시절보다 먹고 살기 좋아졌고 세상 편해졌다 한들 바뀐 세태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게 없었던 가장 낮은 계층이자 가장 늦게 바뀌는 집단. 행복의 대물림을 바라진 않지만 고난의 대물림이 되어선 안되는데 시대가 바뀌는 것 처럼 고난의 모양이 같이 바뀌며 여전히 어깨를 짓누르는 듯 해서 마음이 쓰이고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화사하게 피우지 못하고 피어나기도 전에 시들어져버리는 삶인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쪼그려 앉아 눈맞춰 줄 생각도 없는 여린 들꽃같은 생이 지천에 널려있는 듯 해 마음이 깔깔해질 뿐이다. 엄마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새엄마의 생존여부라도 알고싶어하던 혈혈단신의 두자. 같이 죽자고 하지나 말지 제 모습을 닮아있는 딸들에게 내치지 말고 치맛자락에 숨겨 잠깐이라도 보듬고 눈맞추고 고생했다 미안하다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아 더욱 서럽고 외로웠던 수선과 봉선. 감당하기 힘들면 엉엉 울어제끼고 힘들다고 입 밖으로 토해내듯 풀어냈음 덜 애잔했을 이르게 철든 은하와 동하. 그들의 삶에 기생하고 희생을 당연시했고 날이선 말들로 수도 없이 찔러댄 사람들(가족이 아니라 일꾼으로 대하던 시어머니, 바람난 아버지와 남편, 고마운줄 모르던 형제, 재력이 벼슬이었던 학폭의 동급생) 끝나지 않을 노래이며 끝나지 않는 생의 고통 대물림. 말끔히 잘려지지 않을 듯한 생의 고난. 시대가 변함에 있어 형태만 바뀔 뿐이지 형질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생의 고달픔. 태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한들 태어나 살아내는 것에는 행복이 우선시 되는게 당연한 것임에도 욕심이라 여기게되니 뭘 기대하며 살아야될런지 생각은 많은데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아 내 쉬는 숨이 길어진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6/92/cover150/k3221316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69228</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 또한 재이로 산 적이 없다고 단언 할 수 있을까? - [재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67176</link><pubDate>Mon, 12 Oct 2026 08: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671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1662&TPaperId=175671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6/22/coveroff/k9721316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1662&TPaperId=175671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재이</a><br/>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또한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닐 수 있겠구나, 소설인 척 하는 한 인물의 르포 내지 자서전이 될 수도 있음을 염두해두고 읽게 만들었다. 우범지대에 사는 모범생, 상식과 교양이 없는 명문대생,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장학생, 스펙에 뒤떨어지는 대기업 사원, 좋은 사람을 만나는 운과 현명한 선택으로 투자에 성공까지 거머 쥔 사람. 아르바이트, 과외 교사, 은행 직원의 다양한 직군을 거치는 동안 만나게되는 인물들과 그들을 통해 얻게되는 성찰. 누구는 손절의 아이콘이라 했다. 재이를 두고 가난하게 컸어?의 밈의 주인공이라 봐야 할지, 진흙밭을 제발로 걸어 나온 유일한 사람이라고 봐야 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재이의 이야길 듣다보면 과거의 나일지, 지금의 너일지는 자기안의 물음을 반복해본다. 비춰지는 순간마다 뜨끔거리게 하는 재이에게 나는 뭘 기대하고, 뭘 바라는 것인가. 소설인지 나를 염탐하는 이가 써낸 르포인지 결국 끝까지 의심을 해 가며 읽게 만든다. 이건 소설 인 척 하는 누군가의 자서전이자 누군가를 긴 호흡으로 추척하며 써내려간 짠한 삶의 일대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원래 그런건가 싶어하며 사는 사람도 있을테고, 원래 그런게 아닐수 있구나를 깨우치는 사람도 있었다. 전자가 재이의 형제들 내지 달동네 아이들이었다면 후자가 재이였다. 바뀐 환경, 달라진 반친구, 다르게 대해주는 어른들을 통해 또 다른 상냥하고 다정한 관계가 있음을 배웠다. 알려주지 않아 몰랐던 아이의 시야였다. 도움을 받았고, 고마워 할 줄 알았고, 욕설이 없는 상냥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누군가를 돕는 것에 행복을 느낄수 있고, 내 것이 아닌 것에는 감사히 빌려쓰고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고,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축하 받을 만한 일이며, 챙기고 아끼는 것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점. 달라지는 환경과 변화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터득하며 자신의 위치를 옮겼기에 가능한 결말이었다. ​본가에서 가족들과의 갈등이 빚어질 때 빠지지 않는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 읽다보면 쌍둥이는 재이의 또 다른 자아 처럼 여겨졌다. 삶은 매번 갈림길 앞에 있었으며 A와 B중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오는데 안주할 때마다 머무는 선택은 쌍둥이의 몫이고, 변화되는 세상을 택하는 방향은 재이의 몫으로 분류가 되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간극이 벌어지다 성인이 된 후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축하 받는 결혼과 대우받는 배우자. 기대하지 않는 결혼과 분수에 맞지 않는다 여기며 배우자가 될 사람의 직업에 대한 의구심까지 품는 대화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 재이에게는 제 살길 찾아간다고 험한 말 했던 과거는 잊은 채 한 집에서 얽혀 살던 쌍둥이에게는 하대하는 사이. 때로는 천륜이라는 것도 놓아야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스스로 가족애(愛)의 빈곤함을 고른 것이다. <br>평범의 오류. 다들 그렇게 살지 않냐는 듯한 일반화의 범주 밖. 재이는 그런 기본의 부류 밖의 가정이었다. 집과 부모와 형제가 같이 산다고 하여 모두가 다복한 가정이 아니듯, 정규 교육과정을 다 밟아온 청소년기를 보냈다 한들 다른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을 이야기 하는 사람 앞에서 평범 이하의 세상을 살아왔다는 확신이 들 때엔 체념을 하게된다. 이들과 나는 다른 부류구나. 섞일 수 없는 삶이구나. 그러니 동경하는 마음이 아니라 별개의 생각과 갈려지는 삶의 목표를 기대하는게 덜 슬프겠다는 답을 찾은 듯 했다. 이제사 살아온 삶의 일대기를 뜯어 고칠 수 없으니 체념이 빠른 답이고 덜 지치는 방향이었다. <br>확실히 달랐다. 부모를 멀리하는 재이와는 달리 아버지와 함께 분식을 먹으러 올 수 있고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조건. 서열이 아니라 조화를 택한 부녀의 관계성. 돕고자하는 어른의 배려. 그걸 보고 자란 재희의 반듯함. 순하고 선하다는 말의 표본화. 아마 나였어도 재이의 입장이라면 재희가 그립고 부럽지만 곁에 둘 친구로 남기진 않을 듯 하다. 나도 모르게 악의가 싹터 재희를 친구의 시선보다 삶의 이용 수단으로 써 먹으려 눈에 힘을 주게 될 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상대의 선함이 자칫 나의 악의로 물들까봐 미리 차단하는 마음을 재희는 영영 모르겠지. <br>나에게 부모가 없었다면, 언니가 없었다면,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된 언니들이 없었다면, 대학 동기 언니오빠가 없었다면, 첫 직장에서의 사수가 없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때마다 조언을 구할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떠한 것을 배워갔을까. 참을성, 책임감, 인내심, 배려, 양보, 상냥함, 기다림, 협동. 전부 비슷비슷하게 보일 지라도 각각의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과 행동을 꺼내 사용해야 할 지를 단박에 알아차리는 것. 허둥대지 않고 유연하게 사람들 속에 섞여 유순하게 흘러들어갈지에 대한 타이밍 싸움. 매 순간마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교육을 통한 사회화가 잘 된 아바타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바타여서 슬픈게 아니라 아바타여서 다행이었다. 입력값에 맞춰 출력값이 옳게 도출되었으니까. ​변하지 않는 가족, 변할 마음 조차 없는 관계. 내가 옳다고 바꾸려해서는 안되는 그들의 개념이었다. 그들의 세상에는 그게 맞는 선택지였다. 개선이 될 수 있었다면 아마 진즉 다른 방향으로 시야를 틀었을 것이다. 누가 그러지 않던가,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변할 사람이었음 애초에 바뀌었어야 했다. 변할 마음이 없었고, 달라질 이유를 모르는 이들이었다. 그러니 서로가 답답해하며 자신이 이롭다 여기던 방향으로 바꿀 수 없었다. 차라리 놓아버리는 것, 그게 마음이 편하다는 걸 나이가 들며 달라지는 인간 무리의 다양성에 발 담궈가며 얻은 태도이기도 했다. <br>나쁜 뜻은 없었다는 것, 심지어 좋은 마음으로 그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지금에서야 두 경우를 다 겪고나니 느끼는 사람의 태도였다. 악의 없는 솔직함과 자기 자리와 상대방의 자리에 대한 이해를 하며 비춰내는 솔직함. 상처를 받는 것은 매번 재이의 입장인데 지금껏 혈육에게 받아온 상처와는 별개의 마음의 생채기가 있다. 당시에는 날을 세우진 않았지만 홀로 받는 마음의 상흔. 서로가 몰라서였고, 서로가 겪지 못했던 삶이라 그런것임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은조 언니와 재희, 고대표에게 마음이 더 가는 이유는 가르쳐주는 마음에 높낮이가 없었고, 때로는 한 발짝 멀리 뒷걸음을 유지한 채 반듯하게 봐주려 애쓰는 시선이 있었다고 느낀다.모두가 내 맘 같진 않다. 아마 그건 어렸던 재이나 어른의 재이나 똑 같이 느낄 것이다. 다만, 얼마나 덜 상처받고 덜 바라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이젠 알 것이다. 상대의 마음에 대한 방어기제를 적용 할 줄 안다는 것이겠지.​상냥하게 알려주는 가족이 있고, 차근차근 일러주는 어른. 보고 따라하고픈 마음이 드는 또래와 닮고 싶다 여겨지는 형제가 있다는 것. 그게 인복이었고, 바른 가정이었고, 옳은 관계성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어린 재이를 통해 알았고, 어렸던 나를 떠올리며 나 또한 재이였던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오로지 주변 환경 탓 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였었는지, 어떻게 따라 하려 했던지를 생각하며 모난 시절임에도 그럴수도 있다고, 괜찮다고, 다시 해보자고 하던 수많은 손길의 쓰다듬음을 되짚어본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6/22/cover150/k9721316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62202</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권태롭지만 열정적이고 싶거든 - [개구리가 되고 싶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58494</link><pubDate>Wed, 07 Oct 2026 08: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584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035994&TPaperId=175584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62/93/coveroff/k19203599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035994&TPaperId=175584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개구리가 되고 싶어</a><br/>김화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br/></td></tr></table><br/>많고 많은 사물 중에 왜 하필 개구리인지 궁금했다. 기대하지 않기와 실망하지 않기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도 더해보며 인간관계와 연약한 유대감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이야기속 주인공은 우물안 개구리로 살다가 팔짝 뛰어 오르고 싶었으리라 추측하며 수경, 가은, 완의 대화들을 들어본다. 기대와 실망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사람들에게 치였던 나의 과거를 들춰보며 무감해진 가은과 지금의 나를 나란히 두며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접어 들 수록 나와 가은의 문제인지. 다들 한 곳을 10년 가까이 다니면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가은의 행동을 따라가본다. 익숙해진 세상. 어찌어찌 하다보니 살아온 날들의 3분의 1의 시간동안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장소. 익숙함에서 오는 무료함인지 평안함에서 오는 도파민 부족인지. 고여있는 우물탓인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며 아등바등하는 것이 므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 그게 책 속의 가은이었고, 책 바깥의 나였다. ​수경이든 완이든 결국 직장에서 뻗어가는 인간 관계에서 얻어진 인맥이었다. 이 곳이 없었다면 교차되는 지점도 없었을테니 아예 모르고 살 인연이라는 것이다. 고로 회사라는 소속감을 벗어난다면 금새 끊기고 마는 고리. 직장 동료 완, 완의 친구인 수경. 회사가 만들어준 일정한 조건을 갖춘 어른들. 같은 지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유난히 반짝이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그래서 나도 옆에 있으면 빛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들로 통해 얻어지는 나의 발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수경을 성향을 동경하고 완의 바뀐 태도에 아쉬움이 큰 것이겠지. 가은은 마주하고 있는 그들에게 오는 에너지를 얻고 싶어보였다. 같이 있으면 닮아질까 하는 기대감이 "나는 상대를 나의 거울로 봤다."는 말로 옮겨지기도 했다.​나른하지만 온화해보이고, 평온한 표정에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개구리. 저렇게 앉아있더라도 개구리는 펄쩍 뛸 수 있는 걸 모두가 아니까, 가은은 그걸 바라는 것으로 보였다. 톡톡 건드려 이제 뛰어 보지 않겠냐고 외부의 자극을 주는 것은 가은의 승진 통보일 것이고, 개구리 스스로가 몸을 움직이는 것은 바뀐 직급과 상황으로 인해 이제 직접 움직이고 다른 액션을 취해야하는 가은의 새로운 직무 수행으로 보였다.​개구리는 결국 수경이었다. 우물은 고여있던 자신의 마음일텐데 이 우물의 권태와 우울은 뛰어 오른다고 사라질까? 여전히 고여있고 머물러 있을텐데 날뛰느라 바빠서 시야에 들어오지 않다 하여도 그 감정과 공간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가끔 내 우물에 놀러 와."라는 문장은 결국 고여진 우물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감정과 시간의 주기에 따라 더 도드라지거나 더 얕게 보이는 것으로 간주해본다.​그 시절 가은을 심해에서 꺼내주었던 완도, 지금의 가은을 환기시켜주는 수경도 한 시절이었다. 서로의 우물에 들러 여기가 안전한지 손잡아 끌고 나와야할지 살펴주는 존재. 가정방문하며 우리 애 잘 살고 있는지 기웃거리며 살펴주는 수고로운 눈짓과 행동. 권태로운건 알지만 몸이 반응하는 관계속의 츤데레 기질이겠지.<br>📖좋은 점은 이제 더 이상 회사에서 이유 없이 긴장하거나 오들오들 떨지 않는 다는 것. 나쁜 점은 무엇에도 설레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좋은 점은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내게도 만족스러울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좋은 점은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싶어 안달복달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아무것도 상관이 없어져서 벅찰 일도 없다는 것. 좋은 점은 예전만큼 근무 시간 내 심경이 일분일초 일희일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업무에 사람에 빈정 상하는 일은 있어서 올라가는 일은 없어도 아래로는 내려간다는 것.비단 9년차의 수경만 그러할까? 13년차의 나도 똑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으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감정이라는 것을 염두해두고 직장인 나부랭이로 살아야 할 것이다. 잊지말자, 권태는 나의 친구이며 한 달에 한 번 급여 입금받는 날에만 기척없이 사라져 잠깐의 행복을 맛보도록 해 줄테니, 이 관계는 기저에 깔고 둬야하는 마음으로 살아내야 함을 매 순간 새기면 덜 서러울 것으로 보여진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옆자리 동료도 내 뒷통수를 보고 앉아있는 상사또한 똑같을 테니 말이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62/93/cover150/k1920359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3629318</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소한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간절한 미움 - [앙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56830</link><pubDate>Tue, 06 Oct 2026 09: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5683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834627&TPaperId=17556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226/67/coveroff/k4428346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834627&TPaperId=1755683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앙심</a><br/>전건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08월<br/></td></tr></table><br/>'앙심', 그리고 '네가 평안해졌으면 좋겠다, 진심이야' 이 두 제목을 놓고 보면 므슨 소리인가 싶다. 미워하는 마음과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 이게 한 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가?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안을 바라며 상대를 이해하고 마음을 곱게 먹으라는 건가 싶은 물음표 가득한 표지.그래서 처음보는 저자의 이름이지만 읽고싶어졌다. 이 얇팍한 책에서 어떠한 마음을 드러내고 어떠한 마음을 먹게 할런지. 그리고 나는 책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는 깜냥을 지닌 사람일지에 대한 여러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싶었다.​시작은 이러하 다. 숨 쉬는 것 만으로도 지치는 여름밤. 나이도 어린 직장 상사가 승진길까지 막았다길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밤. 애인에게 직장상사 험담을 하며 한탄과 짜증을 토로할 때 애인 K는 느닷없는 무서운 이야기를 꺼낸다. 실없는 소리 한 적 없는 그가 꺼내는 이야기. 몇 해 전 노숙자 쉼터에서 알바하며 알게된 최씨와의 일화. 도움을 받은 그는 K에게 보답을 하고싶다며 딱 한 사람만 죽여줄 수 있다며 섬뜩하지만 솔깃한 제안을 한다. 마침 그 즈음 K를 힘들게 하던 지도교수가 떠올랐기에 고민 끝에 교수의 이름과 생시, 그리고 K의 손톱을 건낸 후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일화를 늘어놓는다. 대신 상대가 죽으면 그걸 사주한 사람에게 중요한 무언가도 같이 잃게 됨을 알렸는데, 그럼에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걸 사주하게 된 이후의 삶. 농담이라 하기엔 너무 또렷하고, SNS에 떠도는 괴담이라 하기엔 너무 흔해빠진 것 같은 K의 말들. 무고를 바라고 이후의 삶까지 말했고, 이제 K는 연인에게 제안한다. 너도 이름을 적을래? <br>📖앙심이라는 게 얼마나 사소한 일에서 싹트는지 너도 잘 알겠지? 그리고 그렇게 한번 싹을 틔운 원한은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 내면을 잠식해나간다는 걸, 너도 알 거야. 그러니 됐어. 그 앙심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미워하는 마음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을까? 미움의 깊이와 정도만 다를 뿐이지 싫어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감정을 적립해가는 인간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미워 죽겠다 싶고, 너죽고 나죽자 싶은 분노에 찬 적도 있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싶은 한탄과 포기의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살기를 띄며 어찌 저런게 사람이다 싶을 때도 있는데 결국 우리는 그러다 제 풀에 지쳐 이러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사람이 밉다고 모두가 찔러 죽이는 일도 없고, 흠씬 두들겨 패며 앙갚음 하는 사건사고는 그리 흔하지 않다는 걸 봐도 우리는 제법 화를 잘 누르는 누름돌을 지니고 있나보다. ​K도 이러한 일이 있었던게 20대 초반이지 않던가. 지금의 나로서는 K의 제안에 주저함보다는 되려 종이를 다시 밀어주며 딱히 쓸데가 없다고 말하게 될 듯 하다. 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 미워하는 마음에게까지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저런것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데 내가 왜  고민하나 싶어하며 흐린눈으로 눈엣가시의 인간을 못본척 하게된다. 그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만약 나도 혈기 왕성하던 시절이라면 K의 말에 솔깃해서 건네받은 종이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 싶다. 타인을 향한 살기가 간절한 마음으로 타인을 뚫어버리고, 남겨진 살기가 나를 치고 간다 한들 일단 뵈는게 있을까? 미워하는 이가 눈물 흘리는 꼴을 보는 쾌감이 더 크게 느껴 질 터이니 K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도 있겠다. 이른바 너 죽고 나 죽자 모드의 전투 상태라는 거겠지. 등가교환에 대한 성찰이든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해하는 심상 중 하나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당신은 그 마음을 여전히 품고 살런지, 아니면 저런 놈은 그냥 저리 살다 죽게 냅둬야지 라는 느슨한 방임의 마음으로 살 것인지는 각자의 연령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 질 것으로 보인다. 죽이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며 분노를 안고 산다면 매 순간이 지옥일 것이고, 최씨가 했던 것 처럼 K가 건넨 종이에 이름을 써서 준다면 죽였다는 마음에 불안을 안고 사는 것 또한 매 순간 지옥에 사는 것은 동일하다고 보여진다. 이왕 지옥방에 떨어진거 저 자를 없애는게 맞을까, 나를 태워내며 소멸하는게 나을까. 이도 저도 아닌 지금 나처럼 지랄 발광을 하든 미쳐 날뛰든 등 돌리며 안보면 그만이다 싶은 상태로 외면하는 삶을 살 것인지. 그건 뭐 당신들 선택에 달렸겠지. 일단 K가 준 종이는 받고서 생각해보자. 건네받은 종이가 있다는 것, 그걸 쥐고 있는 것 만으로도 뭔가 죽이고픈 놈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건 확실하니 덜 서럽고 덜 짜증 날 수는 있을테니 말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226/67/cover150/k4428346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2266705</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진짜이길 바란거니 아니길 원한거니? - [녹색 절벽의 신자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40908</link><pubDate>Mon, 28 Sep 2026 10: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409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1861&TPaperId=175409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15/coveroff/k24213186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1861&TPaperId=175409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녹색 절벽의 신자들</a><br/>조예은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밀리의 서재를 통해 출간 전에 초입부분을 먼저 맛보았던 올초. 그 때엔 언제 출간 될 지도 몰라 다음 이야기가 언제 나올지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했던 날들. 완결이 되고 지류로 출간되었으니 무조건 내 손에 쥐어보겠노라 다짐했던 그 마음을 실현하게 했다.​밀리의서재 사전연재 압도적 1위와 함께 에피소드 조회수 8만 6천건의 기록. 2026 서울국제도서전 화제작의 그 마침표의 결과물이다.1부의 제언을 보았던 그 기억을 떠올려가며 다시 읽게 만드는 초반. 그리고 더 깊어지며 이게 진짜인지 허상인지를 몇번이고 의심하게 했던 환영과 오연을 거쳐 현실로 받아들이는 8월. 그리고 그들로 이어지기까지의 총 5부작과 에필로그로 마무리되는 문장.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이어주는 조예은만의 문장으로 보게되는 녹색 절벽, 그리고 그것을 믿고있는 이들을 마주하기까지. 내가 멸종 할 것인지, 네가 소멸될 것인지는 너희가 그토록 바라던 8월 8일을 기점으로 결판이 나겠지. 그러고나면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의 말이 허구인지 결정지어지는 것임을 기대하며 진실과 허상, 바람과 현실. 그 중 남게될 하나만을 기대하며 오연과 제언의 시선을 따라가본다. 보고싶은 것과 보게될 것의 갭이 얼마나 무서운 것임을 알아가면서. ​📖그래도 그냥 살아가는거지. 무뎌지기를 바라면서, 무뎌진 채로. 그걸 못 견뎌서 망상으로 도망치는 거야, 당신도 그렇지?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믿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거잖아.뭐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 그게 믿음이고 선을 넘어버리면 망상으로 이어지더라는 걸 알려줬다. 내가 하고팠던 말, 그리고 내가 이들을 붙들고 정신차리라고 날이 선 단어들로 물러터진 이들을 긁어내려던 그 말이 여기 담겨있다. <br><br>📖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 여전히 무서운 기분이 들어.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으나 스치던 순간의 어떠한 단상의 조각들이 기운을 붙들여 놓아 계속 그 감정에 머물게 하는 것. 보았던 또렷함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에 더 동요되는 것. 명확하게 보았다는 것보다는 뭔지 모를 그 기운과 자기안에 남아있는 단편적 장면에 집착하게되고 자신이 믿고싶어했던 방향으로 현실을 짜맞추고 있음을 이 문장 속에서 느끼게 했다. 결국 너는 확실하게 본 것이 아닌 머릿속에 그려낸 것에 더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랬으니 이러한 세상을 꾸렸겠지. 그게 지금은 꿈이라 다행일테고. ​비단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 뿐일까. 대중이 이해하는 현실보다 스스로가 믿고자 하는 방향이 곧 진실이라 여기는 과정. 이들은 믿음의 우선 순위가 이야기 밖에 있는 나와는 조금 다른 범주의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눈 앞의 세상을 의심하며 시작되는 첫 문장을 통해 미리 독자에게 언질을 해 두었던 것 이다. 제 엄마와 아빠를 못 알아보는 오연을 통해 얘는 자신도 믿지 못하는 아이임을 미리 알렸다. 목도하는 것보다 제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을 믿고, 현재보다는 과거를 믿으며, 나중에는 환영이라는 자가 꾸린 세상을 믿으며 스스로를 가두는 과정. 불신의 잣대가 일반적인 경로를 벗어나는 순간 세상은 이들이 본 것 처럼 어그러져있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자신이 틀렸었음을 시간이 흘러 온 몸으로 느끼지만 받아들이는 것 마저도 시원하지 않다. 대중이 그렇다 하니 불편한 믿음으로 그걸 받아들인 척 한다. 그 끝엔 자신과 보여진 세상의 문을 닫아버린다. 보고픈 세상만 보고싶은데 다들 그게 아니라하니 단절을 택한 것으로 해석하게 했다. 녹색 절벽이 환영이 꾸린 집단과 대중을 구분하는 벽이라는 것인데 이게 누군가에겐 보이고 누군가에겐 보여지지 않는 환시라고 봐야 할지 관점을 바꾸어 보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의심할 거리가 없던 것에 의심을 가둔다. 다수가 그렇다 하니 나 또한 그게 맞다 여기는 것. 의심을 하지 않았다. 헌데 환영은 그 믿음에 딴지를 건다. 그래서 거기에 관심이 쏠리고 또 그 가설에 동조하게 된다. 그들이 환영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던 이유와 환영의 목소리에 힘을 싣어 줬던 것. 환영만의 잘못일까, 환영만을 믿은 그들이 잘못한 것일까. ​허구라 믿으며 읽어왔는데 어느 시점부턴 현실을 반영했고, 허상인데 어딘가 내가 알지 못하는 집단과 그들이 꾸린 세계가 존재 할 듯한 묘한 기운. 그래서 나는 여전히 조예은의 세상이 무서워진다. 내가 모르고 살던 세상을 슬쩍슬쩍 보이며 '거짓일거 같지? 근데 여기 그런 세상도 존재하는데? 너만 모르고 있었을껄?' 하며 조소띈 입꼬리로 나를 보고 있을 것 같아 머리가 복잡하다. 난 또 조예은의 문장에 홀린 거겠지.(여담, 그래서 나는 미트볼이 딱 3알만 올라간 스파게티를 무서워 하게 될 듯 하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15/cover150/k24213186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91520</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누군가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것 - [그랬다고 적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15002</link><pubDate>Mon, 14 Sep 2026 08: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5150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236&TPaperId=175150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9/36/coveroff/k7421302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236&TPaperId=175150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랬다고 적었다</a><br/>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어떠한 클립도 보지 않고 냉큼 주문했고, 내가 생각했던 에세이와는 조금 달라 당황하기도했다.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은 이번 산문집. 그간 출간된 작품들보다 더욱 더디게 읽혀졌던 에세이. 익숙한 일상이야기와 함께 문인으로서의 삶을 살며 글을 적어야하는 순간들. 과거 축사나 다른 간행물에 기고했던 문장을 옮겨두었다. 총 3부작으로 나누어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들을 모아두었는데 수상소감이나 인연이 닿아있던 곳에 축사를 옮겨둔 것 보다 '1부 사람의 얼굴'로 모아둔 글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작가로서의 삶도, 축사를 하는 일도 없어 2부와 3부로 얻는 공감은 확실히 적었다.하나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딸이자 노부모의 보호자, 자신의 일을 하고있는 사회인,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챙겨야하는 세대주로서 다방면으로 살펴야하고 계속 주시해야하는 역할이 많은 사람의 순간들이 기록되어있다. 결국 저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이야기꾼으로 불려지기 전에 나를 키워준 가정을 살피고 내가 꾸려둔 가정을 돌봐야하는 1인 다역의 사람이 느끼는 고단함이 더욱 진하게 기억된다.​물론 창작자로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의 활용과 인간으로서 모든걸 수용 할 것인가에 대한 단상은 나의 편협한 시각을 넘어선 문인으로서의 소견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하게 여겨졌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겪어낸 세대이자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긴 애도의 과정을 거쳐 여전히 각자의 마음속에 그들을 묻어둔 사람으로서의 심상까지. 같은 현상을 마주함에 있어 내가 느끼고 받아 삼켰던 것과 살피고 이해하려 애쓰는 저자의 생각을 얻어가는 과정. 저자의 소설만큼 저자의 에세이는 단순히 글을 읽어삼키는 것을 넘어 곱씹어보고 이따금씩 꺼내어 나도 그리 써먹어보고 싶어지게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만, 후반부의 축사보다 저자의 사사로웠던 일상이 더 특별하게 읽혔던 것 뿐임을 기록해본다.​📖우리가 지켜보는 인간다움의 형태가 바뀌는 겁니다. 죄책감. 그것도 사랑의 방식입니다. 죄책감은 때때로 '살아있는 자'가 '사라져가는 자'를 품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에요. 인간의 존엄은 말할 수 있을 때, 움직일 수 있을 때, 일 할 수 있을 때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아껴서 슬퍼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시간까지 끝나지 않습니다.사람의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사랑의 형태 또한 다를 것이다. 기억하고 슬퍼하고 애틋해하는 마음. 존재는 없어지더라도 그 마음은 여전히 머물고 있음을 나도 알고 너도 안다면 그 대상이 무정형(無定形)의 것이라 한들 여전한 마음인 것이다.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 내가 손을 잡아주어야 했던 사람,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이라 한들 변형되어질뿐 변질되지 않는 다는 것 확실하다 단언하고 싶어진다. <br>고단하지않은 삶이 어디 있겠냐만 유독 아버지에 대해서는 측은함과 애잔함이 깊게 드리워진다. 딸자식보다 배움의 깊이도 얇고 하고자 했던 꿈의 높이도 낮은 사람. 그럼에도 모든걸 굽히고 한참을 숙인 채 저자세로 세상에게 맞춰주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처럼 저자에겐 전집들 사이 비어버린 책들처럼 허전한 구석을 만들어 놓았다. 당연하진 않겠다만 그렇다고 빈자리를 미리 예상하며 사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저자는 전집 속 비어버린 그 좁은 틈새 처럼 삶의 순간마다 구석구석 작은 공간에서 아버지를 그리워 할 것이고 또 그 만큼 애틋함을 밀어넣을 듯 하다. 애 썼다고 잘 가시라고 잘 쉬라고 하지만 또 한 켠으로는 잠깐 들렸다 가라며 그리움으로 당신을 당겨와 내 옆자리에 두고 싶은 그러한 마음으로 말이다.그리움의 구멍, 상실의 틈, 애틋함의 빈자리. 평안을 바라는 그리움. 모순된 마음인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으로 여기게된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9/36/cover150/k7421302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93697</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낙하하는 마음일까 낙화같은 사랑일까 - [낙하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99618</link><pubDate>Mon, 07 Sep 2026 08: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996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0336&TPaperId=174996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24/53/coveroff/k62213033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0336&TPaperId=174996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낙하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a><br/>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06월<br/></td></tr></table><br/>추천사의 말이 이 이야기의 사랑 또한 망한것이겠구나를 가늠하게 했다. 김혜진 작가의 추천 한 마디 "사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지만 항상 축복받는 건 아니다"는 말로 축하받지 못하고 환영받지 못해 숨기기 급급한 사랑의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하게 했다.책 제목을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것은 표지이기도 했다. 오리지널 도서의 표지(지금의 전자책 표지)와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의 표지는 컬러와 무드 모두 상반된 느낌이다. 출간 당시의 표지는 떨어지는 무언가의 낙하라면, 리커버 특별판의 표지는 떨어지는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으로 보여지기도한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마음의 낙하인지, 꽃같은 마음이 아깝게도 떨어지는 낙화의 마음일지 그건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도록 언어유희를 기대한 느낌을 받게한다.(오로지 나의 견해일 뿐)​이야기가 끝난 후 맨 뒤에 이어진 작가의 말을 살펴본다. 나란 존재를 너무 당연시했던 이들에게 서운했고, 나 역시 그들의 헌신과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미안했다. 몸과 마음의 가까움이 깊은 애정의 척도도 되지만 때로는 너무 큰 상처도 된다. 이 말에 누군가를 마음에 두는 것 자체 만으로도 미움을 살 수 있고 이기적이라 보여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래서 인지 인물의 구성이나 인물의 관계도 그리고 이어지는 마음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정대건 저자의 &lt;급류&gt;와 매우 닮아있음을 느낀다. 급류의 관계도에 대해 불호의 감정을 가진 이라면 이 책 또한 그리 맛있게 읽혀지진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얘네 진짜 왜 이러는 거야?'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기 때문이다.​오랫만에 보여지는 액자식 구성이다. 뭔가 학교에서 수업 듣고 이러한 소설의 방식을 띤 단편을 수행평가로 제출 할 법한 청춘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했다. 청춘의 사랑은 망해야만 더욱 잘 읽혀지고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더욱 비싸게 값을 치르게 되는 느낌이기에 소설을 써낸 주인공이나 주인공이 적어둔 소설 속 인물이나 하나같이 쉽게 위로하거나 위로받지 못하는 생채기를 갖고 있다. 액자식 구성의 인물이 비슷한 감정을 갖고 비슷한 아픔을 띈 이유는 소설의 스포가 될 테니 그건 후반부에 직접 확인 해 보길. ​주인공은 어딘가에 후련히 뱉어내지 못하던 슬픔을 글로 옮겨두었던 것. 이른바 대나무 숲을 거기에 꾸렸고, 그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잎새에게 원고를 내밀었던게 아닐지.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비밀로 지켜두어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니까 합법적인 룰이라며 나에게서 떼어낸 제 3자에게 옮겨심어 마음을 쏟아낸 것. '나'일 수도 있긴 하나 진실로 '나'는 아닌 또 다른 '나'같은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소설 속 '나'같은 존재에게 마음이 가서 애썼다며 보듬어 주길 바라는 마음.  '나'는 아니지만 '나'같은 인물이 그렇게라도 위로 받았음 싶은 오지랖 가득한 소설 말이다.<br>📖그거 알아? 인간은 말이야. 가장 가까운 존재의 희생을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든. 이게 누구를 위한 희생과 평화인지는 주인공이 꺼내는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소설속에 더 깊고 애잔하게 박혀있다. 정과 현, 그리고 진까지. 한데 뭉쳐지지 못하고 어딘가 벌어진 틈, 그래서 영영 합쳐지지 못할 듯한 조합. 겉으로 보기엔 문제될 것 없는 울타리 속 아이들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세상이 원하는 조합으로 뭉쳐지지 못할 청춘들. 그리고 그걸 알아챈 진의 시선. 심증은 가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으며 명확하게 명시되지도 않았다. 정과 현, 그리고 진이 소설속에 그리 녹아들었듯 소설 밖의 찬희와 잎새, 그리고 주인공 또한 그렇다. 우린 그들의 이야기 속에 한발 떨어진 채로 상황을 주시하며 그들이 던져놓은 이야기들로 추측만 할 뿐이다. 그래서 이 흐릿한 추측과 관계에 서로가 괜한 짐작으로 더 아파하는게 아닐까 생각도 하며 추측이 사실인냥 받아들이는 인물이 갑갑하기도하고 먹먹하기도 했다. ​K가 말한 4층에서 정을 닮아있는 여자를 봤던 것, 과 동기들에게서 찬희의 이름이 나왔던 것. 이야기의 흐름상 이게 자극적인 요소로서 충분했고 진위여부를 묻기보단 진이나 주인공이 멋대로 해석하며 그게 진실인냥 받아들이는 과정은 깊은 갈등을 바라는 못된 심보이기도 했다. 서로 덮어두기만 하는 것. 짐작만 하는 것. 진실을 알려하기보단 각자가 그리는 그림이 맞을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로 서로를 주시하는 것. 사랑이 못된게 아니라 들어주려 하지 않았던 마음이 서로를 떨궈버리듯 낙하시킨 낙화같은 마음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한다.독자는 액자식 구성 속 총 6인의 인물 중 누구를 가여워 해야하고 누구를 보듬어야 할까. 그리고 누구를 질타하며 누구의 마음이 잘못되었다 꾸짖어야 할까. 망한 사랑? 가여운 사랑? 위로받지 못할 사랑? 축복해 주진 못하더라도 미워는 말아야했다. 나 마저도 그 사랑에 날을 세워선 안되는 거였다. 그래야 그 사랑이 덜 불쌍하니까. 그래서 말인데 이 이야기는 소설 속 망한 사랑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귀하게 두 손으로 떠받들어지지 못한 떨궈진 사랑이라 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24/53/cover150/k62213033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245314</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일어나지 않을거라 단언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 [아르고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88423</link><pubDate>Wed, 02 Sep 2026 08: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884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441&TPaperId=174884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21/coveroff/k3421304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441&TPaperId=174884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르고스</a><br/>이승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익숙한 단어들이 많았다. 김해, 물류센터, 외국인노동자, 가야 고분군. 내가 거주하는 지역의 명칭과 그 곳을 나타내는 단어들. 그 익숙함에 젖어들어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친근한 단어와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있나보다. 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누운 배'의 경우는 조선업 종사자인 나의 시선을 붙들어 놓더니, 이번 31회 당선작 또한 실거주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도 문장속에 녹아있던 공간이 눈 앞에 그려져 더 빨리 몰입하게했고, 더 깊이 집중하게 만들었다.​경남 김해에 있는 물류센터와 고대 가야 고분군을 배경으로 현대와 과거를 한 공간에 배치시켜두었다. 그리고 잠을 잊고 살아야 돈이 되는 노동자와 잠을 자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의 자동화 시스템. 거기에 손발이 붙들린 노동자들. 결국 잠과 감정이 소실되고 사는 의미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면서 인간또한 스마트 물류센터의 시스템 일부가 되어버리는 과정을 목도하며 이게 옳은 것인지 매 문장마다 자문하게 만든다. 기업과 고용의 측면에서는 효율과 이윤 추구에 목적을 두는 것, 근로자의 측면에서는 자신을 자동화 시스템에 얹어두며 모든 작업과정과 업무시간이 수익으로 환산되는 당연한 노동의 원칙을 일러둔다. 근로자의 입장에선 더 많은 부를 필요로 한다면 잠을 줄여야했고 먹는 시간도 아깝게 여기며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아낌없이 내어드리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국적에 구분을 두는 이유는 빨리 돈을 모아 자국으로 갈 생각뿐인 이들을 한발짝 떨어진 채로 삶의 패턴과 타국의 주거환경까지 주시하게 만든다. 예전엔 분명 기계화 시대라 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자동화 시대라 일컫었으며, 이제는 AI 시대라고 말하는 세상에 우리는 기계 아닌 사람으로서 존재하고있다. 언제까지 이 입지가 유지될지 알 수 없다. AI도 사람이 구현했다 한들 사람의 영역을 넘어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이놈들은 사람 없이도 입력값에 생명을 얻어 무한한 작업성을 영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이제 확신의 단계로 넘어 선 듯 하다.​김해라는 이 동네는 참 많은 단면성을 보유하고있다. 여전히 농업이 주된 생업인 구역도 있지만 산업단지도 신도시 주거단지 못지 않게 크게 이뤄져있다. 늦은밤 산업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흰 불빛을 뿜어내는 물류센터들. 그 초입엔 또아리 틀듯 돌고돌며 올라가는 트럭 행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쿠팡이든 컬리든 없는게 없다. 생업 물류뿐만 아니라 인근의 항만으로 연결된 곳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 윙바디, 대형트럭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출근을 하고 있으면 노란 통근버스와 고속버스들이 끝차선에 쪼롬히 줄지어 '동네이름-쿠팡센터', '동네이름-컬리센터', '동네이름-산업단지'를 오가며 근로자를 싣어 나르는 사람들.(나는 자차 운전일 뿐 똑같이 산업단지로 출근을 하는 근로자이다) 하나같이 지친 낯빛과 축 늘어진 육신. 통근버스는 구역마다 모여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데 모아둔 부품을 싣어 옮기는 듯 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주간근로라면 양반이지. 야간 근로는 수당도 세고 각각의 센터의 특성에 따라 온도나 무게, 부피에 따라 작업의 강도 또한 다르니 알바 어플이나 당근 어플의 고용 후기를 보면 유네스코로 지정된 가야 고분군을 덮어둔 푸르른 들판과 사뭇 다른 무색의 세상이 바로 길 건너에 자리잡고 있는 이질감을 저자 또한 느끼고 있었기에 이 이야기가 쓰여질 수 있지 않았을까를 가늠하게 한다.​여기에 도망치듯 오게 되었던 재일은, 강남에서 피부클리닉을 운영하다 실패 후 빚을 져서 여기 이곳, 김해로 숨어든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물류센터 야간 구급대원으로 취직. 거기서 마주한 낯설고도 취약한 주거와 근로 환경. 교대 없이 근무하는 노동자들. 잠과 휴식을 돈으로 맞바꾸며 스스로를 갉아먹어 벌이에 자신을 태워내는 행태. 의사인 재일은 인간이라면 자의로 긴 시간동안 유지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감염과 전파 과정을 쫓으며 인간으로서의 안쓰러움과 함께 이렇게 변해가는 인체의 과정을 기반한 혈청 개발 수익 증진에 눈을 돌린다. 육안으로도 구별이 가능한 감염상태와 신체의 변화를 보이는 물류센터 구역 근로자와 달리 같은 구역에 있으면서도 이들과 다른 패턴을 보이는 로봇 수리공 수아와 함께 공조와 대립을 겪으면서 AI 관제 시스템 아르고스를 멈추어야 근로자들이 살 수 있을거라는 목표를 가지고 AI를 이겨먹을 것인지, AI에 영원히 휘둘려 시스템 일부가 될 것인지에 대한 작업에 가담여부는 문장을 따라 밤낮 가리지 않고 작업할 그들을 따라 다니며 그들의 최종 선택을 가늠해본다. ​📖아니, 좋아서 하는 것이었다. 몸이 피로를 느끼지 못하고, 뇌가 잠을 요구하지 않으니, 일이 즐거운 것이다. 일만 남은 인간. 일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간.일 하는 것, 돈을 버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지 싶다. 그들은 전부 타국에서 왔기에 돈 벌이라는 뚜렷한 목적만 가지고 왔으니  다른 여가 활동이나 생계 이외의 수단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러니 손에 쥐어지는 돈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도파민 터지듯 더 빠른 목표치 도달에 정신이 팔려 다른 자극을 모두 무시한 결과로 보였다. 이는 아르고스의 영향과 함께 육신이 스스로 잠을 쫓았다고 해야 더 정확하리라 보여졌다. 생각해보면 외국인 노동자여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로서 빠른 부의 축적이 수반된다면 다 같이 눈꺼풀 없이 사는 사람처럼 잠을 잊고 살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우린 다 그렇게 성공과 목표 도달에 목이 마른 자들이니까. ​📖잠을 못 자니까 꿈도 못 꾸잖아요. 꿈이 없으면 안에 있는 것들이 갈 곳이 없어요. 감정이든 기억이든 뭐든. 통로가 막혀버린 거예요.잠과 꿈. 이는 낭만의 상징처럼 표현되기도 했고, 여유와 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기계와 인간이 다른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둘 수 있는 항목. 한 템포 쉬어가는 의미인 잠. 그래서 내일을 위한 에너지 비축이자 일과를 마치고 하루가 끝나는 의미로 보여지는 잠과 꿈의 연계. 쉼 없이 돌아가는 AI와 기기들 사이에서 쉼표가 필요한 존재인 인간이 생산성 중심의 성과에서는 불필요한 요소를 가졌다는 핸디캡. 그럼에도 너는 자야겠니? 라는 압박이기도 한 잠과 꿈. 역시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건 늘 약자의 몫이다. <br>📖AI가 스스로 학습한 것이다. 수면을 억제하면 노동 시간이 늘고, 물동량이 증가한다는 상관관계를 관찰하고, 강화하고, 자동화한 것이다. AI에게 의도는 없었다. 악의도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그리고 그게 최대의 효율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결과 도출이 우선시되는 지표에서 노동자는 그저 이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일뿐이라는 것인데 이 또한 인간이 구현해냈고, 인간이 최대치의 성과만을 기대하고 있기에 만들어진 구조였다. 사람이 없었다면 AI 구현 또한 없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래선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하게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격차가 더 커질 결과물을 생각하면 눈물을 머금고 자동화에 손을 들게 될 것이다. 의도와 악의가 없는 그저 도출된 결과로 보여지는 성과. 그러하다보니 배제하고픈 항목이 되어지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 인간인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 인간은 모든 면에서 우위가 아니며, 사회 필요 충분의 요소 순위에서 하락하고 있음음 보인다. <br>효율성을 따지는 삶. 최대치의 목표값 달성이 최고의 실적이라 여기는 것. 인간답게 사는 것 이상으로 중요시 여기게되는 결과물. 어느 시점부터 당연하게 내재화된 자본주의의 괴물성이라 일컫지만 이래야만 도태되지 않으니 유난함이 아니라 익숙함으로 세상의 변화됨을 받아들이게된다.퇴근이 없는 삶. 매 순간마다 목표치를 달성해야만 다음을 기약 할 수 있는 입지까지. 저자는 만성화된 자기 착취적 노동이라 말했다. 강요는 없었으나 세상이 그걸 바랬고, 으레 그리 살아야된다 여기게 만들었다. 이 또한 AI가 기대한 삶의 구조였을까? 인간은 안할 뿐 못하지 않는다는 성향을 기저에 깔아두고 있다보니 사람답게 사는 방식 빼곤 다 해내는 존재로 발전 해 온 듯 하다. 소위 말하는 의식주. 입고,먹고,자고. 사람답게 라는 말의 의미를 챙겨보자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린 그걸 제일 못하는 사람이다. 어차피 내가 필요로 하다면 우리 서로 타협이라는 걸 하며 길게 보자는 거다. D구역 아르고스를 잠재웠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것 처럼, 우리는 또 다른 구역으로 눈을 돌려 일자리를 찾고, 나를 필요로 하는 데를 기웃거리는 수아처럼 살아낼 것이다. 우린 죽을 때 까지 일할 생각이니 먼 곳을 주시하며 서로를 살펴주길 바라게된다. 기계 너도 그렇고 인간 나도 그렇고 우리 그렇게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지내보자며 어르고 달래고싶어진다. ​📖한겨레 출판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21/cover150/k3421304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12119</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한 아이가 아니라 한 세상을 꾸리기위해 함께 있어줘야 할 사람들에 대하여 - [윗집 부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82351</link><pubDate>Mon, 31 Aug 2026 08: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823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9634&TPaperId=174823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2/5/coveroff/k6021396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9634&TPaperId=174823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윗집 부부</a><br/>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06월<br/></td></tr></table><br/>도파민은 없더라도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꾸리는 황보름 저자의 책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즐겁게 읽었던 독자라면 분명 '윗집 부부'또한 훌렁훌렁 잘 넘어갈 페이지로 이야기를 담아두었다. 대신 추리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거나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갈등과 서사를 찾아내며 이야기를 가늠하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심심하거나 맹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한동안 추리, 미스터리 소설에 푸욱 빠져있다가 머리 쥐어짜며 읽지 않아도 되는 담백함을 찾던 나로서는 맛있게 읽어 삼킨 이야기들이었다.​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야기 이지만 인물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볼법한 사람들로 꾸려져있어 정말 윗집 부부 같고 아랫집 아저씨 아줌마 같았다. 때로는 나의 아버지가 오경직을 닮아있는 듯 보였고, 봄&amp;가을 부부가 우리부부는 아닐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정말 생활 밀착형 소설로 내 세상을 옮겨 놓은 듯 해서 더욱 공감하게 만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 옛말은 지금 세상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고, 한 어르신의 편견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마을 안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필요했다. 결국 한 세상을 꾸리기 위해 온 마을과 이웃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나만 힘든게 아니었고, 나만 유난스러운게 아니었음을 서로 알아주며 맞춰가는 방식. 그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었고 우리가 알지 못하던 세계가 분명 존재했음을. 그래서 그 세상이 잘 돌아가기 위해 우린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며 살아가는 방식을 매번 깨우쳐야함을 보여주는 글이니 책 바깥의 세상을 사는 독자들이여 우리 그렇게 서로 이해라는걸 해 봅시다를 다정하게 알려줬다.<br>📖턱걸이와 철봉 매달리기 모두 결국엔 추락이란 결과를 맞는 일이었다. 봄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을 때 자신은 철봉에 매달리자마자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곧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다리와 겨드랑이까지 걸고 버티다 떨어진 것이라고. 그렇게 살고 있던 것이라고.청소년 시절의 나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드라마에서 볼 법한 출근룩에 팔짱끼고 사선으로 서서 찍은 프로필사진이 들어간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일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러한 사람보다 더 많은 수고로움을 겪어내는 사람들이 꾸린 사회였다. 계약만료와 재계약, 기존 직무 연장과 정규직 전환. 매 분기마다 파리목숨이라 봐야할지 하루살이같은 삶이라 여겨야 하나 싶은 세상도 있었으나 몰랐을 뿐이었다. 봄 또한 그랬고, 가을 또한 그런 삶을 살아내는 일반인이었다. 그들은 이게 턱걸이의 삶이라 말했다. 매번 끝자락에 어딘가에 소속은 될 지라도, 떨어져 나갈 때에는 일등이 되어버리는 순위 역행자. 그러니 자신의 삶의 행운 여부까지 운운하게 만든다. 옛날엔 평생 직장도 있었다지? 그런데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그 사람도 힘들었을꺼라며, 우리 만큼이나 그들의 삶도 고단했을거라고 생각을 달리하게 만드는 말들. 무조건적인 위로 보단, 봄의 세상만 유독 힘든게 아닐거라며 동경하는 세상도 결국 사람 사는 동네 이야기라며 자기만의 동굴을 파고들지 않길 바라는 가을의 말에 나도 힘을 얻게 했다.난 사람보단 든 사람이 더 귀하다는 말. 그동안 더 열심히 하지 않고 뭐했냐는 채근보다 이러한 공감이 힘이 되는 순간도 있다.​📖삶은 거창한 대의나 신념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은 필요에도 삶은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손이 필요할 때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선지는 정말 모를까.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분명 잘 알고 있을 선지가 말했다.가족이라고,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 모든걸 터 놓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정이 딸과 아들에게 소소한 것을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딸도 아닌 어린 잎새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당신의 삶이 그러했다고 당신의 자식 또한 그러길 바라며 아들에게 둘째 출산을 종용하거나 딸에게 결혼은 무조건적인 삶의 관례라고 하지만 그 시대의 의무가 지금의 시대엔 선택이 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자식에겐 허용이 안 되지만 한 발짝 떨어져보니 대해가 자신의 아버지와 겪는 갈등 봄&amp;가을 부부가 생각하는 미래가 유난이 아닐수도 있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경직은 벽보고 말하듯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외골수까지는 아니라서 말이다. 여전히 이해 안된다는 생각은 존재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없음을 인지는하고 있으시니 감사하게 느껴졌다.(끼인 세대라 할 수 있는 내 또래는 알꺼다. 내 윗세대를 이해시키는 것과 내 아랫세대들 공감해야 살 수 있는데 매번 반복 주입식 설명을 해도 도돌이표인 경우가 허다하거든)<br>📖봄은 항구가 퉁명스럽게 해주는 말들이 좋았다.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이전 세대의 아버지들이 딸에게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꾸중을 듣는 듯한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항구의 말은 봄의 생각과 맞닿는 부분이 많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듣고 나면 마음에 새기고 싶곤 했다. 항구와 얘기할 때면 경험에 밀착된 말이 지닌 힘을 느꼈다. 허황되거나 공허하지 않아서,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사장님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아는 사람 같았다.우리가 어르신들을 공경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들이 살아온 세월의 배움은 우리가 겪어내지 못한 생생한 현장의 습득이기에 더욱 귀하고 값지다. 항구는 손아래 사람이라고 무조건 훈계하는 식의 대화가 아니었다. 한참을 주시하고 있다가 필요 할 때 툭툭. 일단 기다려줬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테니 바라보다가 헤매고 있을 지점에 왔을 때 툭툭, 다음 방향을 갈 수 있도록 그 앞에 표지판을 심어주었다. 무조건 당신의 말에 따라 오라 손목 쥐고 당기는 방식이 아니었다. 가는 길을 알려주었고, 가는 건 또 스스로 해보라고 바라만 봐 주는 것. 그게 경직과 다른 항구만의 방식이었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않던가. 한 발 두 발 걸음마를 시작 할 때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든 비틀거리다 손바닥을 잘못 짚어 쓸리든 일단 내 딛는 것 부터 해봐야 했고 그 다음 손도 잡아줬고, 저 멀리서 이 쪽으로 오라고 박수 치며 방향을 일러주기까지. 어른들이 가르쳐 주는 것들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봄은 귀한 경험치를 옆집 사장님이자 건물주, 부동산 계약 소장님인 항구에게 귀동냥하게된다.​📖'세상에 굽지 않은 사람이 없어.'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말 같아 위안이 되었다. 자신을 굽은 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될 것 같았다. 굽은 나무더러 왜 굽었냐고 묻지 않아도 되듯, 자신에게도 왜 어리석은 망므을 지니게 되었냐고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바람이 얼음처럼 찼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어리석은 마음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인간적인 마음이라 고쳐 알려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안정을 원하니 그건 당연한 방식이라고. 선지나 가을이 앓는 것은 이른바 마음의 감기였다. 누구나 앓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 대호도 직장을 잃고 육아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왔을 수도 있고, 봄이 계약 연장과 식당 운영, 식당 운영하며 임산부로서 모든걸 담당해야하는 부담감에 슬쩍 몸에 들러붙었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대해가 아버지와 진로를 두고 갈등하는 과정에서 점점 몸집을 불렸을 수도 있고, 항구도 다시 혼자가 되고 반복되고 특별할 것 없는 세상에 가라앉듯 모든걸 덮어버렸던 때가 있었을 거다. 왔다가 나도 모르게 가버릴 수도 있고, 좀 더 눌러 앉았다가 갈 수도 있는 것. 그래도 언젠가 또 아무렇지 않다는 듯 괜찮아질거라는 건 분명하니 그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에 몸을 맡겨보는 것. 그리고 이해해주고 이해받는 과정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고마워진다.<br>적어도 내 주변에는 세상이 쉽고 만만하다 여기며 사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들 하나같이 애쓰고 살았다. 시간은 흘렀고, 시대는 변했고, 다 안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배워야했고, 노력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나만 그런거 아니다. 다들 그리 산다. 그런 얘기였다.어느 하나 애틋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경직과 화정은 나의 부모. 대호와 주은은 나의 형제들 같았고, 선지는 내 친구들 같았다. 대해는 여전히 진로와 미래에 고민하는 사무실 동생들의 얼굴과 겹쳤다. 봄과 가을 부부는 우리부부 이야기와 결이 비슷해보였다. 다들 그리 살고 그리 고민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서로를 향한 이해와 연대의 과정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안해주면 그만인 감정의 교류인데 세상이 변하는 것에 받아들이고 모두 나와 같지 않음을 인지하는 점과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내는 존재임을 다양한 연령과 직군, 성별에 따라 얽힌 관계로 또 한번 실감을 하게된다.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던 이전 시대에 비해 이제는 한 어른을 보살피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했고, 결국 한 세상을 꾸리기 위해 서로가 존재함을 인식하는 삶의 긍적적인 예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머리통 큰 어른부터 한창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이 읽으며 다양한 울림의 교류도 재밌을 삼삼하고 담백한 이야기였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2/5/cover150/k6021396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320588</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실패담과 성공담, 결국엔 사람이 싫다 - [빵충 사육 준수 사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68292</link><pubDate>Mon, 24 Aug 2026 08: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682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0313&TPaperId=174682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2/66/coveroff/k2421303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130313&TPaperId=174682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빵충 사육 준수 사항</a><br/>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07월<br/></td></tr></table><br/>스릴러와 크리처물의 대가 답게 여름을 아주 정확히 겨냥한 소재. 그 덕에 내 여름 휴가도 이 빵충에게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를 재미나게 본 독자로서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했다는 점. 더 새로운 소재가 나올까 싶지만 신기하게도 재미난 이야기는 여전히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기대 할 만 했다.​이미 저자의 이야기는 오피스 괴담 이라는 안전가옥의 또 다른 시리즈로 맛본 상태. 단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찍먹은 해 본 독자이니 이번 이야기도 씹어삼킬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 골랐다.​청소년기를 트럼펫에 쏟아부었지만 그게 밥줄이 되진 못한 청년 정한. 무언가 원대한 꿈을 가진게 아니라 할 줄 아는게 없어서 청년 농부로 국가 지원받아 새 삶을 살고싶어한 뭣모르는 샌님. 딸기 재배 실패? 그건 뭐 또 다른 사육으로 공백을 메꾸면 되지 싶어 고른 빵충 사육. 소금빵의 형상을 한 식용 애벌레 사육.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빵충 사육 준수 사항. 저자는 제목으로 미리 일러두었다. 사육 준수 사항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어길 시 무엇이 어떻게 될 지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허나 주인공은 곧이곧대로 살진 않지. 어딘가 모를 꼼수를, 남들보다 더 쉬운 길을 가고자 하지 않아야 될 곳을 밟게된다. 그 선을 넘을 때 오는 짜릿함? 은 죽고 사느냐의 고단함까지 가져온다는걸 매번 겪어봐야 안다는 걸 마주하게된다. 역시나 이 세상은 사람이 제일 어리석고, 돈이든 욕심이든 눈먼 놈이 제일 무섭고 빨리 죽는다는걸 또 한번 실감하며 정한을 따라다니게 만든다. <br>📖P191_ 위험은 언제나 매뉴얼로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안전한 범주에 모든 것을 가두고는 스스로 안도한다. 우리가 길들이지 못할 것은 없다는 환상, 우리가 만든 것은 반드시 우리편일 것이라는 기만, 그리고 그 모든 착각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무너지는 순간을 나는 보고 말았다.다 안다고 생각 했지만 완벽한 건 없었다. 정한이 오래 사귀었던 유진에게 미래를 확신 할 수 없었던 것 처럼, 청소년기를 트럼펫에게 모두 맡겼고 트럼펫도 정한의 일생을 맡아줄거라 했지만 그가 손을 떼는 순간부터 모든건 개별적인 카테고리의 항목이었던 것. 타바콬의 일원이라 생각했지만 그놈의 대마가 아니었다면 같이 손 잡고 갈 이유가 없었던 그들과 정한. 청년 농부로서 새로 온 이방인이지만 같은 땅을 밟고 살기에 한 마을의 이웃이 될 거라 기대하는 착각이 더욱 이방인스러웠던 시작. 빵충으로 인해 이른바 와인패밀리로도 함께 운명 공동체를 이루지만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숨길 건 숨기게되는 동상이몽의 조합. 언제나 완벽한 믿음은 없다. 이 과정은 상황을 달리하여 찾아오지만 결론만은 동일했다. 각자도생.<br>📖P208_ 위험성이 이미 확인되었는데도 돈 벌어서 빚 갚고 싶으면, 제대로 살고 싶으면, 그냥 모른 척하고 일하라는 그 말이 마치 자기들의 잘못은 하나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모든 부담을 믿고 따라온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렸다. 거저 주는 사람의 선의는 매번 의심하게된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테니까. 그래서 나 또한 저런 청년 농부 창업지원이 이상했다. 진짜 농업이라곤 1도 모르는 이들을 모아두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고 지원해준다? 세상을 못미덥게 살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이 시작부터가 의심이었고 불안으로 바라보게했다. 없던 것을 새로 내어 놓으며 그 불안함까지 잠식 시켜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 정부가 아무리 미래 식량으로 사육 사업을 보장한다 했으나 그게 왜 하필 이 조합인가 하며 계속 물음표를 갖게 했다. 설마는 역시를 낳았다. 탐욕은 볼온한 현실을 훨씬 당겨두었고 그 틈새 마다 각각의 인물들이 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던 이유를 변명처럼 담아놓았다. 혹, 저자는 이런 생각을 제일 상위에 올려두고 적은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벌레같은 인간이 벌레이지만 아닌척 하는 음식을 만들어 팔아제끼는 세상. 그러니까 벌레가 판을 치는 시대.​기괴한데, 또 그렇다고 낯설지는 않았다. 소설같은 인생, 영화같은 세상이 아니라 정말 사람 사는 세상에 크리처물 한방울 떨어뜨려놓은 느낌이었다. 모두가 합의한 사항을 개인의 이득을 위해 거리낌없이 불이행 하는 면, 자신을 기준으로하여 사람을 줄세우기하여 어떤 이는 낮춰보거나 함부로 해도 된다고 인식하며 하대하는 점은 지금 문 밖에서 모든걸 먹어치우는 빵충이나 자신을 제외하곤 모든걸 나몰라라 하며 규율을 어기는 인간들이나 외형만 다를 뿐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48시간 이전을 알리는 문장부터 살짝 김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br>한 청년의 인생 굴곡사? 청년 농부의 눈물나는 농업일지? 대마도 키워보고 딸기도 키워보고 빵충도 키워봤지만 다 헛수고다? 생육하는 것들의 잘못은 다 내탓이요, 사람이 저리 삐뚤어지는 건 누굴 탓하리오? 모든 것들의 사육에는 준수사항을 지킬 것. 인간도 예외없음을 명시 할 것.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2/66/cover150/k2421303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726639</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경험하지 않을거라 여기던 것들이 다가올 때 - [서성이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49973</link><pubDate>Fri, 14 Aug 2026 08: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499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735&TPaperId=174499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off/k3621307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735&TPaperId=174499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성이다</a><br/>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것은 저자의 이야기이기도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했다. 소설은 이지수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촘촘한 시간을 풀어내는 것은 안시찬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사흘간의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사흘간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20여년간 살아온 부부라는 관계성과 각각의 개인적인 성향, 주변 가족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방식은 그 일이 벌어진다 한들 갑작스럽게 변하진 않았다. 지수와 시찬의 시간이 어그러진다 한들 사회속에서 수행해오던 각자의 역할과 약속들은 여전히 이행되어야했다. 익숙했던 세상이 무너졌으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해야하는 것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의 세상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그게 뭔 대수냐 싶은 타인들의 시간. 소설은 사흘이지만 저자가 남겨둔 글에는 이후의 시간을 독자가 가늠하도록 만들었다. 희망적이든 비관적이든 이어질 내용은 그렇게 독자에게 맡겨졌다. ​인터넷 서점의 카드 문구가 사람을 잡아둔다.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지는 동안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한 채 서성이는 한 남자의 3일.그리고, 책 표지는 동이 트기 전 같은 짙은 푸름과 진한 고요를 보인다. 아무도 없는 곳에 놓여진 섬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남자의 뒷모습.<br>이 책을 도착한 그날 밤 반절을 읽었고, 다음날 사무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찬과 지수의 시간을 먹어 삼켰다. 외면 할 수 없는 글이었다. 나도 그리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삶이니까. 삶이란 매번 뒷통수를 후려치고 도망쳐 버리는 것이 태반이니까. 그래서 읽던 책들을 모조리 외면하고 읽어내었다. 편집장의 소개글을 보며 이러다 눈물 광광 쏟아내며 책장 넘기고 있는거 아닌가 걱정했지만 눈물이 안 났다. 시찬이 우는 만큼 나 또한 시찬에게 이입되어 감정을 꾹꾹 눌러도 넘칠거라 생각했는데 미간에 힘만 들어가고, 어금니만 더 세게 깨물게했다. 울어봤자 소용없어의 마음도, 운다고 달라질게 없다는 마음도 아니다. 시찬에게 헛된 기대보다 확실한 팩트 전달과 이후의 방향성을 먼저 제시해주고싶었다. 감성에 젖어드는건 시찬의 몫이고, 나는 그가 덜 헤매도록 확실한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고픈 마음이 컸다. 지수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아내기도 벅찰테니 다른데에 신경쓰고 마음쓰는 일을 덜어주고픈 것이 내 감정을 꽉 움켜쥐게 했다. 굳이 나의 눈물까지 보태지 않겠노라 싶은 생각으로 사흘을 같이 버텼다. ​맨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글의 안시찬은 장강명이기도 했고, 또 장강명이 아니기도 했다. 아내가 아픈것은 맞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각각의 요소들이 재편되었고 일부의 이야기는 좀 더 극대화되어 예민한 구석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비슷한 감정과 비슷한 슬픔이 서려있는 것은 동일해보였다. 그렇게 시찬은 지수의 곁에서 '서성이다' 와 머물기를 반복 할 것이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믿을 구석을 찾기보단 내가 의지되어야하는 버팀목의 주체가 되어야함을 자각한다.(서로의 보호자인 부부 둘,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은 한 다리 건너의 가족, 업무와 이해관계로 얽힌 이들은 더 먼 방관자의 존재이니 바짓가랑이 잡으며 징징거릴 여력이 없다) 더욱 예민해지고 무감한 상태로 타인들을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 몇몇 보인다. 그건 시찬의 성향이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지키고자 하는 의지이기도하다. 그러다 수술실을 들어가기 전 인사를 할 때 터져버리는 눈물샘과 꺼이꺼이 울게되는 서러움. 하루 전만 해도 깔깔거리고 쫑알거리던 사람이 남편의 이름을 헷갈리고 날짜의 개념도 모호해지며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걸 볼 때 오는 두려움. 시찬이 유난스럽거나 변덕스러운 감정을 갖고 있는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보호자로서의 단단함과 물러터져버리는 슬픔이 공존함을 단 시간 내에 보여주고 있었다.​오죽하면 결혼 할 때에 아내를 마뜩잖아하던 어머니에게까지 전화하며 위로를 기대했고, 어디있는지 모를 신에게 기대는 마음은 간곡함만 가득할 뿐이다. 누군가에겐 찰나의 시간이겠지만 시찬에게는 억겁의 슬픔이 밀려온 날이었다. ​현실을 살다가 이따금 그간의 세월을 톺아보며 지수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당장의 처리해야하는 행정 업무까지도 모조리 그녀에게 맡기고 자신은 편하게 살아왔던 무관함에 자책하며 아내 없이 살 수 없는 껍데기 인간임을 받아들인다. 자책이라도 해야 지금의 불안함을 덮을 수 있을 듯한 상태. 자신을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환자의 가장 최측근이자 제1보호자로서의 다면화된 감정의 상태임을 느끼게했다.​ 아내는 병원에 누워만 있는데, 자신은 잠을 자야했고, 예정된 스케줄에 맞춰 일상을 살아야했으며, 뜨거운 커피로 정신차리려는 행태. 아픈데도 몸이 이상한데도 토한 이불을 치우려 했던 그녀는 왜 도와달라 하지 않았는지를 매 순간마다 떠올리며 시찬은 자신을 찔러댄다. 이건 상대를 못 믿어서가 아님을 안다. 괜한 걱정을 끼칠까봐 미안한 마음이 더 큰 사람이라 괜한 수고로움을 하지 않고 평안하길 바라는 관계에서 이뤄진 것들이겠다. 그래서 지수의 행동이 이해되고, 시찬의 자책도 공감을 한다. 두 경우를 모두 겪어낸 나도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유일한 보호자이니까.​하루, 이틀, 사흘. 그 뒤의 이야기는 없다. 그간 지수는 병명이 정해졌고, 수술을 했다. 이후의 경과와 호전의 정도는 기록되어있지 않다. 당장 코 앞으로 닥쳐온 집 매매와 대출건에 대한 진행 과정도 기록되어있지 않다. 전전긍긍했다. 시찬과 같은 상황을 겪어본 이가 있는지 SNS에 문의를 했지만 담당자에게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는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 사흘이 한 주가 끝나는 주말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끼여있는 평범한 시간의 일부였다. 누군가에겐 일상을 정리하고 회복 후 다시 시작될 한 주를 기대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내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에 사로잡힌 시간임을 비교하게 만들었다. 시찬을 계속 현실로 끌고 와 병동에 머무르게했고, 텅빈 집 그녀의 이불과 헤진 옷자락을 붙들고 있는 장면에서 일시정지하게했다. 나는 시찬도, 지수의 동생도 아닌데 불안했다. ​이래서 오토픽션이 무서운거구나, 이러니 SF소설보다 더 아득하게 만들구나를 느낀다. 나는 남편에게 시찬이 느낄 감정을 워낙 많이 안겨준 사람이라 미리 백기들고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모든 감정을 감내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살면서 119에 신고할 일도, 구급차를 탈 일도, 새벽 응급실로 급히 차를 몰게 될 일도, 장모에게 보호자로서 병실에 있도록 부탁하며 자신은 다시 일터로 가야하는 일이 몇이나 있겠는가. 30년 넘게 드라마에서 있을거라 여기던 일을 10여년의 시간동안 나의 남편으로 살면서 다각도로 경험하게 했던 이력은 시찬에게 들켜버린 나의 10년과도 닮아있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이건 한번 맛본 경험치라 다음번엔 의연하게 대처할 거라는 기대를 해선 안된다. 삶은 매번 뒷통수를 맞는 일이라 하지 않던가. 또 새로운 억겁의 슬픔으로 미리보기한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영영 오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삶의 굴곡이기도했다. 삶은 드라마라 했으니까 드라마틱한 극복을 기대하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맑은 결말은 없어 더 서글퍼진다. 안 믿던 신을 믿고, 기대 않던 행운을 바라는 것, 그간 그리 살지 않았으니 적어도 한번은 와주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성질도 내어보며 완벽한 이전의 삶으로 되감기는 안 될 지언정 '괜찮아지고있어'라는 말과 희미한 미소라도 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라 책 표지를 보며 일렁이는 마음을 눌러본다. 지수 곁을 '서성이다' 결국에는 '마주보다' 웃어주고 울어줄 수 있기를.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150/k3621307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9346</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웃자고 흘린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세상 - [제습기 다이어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44020</link><pubDate>Tue, 11 Aug 2026 08: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440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937531&TPaperId=174440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7/65/coveroff/k1929375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937531&TPaperId=174440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습기 다이어트</a><br/>김청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01월<br/></td></tr></table><br/>참신한 소재, 가벼운 길이감, 단숨에 읽어 낸다 하더라도 생각마저 짤막하게 쳐내지 못하게 만드는 문장의 잔상. 그게 제습기 다이어트가 만들어낸 버석함이라 할 수 있겠다. 감상의 습기를 다 빨아먹어버린다 하더라도 건조하고 바스라지게 만들어둔 이 씁쓸한 감정. 손에 뭍어난 이 아쉬운 가루들을 탈탈 털어버리고 싶어도 주름 틈 사이로 끼어버린 감정. 실제로 저자와 어머니가 나눈 문장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였다.엄마가 주인공 방에 제습기를 틀며 "우리 딸 미라 되면 어떻게 해!"라는 이 농담. 소설은 웃자고 흘린 이야기 한마디가 죽자고 달려드는 세상을 향한 뾰족한 마음이라 말 하고 싶어진다. 연예인보다 마른 그의 몸을 보고 주변에서 너도 나도 예쁘다며 칭찬하지만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미라의 선아를 걱정하진 않는다. 시기와 선망과 함께 푹푹 찔러대는 독설들. 이전의 선아에겐 건강을 우려한 걱정인척 비하를 했고, 현재의 선아에겐 미라 상태의 모습을 사육장 안의 동물들 처럼 눈요깃거리로 하대를 한다. 그들은 어떠한 모습이길 바라길래 비아냥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걸까. 예쁜 몸을 향한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에선 타인의 기준을 벗어나 스스로 존중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리 하는 사람은 몇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사람이라 한숨쉬며 문장을 따라가게했다. 선아에게 이입이되어 그녀를 바라보는 수십개의 눈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까지 물고 뜯어댈지 모르는 눈동자들이 식인물고기가 가득한 바닷가에 빠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뚱뚱해본 사람이든 삐쩍 말라본 사람이든 이 세상 살아가면서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요구한적 없는 타인의 시선. 예나 지금이나 변할 일은 없어보이는 과한 오지랖이며 수요없는 공급 같은 것. ​가족에게서, 친척에게서, 대학 동기들에게, 나중엔 놀이터의 이름모를 인간에게까지 얻게되는 수치와 모욕의 더블펀치. 지난번엔 곧 터지는게 아닐까 싶어하며 살집있는 외형에 입을 대던 친척은 이제는 미라 상태의 외형을 보더니 수상한 약을 먹은게 아닌지 도통 좋은 쪽으로 봐 줄 생각은 없어보이는 시선과 입에 달려있는 시비. 마른 몸을 갈망하는 시대는 어쩌다 이런 상상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나 싶은데, 이건 사람들이 얽혀 사는 세상에선 절대 없어지지 않을 듯한 아름다움을 향한 등급 나누기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단박에 마른 몸,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심장이 뛰는지도 온 몸에 물기가 스미는지도 관심 없는 사람들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는 틔워낼 숨구멍이 필요했고 그걸 눈앞에 보이던 라일락 향기와 씨앗, 묘목으로 자신을 투영한다. 자신은 미라가 아니라 잠자고 있는 씨앗이자 묘목. 오래된 씨앗은 물기가 없어 바싹 말라 살아있는지 당담 할 수 없지만 그 씨앗은 결국 싹을 틔웠으니 자신도 언젠가는 수분을 당겨와 조금씩 틔워낼 무언가의 과정 중 하나 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된다. 봄비를 맞고 싱그럽게 잎사귀를 반짝이는 것들 처럼 만물의 모든 이로운 것들만 흡수하며 향기와 온기를 지닐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선아의 진짜 봄은 지금부터라는 식으로 급히 문장을 마무리하며 꽉 닫힌 결말로 후다닥 끝맺었다.<br>타인이 자신을 향해 불만족한 시선을 내리 깔더라도 자신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겠다 한들 타인이 한번 꽂아놓은 잣대는 도무지 뽑힐 생각이 없고 도리어 쑤셔되는 통에 우리는 마음이 휩쓸리고 아무도 못 보도록 구석으로 웅크리며 숨게된다. 그게 어쩌면 바싹 말라버린 씨앗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돌멩이인지 씨앗인지는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을테고 시선을 맞추고 예쁜 말과 다정한 손길이 간다면 마음의 문을 열듯 숨구멍을 벌려 물을 먹고 세상으로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보였다.​나는 나를 씨앗이라 보았고, 타인은 나를 돌멩이로 보겠지. 나는 살이 찌든 바싹 마르든 선아였고, 타인은 나를 돼지 아니면 미라로 보는 것 처럼. ​다들 라일락 나무를 끌어안고 비를 흠뻑 맞는 선아처럼 살라고 그리하면 살게 될 거라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걸 숨쉬는 동안 매우 뼈져리게 느끼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위로가 먹힐지는 잘 모르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7/65/cover150/k19293753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1876572</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낯선 곳, 마음이 맞는 사람, 모든 사건의 순간이 꼭 연애로 이어질 이유는 없는거잖아? - [부오니시모, 나폴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44017</link><pubDate>Tue, 11 Aug 2026 08: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4401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934568&TPaperId=174440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943/6/coveroff/k0529345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934568&TPaperId=1744401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부오니시모, 나폴리</a><br/>정대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br/></td></tr></table><br/>'생전 해보지 않던 짓, 어찌 될지 모르는 미친 짓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는 작품 속 문장이자 후반부에 나오는 작가 인터뷰에서 볼 수 있는 한 마디.한순간의 선택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결정적인 순간들로 인해 삶의 방향성과 세상을 마주하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 속 선화와 한의 시간을 빌어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낯선 곳에서 이야기가 통하고 마음이 간다고 한들 그 전개와 엔딩이 꼭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고, 이후의 재회 또한 사랑하지 않았던 순간을 후회하는 방향으로 쓰여지지 않아도 소설 한 권이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잠깐씩 주저하던 그들의 대화와 생각들. 주저했기에, 고민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말하는 얄풋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기에 중년의 선화와 한은 산뜻한 인사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각자의 시절에 잠깐 스쳐갔던 인연이며, 그때의 서로를 응원했고 시간을 공유했던 것 만으로 만나지 못했고 기억속에만 실존하던 인물들의 안부를 물으며 잘 지내고 있겠지, 꿈은 이뤘겠지 라는 식의 짐작. 결국엔 만났고 그 때를 회상 할 수 있고 현재의 서로를 더욱 응원 할 수 있는 멋진 어른으로서의 순간. 꽤 괜찮은 어른의 삶이며 제법 그럴듯한 어른의 인연이지 않을까.<br>📖웃는 한의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우리는 왜 남들의 인정을 받아야지만 겨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구는 것인지.한의 시간들을 보면 20대 후반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후 나폴리로 떠나게 된 고달팠을 순간이 쌓여있다. 피자이올로(피자 장인)이 되려는 이유도 뭘 대단하게 살고자하는 욕망이 서려있는게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만 살아볼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었다. 낯섬이 주는 불안함도 있겠지만 나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평온함.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더욱 쪼그라들게 했던 시절을 짐작해보며 자신을 옭아메는건 스스로의 욕심보다 타인이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시선이 아니었을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각자의 안식을 찾은 후 6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둘이 아닌 넷의 조합. 한은 그 꿈을 이뤘고, 선화 또한 자신의 평온을 닦아가고 있었다. 각자의 배우자에게 그 시절을 숨기기보다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이유. 악수와 담백한 작별 인사 덕에 6년의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이을 수 있는 인연의 과정이라 여겨졌다. 선화가 완벽하게 느껴진다던 행복한 감정, 한이 만드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베어 물 때 닿았던 그 마음. 남자 대 여자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삶의 동료로서 같이 고난하고 마음썼던 낯선 곳의 응원 덕분이었다 여겨본다.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기억속에 흐릿하고 때론 미화되더라도 그건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자랑스러운 마음이니까.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943/6/cover150/k0529345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9430623</link></image></item><item><author>다정한곰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모든 인물들의 망한 사랑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23167</link><pubDate>Fri, 31 Jul 2026 0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7251184/174231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812&TPaperId=174231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40/coveroff/k0321308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812&TPaperId=174231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a><br/>박상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07월<br/></td></tr></table><br/>저자의 인터뷰 속 어떤것으로도 대체 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긴 서사라 일러주더니 진짜 대체할만한 거리가 없었다. 너무도 특별해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긴 호흡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여기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망한 사랑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누구 하나 부러움이 없도록 다들 완벽하게 망했고, 완벽하게 서로를 무너뜨린 사랑의 실패작 집단이다. 사치코의 사망. 하나의 유일한 혈육인 엄마는 의문사 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가 숨겨두었던 젊었던 여인의 이야기.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와 일본에서 숨죽이고 살수 밖에 없던 이유. 사치코의 딸 하나는 엄마의 가엾은 죽음과 자신이 알지 못했던 그녀의 세상을 되찾아 주고 싶어 한국으로 넘어온다. 유언이라 해봤자 엄마의 한 마디 였던 윤동주 찾기. 그자를 찾다보니 얼굴도 모르던 하나의 부친에 대한 존재까지 찾게된다. 한국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말렸던 이유, 엄마가 그토록 숨죽여 살던 이유, 아빠의 존재, 할아버지의 성씨를 따라갈 수 밖에 없던 하나의 출생의 이유. 송행자로 살 수도 마츠노 사치코로도 떳떳할 수 없던 그간의 삶을 유언 속 이름 윤동주와 엮여있었다. 사진으로 뒤늦게 알게된 미스 세일이자 세일가의 대접받지 못하는 가족이 되는 과정을 하나와 준호의 취재를 통해 그 대단한 집안싸움을 들여다본다. <br>출판사 홍보물엔 이 사랑이 곡진하다고 알렸다. 지극했다. 그녀의 생이 안타까웠고, 그걸 이용당하는 모습이 아쉬웠으나 결국 그녀자 자처한 일이었고, 수긍하던 방향들이었다. 불구덩이로 들어가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 대단한 세일가의 싸움터였지만 같이 들어갔고, 뭐라도 손에 쥐고 빠져나올 구실을 마련해주는 것 또한 윤동주가 함께했다. 사람의 마음을 이용을 하는 윤동주는 죄책감이라는 프레임을 떠안으며 더욱 사치코를 곁에 두었다. 사치코 또한 원하지 않는 장소에 가더라도, 원하지 않는 연을 맺는다 하더라도 감내했다. 그덕에 가난을 덮을 수 있었다. 어쩌면 도망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호색에 미쳐있는 인간에게 가는 것도 눈 감을 수 있는 건 다시 자신을 끄집어 내어 줄 수 있을거라는 단단한 믿음으로 보였다. 이건 박상영표 또 다른 사랑이고 믿음의 이유였다. 가난에서 끄집어 내었고,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 믿고싶은 이유였을것이라 보였다. 자이니치 여성이라는 한계점과 가정사는 절실해야만 하는 삶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윤동주는  마츠노 하나가 자신과 닮아있음에 더욱 애틋해 했다. 대접받지 못하는 삶. 고생을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고마워 하지 않는 주변인물들. 마음써주는 사람이 없다는 서러움. 수완이 좋은 사람에겐 노력이 가상한지 수족처럼 따르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게 사치코였고, 석형이었겠지. ​소설이든 일일드라마든 외로운 재벌가의 세력싸움은 어디든 존재했다. 사업 확장에만 눈이 뒤집힌 부친. 망나니짓하며 일 벌리기만 좋아하는 머리 텅빈 놈과 명석하더라도 어딘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배다른 형제 조합. 역사책 속 왕이 부활이라도 한듯 본처 후처 두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는 부친에게서 딸자식을 향한 애정은 기대해선 안되며, 잘난 놈으로 살아도 그의 성에 찰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러니 더욱 눈에 힘을 줘가며 청사진을 그리고 비어진 퍼즐을 끼워 맞추는 데에만 열을 올리게되는 사람. 아무리 짓밟아봐라, 더 두꺼운 줄기를 뻗어서 나뭇가지보다 더 단단하고 빡빡하게 뻗어 가리라는 욕망이 윤동주를 키웠고, 사치코는 그 조력자로서 윤동주가 하지 못하는 한끗을 더했다.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그건 한국 현대사에서 심심찮게 나오던 재벌가가 숨기고 싶어하던 집구석 대하소설이 이 소설과 맞물려보였다.​엄마의 죽음을 알고 싶었는데 한 기업의 역사를 헤짚는 꼴이 되었고, 한 사람의 욕망과 검은 돈의 흐름까지 알게된다. 숨어 있는게 익숙한 인물에서 알려지지 않은 대기업의 사생아로서의 재산 승계로의 전개. 파면 팔수록 더 더러운 돈이었고, 긁어 내면 낼 수록 부스럼이 한도 끝도 없이 나오고 있었다. 자랑스러울 것 하나 없는 돈의 출처였으니 여러모로 하나가 모르도록 하고싶었던 그나마 제일 멀쩡해 보이는 모정일지도 모르겠다.의문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대한 배후 찾기에서 시작되었다가 하나가 모르던 엄마의 시절을 찾았고, 제일 더럽고 역겨운 대기업의 집안싸움과 돈이면 다 되는 그 시절의 기업간 정치싸움 르포 버전으로 이야기는 엮여나간다. 결국엔 선한 것이 이긴다는 듯, 모든이들은 죽음으로 악행이 끝난다. 동주가 바라던 목표, 하나가 얻게된 것들, 인생을 걸어봐도 좋을 권력. 그게 환상임을 알게되는 허한 마음. 멀리서 볼 때엔 반짝이고 화려하던 그 왕관이 자신의 머리 위로 옮겨 졌을 때엔 지푸라기로 밖에 보이지 않던 버석한 빛깔에 대한 회한까지. 가지지 못할 때엔 화려해보이고, 정작 손에 쥐었을 때엔 허무하기 그지없는 그것. 삶의 전부를 받쳐가며 손에 쥐려했던 이의 끝. 결국 이게 가장 최선의 방향이라고 봐야겠다 싶지만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에겐 상을 내리는 전래동화의 국룰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게 김이 빠지는 느낌이지만 이 엔딩이라 다행이니 이런 딴지도 걸 수 있으리라 본다. 하나한테는 아무런 죄가 없잖아, 그러니 얘 만은 건드리지 말아야지 싶은 주인공 지키기로 가쁜 숨 몰아쉬 듯 헉헉대며 달려가는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내어둔 저자의 이력에 비해 제대로 읽은건 이게 처음인 독자. 그렇게 유명하고 방송까지 하던 '대도시의 사랑법'마저도 안 본 쌩눈의 독자가 처음 마주한게 이 작품,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였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에게는 구원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것. 그 둘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가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왔다. 윤동주는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이지만 철저히 감성적인 사람이기도 헀다. 기회를 주지만 그 기회가 옳지 못하는 방향이니 미안해하기도하고, 어떻게든 자신을 위해 사는 인생에 대한 보상을 하려 약속하는 사람. 목표가 있다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든 손에 쥐려는 사람. 제일 싫어하던 부친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 전형적인 그시대 기업가의 마인드. 그럼에도 일말의 사람다움은 자기 사람에게만 보이는 철저하게 편가르기에 능한 사람. 많은 갈래의 사랑이 있지만 갈등이 많고 고난이 많아야 더욱 맛이 사는 법. 그리고 남녀의 조합으로 단정짓지 않는 박상영 만의 문장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40/cover150/k0321308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34405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