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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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교한 반전이 돋보이는 사회추리소설
총 여섯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역시간순으로 돼있다.
관전둬라는 정의로우면서 천재적인 추리 능력을 갖춘 인물이 구심점이다. 첫 단편부터 독특한 소재로 몰입감을 확 높이다 각 단편마다 다양한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활약하는 모습을 통쾌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천재경찰의 추리능력이나 반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경찰로서의 의무나 기능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한 경찰의 일생을 통해 홍콩에서의 사회격변 시대를 그려내고 그 속에서 경찰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강조한다. 다만 나는 시대적인 상황보다는 관전둬의 일생에 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처음과 끝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본다면, 그가 처음 경찰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깨닫게 된 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기막힌 인연이 지탱하고 있었음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었다. 또한 관전둬의 철학은 다시 정의로운 경찰들에 의해 이어질 것이지만, 관전둬에게 그 철학의 씨앗을 심어준 사람이 관전둬와 마지막에 어떻게 만났는지는 참 재밌는 반전이다. 과연 관전둬가 그 때 의식이 있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신이 가르쳐준 그것대로 난 살아왔는데, 당신은 도리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잡아먹혔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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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 그 사람 그 개 - 아련하고 기묘하며 때때로 쓸쓸함을 곱씹어야 하는 청록빛 이야기
펑젠밍 지음, 박지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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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개혁 및 개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시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골 사람들의 고단하지만 살고자하는 굳센 의지를 동시에 그려낸다. 전반적으로 서정적이고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풍부한 묘사로 표현하고 있어 도시생활에 지쳐있을 때 읽기 좋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산 그 사람 그 개>와 <낚시를 끊다>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첫번째 작품은 평생 일한 우편배달부란 직업을 노화로 인해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아들에게 물려주는 이야기다. 산과 들, 강을 건너 부자가 서로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 작품은 자신이 가진 것에 항상 감사해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특히 인상 깊었다. 엄청난 낚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 앞에서 뽐내지 않고 그 재주를 다른 이들 앞에서 드러내는 이유도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비록 가난할지언정 자신의 가장 큰 재주를 소박하게 간직하고 타인을 도우기 위해 그 재주를 선보이는 주인공의 순수하고 강직한 마음이 인상깊었다. 결말 또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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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런 Born to Run -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질주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여름언덕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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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류학적으로 달리도록 설계됐다는 것에서부터 런닝화를 판매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상술까지, 울트라러닝 외에도 달리기라는 주제를 다루는 폭이 넓다. 달리기는 독서와 더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다. 그래서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영감 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었고 감동도 있었다.
울트라러닝이라는 극단의 달리기를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이것은 곧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된다. 진심이 담긴 마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결국 달리기와 인간을 주체를 구분할 수 없이 하나로 만든다.
4월에 10km 마라톤을 나갔다. 평소 연습한대로만 하자며 나 자신에게 약속했지만 사실은 목표와 욕심이 있었다. 달리기를 끝내고 아쉬웠던 점은 욕심을 채울 수 있을만큼 전력을 다해서 달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 기량에 맞게 적절히 페이스조절을 하면서 달려야 하지만 너무 여유있게 달리는 바람에 마라톤을 끝내고 나서도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왜 에너지가 남는가. 왜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난 에너지를 느끼지 못했는가. 두려움 때문이었다. 목표를 안전하게 달성해야 한다는 두려움. 그것이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달리게 만들었다.
달리기 자체에 집중할 때 환희와 기쁨을 못 느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어느 순간 앞에 놓인 길들이 두려워 마음보단 머리로 달렸다.
전세계에서 가장 잘 달리는 타라우마라족은 나와 정반대였다. 달리기를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달리는 이들과의 유대감을 공고히 해주는 축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순수한 즐거움으로 달리기를 대했으며 평온하게 달렸다.
하지만 나에게도 달리기에 대한 철학이 있다. 달리기는 내가 힘듦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겠다는 나와의 의식이다. 그래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어야한다. 그래서 나에게 달리기란 한계를 온전히 감내했을 때 찾아오는 평온함이다. 타라우마라족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세계의 수많은 러너들은 각자 달리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것이다. 나 역시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로서 달리기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있다. 이 책은 미국인과 오지의 부족이 함께 트레일 러닝을 하기까지의 눈물나는 노력과 결국 그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달리는것을 생생히 기록하며 독특한 개성과 달리기에 대한 정의를 획득했다. 결국 본질은 같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들과 나는 달리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든,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내 다짐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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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런 p. 409

카바요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생각했다. 그는 이 협곡에서 수없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지만 항상 빠져나가는 길을 찾았다. 그는 쉽게 생각할 거야.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주어진 게 이것뿐이라면 그것도 나쁘진 않아. 그렇게 생각하고 가볍게 갈 거야. 힘들 이지 않고 갈 거야. 언덕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지 상관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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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런 p. 47

타라우마라 인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은 힘을 과시하는 것이며상대방을 지배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이방인에게 당장 마음을열고 자신의 비밀을 쏟아내지 않는다. 타라우마라 족이 이곳에 숨어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방인을 피하기 위해서다. 타라우마라 족이 마지막으로 바깥 세계에 문을 열었을 때 이방인들은 그들을 사슬에 묶고 머리를 베어 3미터 높이 막대에 매달았다. 은을 찾아서들어온 에스파냐 인들은 타라우마라 족장의 머리를 베고 타라우마 라 족의 땅과 노동력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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