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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박기범 글, 김종숙 그림 / 낮은산 / 2008년 2월
평점 :
처음에 ‘박기범’이란 작가에 이끌려 책을 선택하게 되었고,
두 번째는 삽화의 그림에 끌렸고,
세 번째는 내용에 숨겨진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역시나 삶과 글이 일치한다는 작가만이 힘없고 가여운 것을 보듬어 끌어안으며 그 안에서 우리 인간들의 비틀린 모습을 소리 없이 꾸짖고 있는 듯하다.
아우우우워어~.
길고 낮게. 처절하게 가슴 속을 울리는 저릿한 울부짖음이 귀가 아닌 가슴을 파고든다.
어린이 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만한 제목인 ‘미친개’를 제목으로 붙임으로서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끌려한 게 아닌, 우리 인간들의 그릇된 생각과 미칠 만큼 절박함이 느껴질 만큼 조여 오는 삶의 벼랑 끝 까지 궁지로 내몰린 개의 절실함이 느껴졌고, 약한 것에 대한 우리 인간은 어떻게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따라가게 한다.
모든 이가 개만 보면 작대기를 휘두르는 것은 아니고,
모든 아이가 다 팔매질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개는 몹시 불안했어.
누가 갑자기 작대기로 등짝을 후려칠지, 어느 아이가 느닷없이 돌을 주어 던질지 미리 알 수는 없었으니까.
더러 안쓰러운 얼굴로 보아 l들도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이들 한두 마디에 멈춰질 일은 아니었어.
돌 던지는 아이 하나가 있으면 그 곁으로 재미있어 부추기는 아이들이 떼 지어 모이곤 했어.
누구하나 나서서 말리지 않았지. 그 개에게는 다들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여기는 것처럼.
첨부터 미친개가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아니 그렇게 미친개를 만들고 있었다. 생각의 오류가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개가 사람의 총에 맞거나 혹은 사람을 물어뜯는 끔찍한 결과를 만들지 않았음에도 책을 읽고 난 느낌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묵직하고 개운치가 않다.
개는 사람들 눈을 피해 다녔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는 되도록 사람들 사는 쪽으로 내려가지 않았어.
개울 너머나 먼 발 건너에서라도 사람 기척이 있다 싶으면
먼저 몸을 숨기거나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겼어.
정신을 빠짝 당기고 지내자 개의 모습 또한 달라졌지.
조심스레 살피는 눈빛은 매섭게 쏘아보는 눈매로 변해갔고,
사람들을 피해 바삐 몸을 숨기는 모습은 마치 사냥을 준비하는 날랜 몸놀림처럼 보이기도 했어.
게다가 그 모든 처지가 바뀌면서 숨소리마저 달라졌어.
가쁜 숨을 쉬거나 억지로 숨을 낮추느라 목구멍을 긁어 대는 소리가 나곤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