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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을 권리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황두영 지음 / 시사IN북 / 2020년 3월
평점 :
p8-p11, p13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늘 격려와 위로가필요하다. 바쁜 친구와 밖에서 만나 얘기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일의 건강한 출근을 위해서 오늘 털고 가야할 이야기도 있다. 치킨을 주문하거나 라면을 끓일 핑계가되어줄 사람도 필요하다. 눈송이만한 외로움이 밤새 몸을굴려 눈사태가 되지
생활동반자법 법안을 구상하며 적지 않은 당사자들을만났다. 동거라고 하면 흔히 철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동거의 모습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여든 줄에 들어선 어르신 커플은 60대에 만나 십수 년을 함께 살았지만
공사과 연관된 가족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염려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 는 마음 하나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커플도만났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해 꿈꾸던 대로 둘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지만 1인 가구로서 복지혜택과 부부로서 복지혜택을 머리 아프게 비교하면서 혼인신고를 해야 할지 몇년째 고민만 하고 있었다. 또 외로운 친구를 돌봐주려고 왔다가 수년을 같이 살고있는 여성 노인도 만났다. 이 나이에 남자 밥 안 해줘도 돼서 속 편하다‘고 하면서도 친구의 자녀가 오면 불편해서 방안에만 있는다고 했다. 사회적 인정을 원하는 동성 부부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동성 결혼의 합법화지만, 일단생활동반자법이라도 있으면 대출, 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 외에 모아놓은 돈도, 안정적인직업도 없어 당장 결혼하지 못하지만 데이트 비용과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자연스레 동거를 하게 된 생계형 커플은 셀수도 없이 많았다. ‘누구와 사는가‘ ‘누구와 살고 싶은가‘를둘러싼 사연은 매우 다양했고, 결코 혼인과 혈연만으로 묶일 수 없었다. 생활동반자법을 추진하면서 많은 오해와 반대 의견을들었다. 혐오로 가득한 비합리적인 주장도 많았지만 최대한많은 의견을 숙고하려고 노력했다. 생활동반자법은 가족의가치를 무너뜨리는가? 혼인과 출산을 줄어들게 할 것인가?
임대주택, 세금 등의 혜택을 위한 가짜 생활 동반자를 마어낼 것인가? 이런 비판에 답하기 위해 거듭 고민하면서는 오히려 생활 동반자법이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 확신이 강해졌다. 그리고 생활동반자법이야말로 우리 사해의 평범한 관계를 법적 범주에 포함시켜 사회통합을 이뤄나가는 보수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그간 고민해 온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해보려 한다. 생활동반자법 논의의 핵심은 ‘고독‘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외롭다. 국가는 국민이 외롭게 살도록 방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폭증하는 1인 가구를 자유와 낭만을 갖춘 새로운생활방식처럼 꾸미지만 실제로 불안정한 경제적 상황, 누구와 같이 사는 게 민폐가 되는 여러 환경, 너무 높은 결혼의장벽, 가부장적 가족문화 등으로 ‘어쩌다 보니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족 간에 물리적, 감정적으로 서로 돌보지 못하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상황도 빈번해 가족과 함께 살아도 외로운 경우가 많다. ‘고독‘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개인의 기분이 아니라 실재한다.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이 고독한 상태가 되면 그건 사회적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다. 지속적인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자원이 필요하다. 나는 고독이, 외로움이, 돌봄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이 어쩌면 한국의 가장 큰 정책적 과제일지도 모른다고생각한다. 사회적 고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기껏해야 상담을 해주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보험수혜를 늘려주는 정도다. 물론 경제 정책, 복지 정책, 노동 정책을 통해 사회적 고독을 만드는 요소를 줄여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외로움 자체를 해소하려면 더욱 직접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동반자법은 고독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에 대한 법이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다. 화장실에서 넘어졌을 때 구급차를 불러줄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은가. 돌봄은 좁은 의미의 간호나 가사노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늘 격려와 위로가필요하다. 바쁜 친구와 밖에서 만나 얘기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일의 건강한 출근을 위해서 오늘 털고 가야할 이야기도 있다. 치킨을 주문하거나 라면을 끓일 핑계가되어줄 사람도 필요하다. 눈송이만한 외로움이 밤새 몸을굴려 눈사태가 되지 않도록 그저 누군가의 잠자는 숨소리가필요할 때도 있다. 물론 누군가와 같이 산다 해도 내 몫의 돌봄은 내가 해야 한다. 하지만 품앗이는 할 수 있다. 내가 힘들고 바쁠 땐상대가 도와주고, 아플 땐 서로 보살피고 집안일도 대신 해줄 수 있어야 한다. 피곤하고 아파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은해야 하는데, 빨아놓은 셔츠가 한 장도 없을 때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묻게 된다. 우리에겐 연대와 협동, 상호돌봄이 필요하다.
생라면을 반쯤 먹고 아무래도 너무 썰렁한 기분이 들어텔레비전을 틀었다. 채널을 돌리면 MBC 프로그램 〈나 혼자산다〉가 어느 한 채널에서는 꼭 방영 중이다. 근래 몇 년간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답다. 1인 가구가 어떻게 혼자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동경하는 모양이다. ‘나래바‘를 열 시간도, 한적하게 고독을 즐길한강뷰의 거실도 없는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로서는 뒷맛이씁쓸하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다루는 예능이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통해 ‘가족 아닌 누군가가 상대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돌봐주는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현실에서 연예인, 기획사, 매니저는 고용계약으로 묶여 있지만 예능에서는 그들 사이의 배분비율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돈이 지워진 그 자리에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응원하지만 질척거림은 없는 관계의 환상만 남는다. 여기서 사람들이 보고자 했던 게 ‘생활 동반자 아닐까? 실제로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다는 한남성 개그맨과 동성 매니저는 전형적인 생활동반자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SBS 불타는 청춘과 Olive 〈밥블레스유)는 ‘결혼 적령기를 지난 비혼인이 가족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우정을 맺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노년이 된 친구들끼리 같이 살며 겪는 에피소드를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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