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브라보! 브라보! 들어봐라, 아르카지………. 현대의 젊은이들은 바로 저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거란다! 생각해보렴, 그러니 어떻게 그들이 너희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니!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무식하다고 소문나는 게 싫어서 싫든 좋든 노력을 했지. 그런데 요즘젊은이들은 그냥 ‘세상의 모든게 다 부질없어!‘라고만 하면돼. 그럼 그걸로 끝이야. 젊은이들은 기뻐하지. 그리고 사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저 얼간이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갑자기 니힐리스트가 되어 버렸구나."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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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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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연대기를 모두 지워버리는 공허함

주인공은 도박꾼으로 대책없는 삶을 사는 인물이다. 장군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일하지만 그마저도 해고 당한다. 장군의 양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를 경멸하고 혐오하는 태도를 보일 뿐이다.

장군은 블량슈라는 여자에게 완전히 빠져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블랑슈는 어마어마한 허영심과 탐욕을 가진 여자여서 장군에게 상속될 재산 없이는 그와 같이 있지 않으려한다.

장군이 상속되기 위해서는 상속인인 할머니가 돌아가셔야 한다. 장군과 블랑슈는 장군에게 상속될 막대한 재산을 위해 모스끄바에서 할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전보가 도착하기를 오매불망 기다린다.

그러다 장군과 블랑슈,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이 발생한다.

병을 앓고 있어 금방 돌아가실줄 알았던 할머니가 정정한 모습으로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나타난 것이다. 비록 안락의자에 앉아있긴 했지만 고집불통에 완고한 모습으로 이러저리 목소리를 높여가며 그들 앞에 등장한다.

할머니의 등장에 장군에게 상속될 재산을 기대하며 그에게 기생하던 블랑슈와 드 그리외라는 프랑스인은 장군의 이용가치가 낮아졌음을 알고 그에게 화를 내고 대책을 촉구한다.

그러다 할머니는 주인공과 같이 도박을 하러가게 된다. 할머니는 놀랍게도 엄청난 돈을 따며 도박에 푹 빠지게 된다.
그렇지만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던 행운이 점점 불운으로 바뀌고 할머니는 본인이 가진 재산의 일부분을 탕진하면서까지 도박에 많은 돈을 걸지만 모조리 잃어버린다.

이미 도박의 생리를 잘 알고 있던 주인공은 그런 할머니를 말리려하지만 할머니는 아무말도 듣지 않고 계속 돈을 걸다 결국 다 잃은 후 병이 나버린다.

그러다 주인공은 어떤 육감에 의해, 마치 자신에게 마땅히 다가와야 할 행운이 그를 인도하는 것처럼 도박장에 가서 엄청나게 큰 돈을 딴다.

그 돈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아오지만 그녀는 그를 차갑게 대할 뿐이다. 주인공은 더이상 아무의미도 없는 돈을 블량슈에게 거의 자발적으로 줘버리고 다시 도박을 하며 살아간다.

전체적인 내용이 도박중독자와 주변인물들의 생활을 다루고 있기에 엄청나게 흥미를 끌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도박에 중독된 사람의 심리상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재밌기도 했다. 아마 그는 평생 도박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를 경멸하기만 하던 그녀가 사실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도 그의 뇌는 사랑에게 향하지 않는다.

추억과 사랑마저 파괴하는 중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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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속 숨은 조연들 - 잊혔거나 알려지지 않은
노승대 지음 / 불광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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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1편에 이어 2편이 있단걸 알게돼서 얼른 구매했다.

역시나 불교와 관련된 많은 신화와 역사적 사실들이 재미있게 설명돼있었다. 그 동안 절에 다니면서 궁금했었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부처님 곁을 지키는 이들이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역사의 흐름속에서도 부처님의 큰 뜻이 무사히 전승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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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로의 여행 열린책들 세계문학 270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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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공포로의 여행

배에 승선한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많은 스파이 소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영국의 무기제조 엔지니어다. 터키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하려던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단순 강도사건인 줄 알았던 그 일이 알고보니 자신을 살해하려는 시도임을 알게된다.

주인공 친구의 도움으로 터키 비밀사령관인 하키 대령의 강권에 의해 배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배에 승선한 자들의 인원은 10명 남짓이며 이 중 사흘 이내 표를 예약한 자는 없다는 말에 주인공은 안심하고 승선한다.

배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특히 조제트라는 매력적인 헝가리 댄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배가 그리스에 정착한 후 급속도로 바뀐다.

주인공을 암살하려던 자가 배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심한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어찌할바 모르던 그는 나름대로 대응을 해보려하지만 헛수고로 돌아간다.

이후에는 반전이 이어지고 상황이 종결된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스파이소설은 존 르 카레의 것이 전부였는데 이 작가의 스파이세계에서 일반인의 역할은 다소 제한적이며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주로 스파이 간의 대결과 암투, 두뇌싸움 등을 다뤘기에 복잡하면서도 스릴있었다.

이 소설은 정반대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주인공은 평범한 엔지니어이기에 계속 공포에 질려 쫓기고 스파이 또한 후반부에서나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그 모습 또한 더러운 인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배에 탄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상황에서 스파이가 내 뒤를 쫓고 있다는것이 현실감 있었기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런 이야기일수록 배에 탄 사람들의 캐릭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 또한 잘 풀어냈다고 느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프랑스 남자와 그것을 질색하는 그의 부인,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모자, 헝가리댄서와 그의 파트너인 호세 등등 서로 삶을 공유하고 때로는 자극하면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재밌었다. 뻔하지만 왠지 기대를 걸고싶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주인공도 나도 하마터면 깜빡 속을뻔 했다.

주인공에게는 공포로의 여행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재미로의 여행이었던 만큼 시간이 지나 줄거리가 희미해질때쯤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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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어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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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삶을 견뎌야하는 고통의 의미란

헤밍웨이의 작품을 처음 읽어봤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이 공감가면서도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

원래는 전쟁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책소개에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써져있어 호기심이 일어 읽었다.

시대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주인공은 헨리라는 미국인이지만 이탈리아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 앰뷸런스 부대를 책임지는 중위로서 앰뷸런스 차량을 관리하고 전쟁지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그는 캐서린 바클리라는 스코틀랜드 간호사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저 이성적인 욕구를 채울 목적으로만 그녀를 가볍게 대한다. 캐서린은 내가 생각해도 정신이 약간 이상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반에는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가볍게 시작한 관계가 점점 진심이 돼가며 헨리는 캐서린을 사랑하게 된다. 포격으로 인해 다친 자신이 있는 병원으로 캐서린이 오게 되면서 그녀에게 진심으로 반한다. 그녀의 헌신적인 돌봄과 깊은 애정으로 헨리는 다친 무릎을 무사히 수술하고 복귀한다. 그리고 캐서린은 임신한다.

헨리는 부대 복귀 후 악화된 전선에 맞춰 후퇴하기 위해 운전병과 앰뷸런스를 이끌고 길을 떠나지만 도중에 일이 잘못된다. 죽을 위기를 여러번 겪지만 다행히 캐서린과 재회한다.

캐서린과 재회 후 탈영병 신분으로 이탈리아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헨리와 캐서린은 스위스로 가기로 한다. 조력자의 도움으로 새벽에 보트를 타고 이동하여 마침내 스위스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그들은 행복한 겨울을 보낸다. 서로 떨어지지 않고 스위스의 아름다운 눈 덮인 풍경 속에서 서로만을 바라보며 조용하지만 평화롭게 지낸다.

하지만 그 행복은 캐서린의 출산이 잘못되며 무참히 깨진다. 아이도 죽고 캐서린도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가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캐서린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바로 앞의 장면들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그 잔상이 계속 남아있었다.

헨리가 캐서린의 죽음을 확인한 후 호텔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의 감정과 앞으로의 삶을 좀 더 자유롭게 상상하게 됐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적인 사랑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의 삶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공감돼서 그 부분이 더 기억에 남았다.

개미를 나뭇가지에 올려놓고 그 밑에 불을 피웠을 때 개미들은 살기 위해 여기저기 도망치지만 결국 어느쪽으로도 불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떨어지거나 불에 타서 죽어버린다. 그 나뭇가지를 땅으로 내려놓아서 개미를 살릴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수의 개미가 죽던지 인간에게는 별로 상관이 없다.

인간을 향한 신의 태도가 바로 이럴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어서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매우 공감이 갔다. 인간이 개미에게 그러는 것처럼 신도 인간을 그렇게 다룬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운명에 절대 개입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고통과 죽음을 일어나야 될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신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그렇지만 나는 신의 그러한 냉소적인 시각과 더불어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든 운명에 의해서든 자연의 질서를 통해서든, 인간이 겪는 모든 희노애락을 신도 분명히 느끼고 인간의 아픔과 고통을 위로하고 있을 것 같다. 힘들 때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고 의지할 때가 많기 때문에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는 신을 원망하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을 믿는다.

그게 헨리가 개미를 바라보는 시각과 나의 관점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헨리는 나뭇가지 위에 개미를 일부러 올려놓고 개미들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관찰했지만 냉소적인 마음에서였다. 인간이 고통받음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신을 원망하는 마음이 깔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믿는 신이라면 나뭇가지 위에서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고통받는 개미를 슬프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신을 믿는 헨리도 이해한다. 아마 내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제대로 겪게 된다면 나도 헨리처럼 신의 역할에 의문을 갖고 부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이 생각하고 만든 모든 관념과 이상과 가치 그 자체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 허상만을 쫓는다는 증거가 아닐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는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예전부터 인간이 개미랑 무엇이 다른지, 신의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생명일 것이고 자연의 순리대로 피고 지는 작디 작은 점들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왔어서인지 이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작가의 전 생애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가 이러한 영향으로 자살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도중 터키에서 지진이 발생해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관련 뉴스를 보는데 어린아이를 구출하자 주변에 있던 남자가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신을 원망할 수 있음에도 하나의 생명이 구해짐에 신에게 감사를 올리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비극적인 상황에도 신을 믿는 마음을 잃지 않는 이들에게 평안이 있기를 바란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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