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14


생라면을 반쯤 먹고 아무래도 너무 썰렁한 기분이 들어텔레비전을 틀었다. 채널을 돌리면 MBC 프로그램 〈나 혼자산다)가 어느 한 채널에서는 꼭 방영 중이다. 근래 몇 년간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답다. 1인 가구가 어떻게 혼자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동경하는 모양이다. ‘나래바‘를 열 시간도, 한적하게 고독을 즐길한강뷰의 거실도 없는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로서는 뒷맛이씁쓸하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다루는 예능이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통해 ‘가족 아닌 누군가가 상대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돌봐주는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현실에서 연예인, 기획사, 매니저는 고용계약으로 묶여 있지만 예능에서는 그들 사이의 배분비율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돈이 지워진 그 자리에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응원하지만 질척거림은 없는 관계의 환상만 남는다. 여기서 사람들이 보고자 했던 게
‘생활 동반자 아닐까? 실제로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다는 한남성 개그맨과 동성 매니저는 전형적인 생활동반자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SBS 불타는 청춘)과 Olive 〈밥블레스유)는 ‘결혼 적령기를 지난 비혼인이 가족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우정을 맺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노년이 된 친구들끼리 같이 살며 겪는 에피소드를 보

여주는데, 노인 생활 동반자 가구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여준다. MBC 구해줘! 홈즈)도 인상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출연해 집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은 흔인과 혈연로 맺어진 ‘정상 가족‘만은 아니다. 정상 가족을 위해 지이진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는 워낙 많기 때문에 예능의 소재가될 수 없다.
대중문화가 가족관계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데 비해 법과 정책은 지체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동거에 대한 아무런 법적 보호를 하지 않는다. 법과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방치된 동거 가구는 주거, 의료, 각종 급여 수급 등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해 차별받는다. 또 동거 가구의 각 구성원 역시 상대에 의한 가정폭력, 성범죄, 경제적약취의 위험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있다. 동거를 지속한 기간이 길고 서로 돈과 노동을 주고받는 관계라면 이에 맞는 사회복지 서비스뿐만 아니라 차별방지, 가정폭력 예방, 재산 관계 보호 등 법과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
서로의 필요를 맞춰줄 유연한 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우리 법과 정책은 이에 대한 명칭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결혼‘이 수많은 법과 정책, 사회적 관례를패키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모든 가족 형태는 수많은 법과정책, 사회적 관례의 패키지로 이루어진다. 이제는 서로에대한 책임을 갖는 동거 관계에 필요한 법과 정책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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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을 권리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황두영 지음 / 시사IN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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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p11, p13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늘 격려와 위로가필요하다. 바쁜 친구와 밖에서 만나 얘기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일의 건강한 출근을 위해서 오늘 털고 가야할 이야기도 있다. 치킨을 주문하거나 라면을 끓일 핑계가되어줄 사람도 필요하다. 눈송이만한 외로움이 밤새 몸을굴려 눈사태가 되지

생활동반자법 법안을 구상하며 적지 않은 당사자들을만났다. 동거라고 하면 흔히 철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동거의 모습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여든 줄에 들어선 어르신 커플은 60대에 만나 십수 년을 함께 살았지만

공사과 연관된 가족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염려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
는 마음 하나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커플도만났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해 꿈꾸던 대로 둘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지만 1인 가구로서 복지혜택과 부부로서 복지혜택을 머리 아프게 비교하면서 혼인신고를 해야 할지 몇년째 고민만 하고 있었다.
 또 외로운 친구를 돌봐주려고 왔다가 수년을 같이 살고있는 여성 노인도 만났다. 이 나이에 남자 밥 안 해줘도 돼서 속 편하다‘고 하면서도 친구의 자녀가 오면 불편해서 방안에만 있는다고 했다. 사회적 인정을 원하는 동성 부부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동성 결혼의 합법화지만, 일단생활동반자법이라도 있으면 대출, 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 외에 모아놓은 돈도, 안정적인직업도 없어 당장 결혼하지 못하지만 데이트 비용과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자연스레 동거를 하게 된 생계형 커플은 셀수도 없이 많았다. ‘누구와 사는가‘ ‘누구와 살고 싶은가‘를둘러싼 사연은 매우 다양했고, 결코 혼인과 혈연만으로 묶일 수 없었다.
 생활동반자법을 추진하면서 많은 오해와 반대 의견을들었다. 혐오로 가득한 비합리적인 주장도 많았지만 최대한많은 의견을 숙고하려고 노력했다. 생활동반자법은 가족의가치를 무너뜨리는가? 혼인과 출산을 줄어들게 할 것인가?

임대주택, 세금 등의 혜택을 위한 가짜 생활 동반자를 마어낼 것인가? 이런 비판에 답하기 위해 거듭 고민하면서는 오히려 생활 동반자법이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
확신이 강해졌다. 그리고 생활동반자법이야말로 우리 사해의 평범한 관계를 법적 범주에 포함시켜 사회통합을 이뤄나가는 보수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그간 고민해 온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해보려 한다.
생활동반자법 논의의 핵심은 ‘고독‘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외롭다. 국가는 국민이 외롭게 살도록 방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폭증하는 1인 가구를 자유와 낭만을 갖춘 새로운생활방식처럼 꾸미지만 실제로 불안정한 경제적 상황, 누구와 같이 사는 게 민폐가 되는 여러 환경, 너무 높은 결혼의장벽, 가부장적 가족문화 등으로 ‘어쩌다 보니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족 간에 물리적, 감정적으로 서로 돌보지 못하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상황도 빈번해 가족과 함께 살아도 외로운 경우가 많다.
‘고독‘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개인의 기분이 아니라 실재한다.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이 고독한 상태가 되면 그건 사회적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다. 지속적인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자원이 필요하다.
나는 고독이, 외로움이, 돌봄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이 어쩌면 한국의 가장 큰 정책적 과제일지도 모른다고생각한다. 사회적 고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기껏해야 상담을 해주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보험수혜를 늘려주는 정도다. 물론 경제 정책, 복지 정책, 노동 정책을 통해 사회적 고독을 만드는 요소를 줄여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외로움 자체를 해소하려면 더욱 직접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동반자법은 고독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에 대한 법이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다. 화장실에서 넘어졌을 때 구급차를 불러줄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은가. 돌봄은 좁은 의미의 간호나 가사노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늘 격려와 위로가필요하다. 바쁜 친구와 밖에서 만나 얘기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일의 건강한 출근을 위해서 오늘 털고 가야할 이야기도 있다. 치킨을 주문하거나 라면을 끓일 핑계가되어줄 사람도 필요하다. 눈송이만한 외로움이 밤새 몸을굴려 눈사태가 되지 않도록 그저 누군가의 잠자는 숨소리가필요할 때도 있다.
 물론 누군가와 같이 산다 해도 내 몫의 돌봄은 내가 해야 한다. 하지만 품앗이는 할 수 있다. 내가 힘들고 바쁠 땐상대가 도와주고, 아플 땐 서로 보살피고 집안일도 대신 해줄 수 있어야 한다. 피곤하고 아파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은해야 하는데, 빨아놓은 셔츠가 한 장도 없을 때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묻게 된다. 우리에겐 연대와 협동, 상호돌봄이 필요하다.

생라면을 반쯤 먹고 아무래도 너무 썰렁한 기분이 들어텔레비전을 틀었다. 채널을 돌리면 MBC 프로그램 〈나 혼자산다〉가 어느 한 채널에서는 꼭 방영 중이다. 근래 몇 년간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답다. 1인 가구가 어떻게 혼자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동경하는 모양이다. ‘나래바‘를 열 시간도, 한적하게 고독을 즐길한강뷰의 거실도 없는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로서는 뒷맛이씁쓸하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다루는 예능이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통해 ‘가족 아닌 누군가가 상대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돌봐주는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현실에서 연예인, 기획사, 매니저는 고용계약으로 묶여 있지만 예능에서는 그들 사이의 배분비율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돈이 지워진 그 자리에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응원하지만 질척거림은 없는 관계의 환상만 남는다. 여기서 사람들이 보고자 했던 게
‘생활 동반자 아닐까? 실제로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다는 한남성 개그맨과 동성 매니저는 전형적인 생활동반자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SBS 불타는 청춘과 Olive 〈밥블레스유)는 ‘결혼 적령기를 지난 비혼인이 가족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우정을 맺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노년이 된 친구들끼리 같이 살며 겪는 에피소드를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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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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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문장마다 곱씹어보게 되는 김애란 당신은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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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기 전, 나는 내가 집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몰랐다.
같이 사는 사람의 기척과 섞여 의식하지 못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내가 끄는 발 소리, 내가 쓰는 물 소리, 내가 닫는 문 소리가 크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중 가장 큰 건 내 말소리‘ 그리고
‘생각의 소리‘였다. 상대가 없어, 상대를 향해 뻗어나가지 못한 시시하고 일상적인 말들이 입가에 어색하게 맴돌았다. 두 사람만 쓰던, 두 사람이 만든 유행어, 맞장구의 패턴, 침대 속 밀담과 험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던 잔소리, 농담과 다독임이 온종일 집안을떠다녔다. 유리벽에 대가리를 박고 죽는 새처럼 번번이 당신의 부재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야 나는 바보같이 ‘아, 그 사람, 이제 여기 없지…….…‘라는 사실을 처음 안 듯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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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앞의 ‘청명‘이 남의 집에서 떼다 붙인 커튼처럼 느껴졌다. 눈앞에서 아름답게 펄럭이는 ‘현재‘가 좋았던 과거 같고, 다가올 미래 같기도 한데, 뭐가 됐든 내 것 같진 않았다. (p227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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