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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 시스템이 붕괴된 한국 사회의 아찔함을 읽다
이정국.임지선.이경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는 사회부기자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목소리 조차 내기 힘든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고 낸 책이다.처음엔 많이 낮설고 자주 들어보지 못한 얘기들에 살짝 당황스러웠고 읽어가는 도중엔 나와 조금은 닮은 면들에 놀랐고 나중엔 소외되고 낮은 목소리를 가진 이들에게 간접적인 가해자가 되고 있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들이 솟구쳤다.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1장 '일하는 손은 외롭다'에서는 '소외된 노동자'(감정 노동자,정화 노동자,인턴,직장 왕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장 '삶이 아픈 사람들'(동성 커플,언론 보도 피해자,자살자 유가족,지하 거주자,희귀 난치병 환자,독거노인)로 최소한 인간답게만이라도 살고 싶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3장에서는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한글 배우는 어른들,각방 부부,저소득층 비만 아동,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소외된 노동자 중에 '정화노동자'에 대한 얘기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차마 가족에게조차 어려움을 토로하지 못하고 서로 말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에서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어느날 출근 길에 그들이 일하는 곳을 지나가면서 역겨운 냄새에 코를 막고 지나가면서 신선하고 상큼한 아침을 망쳤다는 생각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는 생각만 했을 뿐 정작 그들 또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고 우리의 배설물을 치워주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조차 못한 나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오로지 나만 생각했던 결코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인격체라는 생각조차 하지못한 사실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2장 희귀 난치병 환자들의 모습을 통해 어느 한편에서는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서 쓰이는 약물이 한편에서는 생명을 이어가는 끈이라는 사실, 그 끈 또한 경제적이지 못하면 놓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말문이 꽉 막히는 느낌이였다. 살아있을 때에는 각종 병들과 텔레비전만이 유일한 친구였고, 죽음 또한 홀로 쓸쓸히 맞이하는 독거노인들의 모습에 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세상과 단절된 두려움이 느껴졌고 미래의 내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3장 무늬만 부부인 '각방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또 그 부모를 보면서 자라게 될 아이들의 깊은 상처가 느껴졌다. 나 또한 시시때때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대함으로써 타인보다 더한 상처를 준 것은 아니였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소외되고 아픈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결코 드러내고 싶지않은 우리 자신들의 어두운 단면들을 비추어보게 되는 것 같다.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했던 것들,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에겐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고, 우리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누리고 있었던 많은 부분들이 그들에겐 얼마나 절실한 최소한의 생존의 문제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것 같다.
또 '함께 생각하기'라는 부분에서는 일선에서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그들을 공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좀 더 그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고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어줌으로 그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의 고통에 우리가 손 내밀어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쩌면 이기적인 우리는 각자의 아픔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이의 아픔에는 너무 무감각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들은 왜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돌아보아야하고 공감하여야 하는지, 그들에게 손 내밀어 더불어 살아가야하는지를 다양하고 낮은 목소리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깨워주려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