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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라면을 반쯤 먹고 아무래도 너무 썰렁한 기분이 들어텔레비전을 틀었다. 채널을 돌리면 MBC 프로그램 〈나 혼자산다)가 어느 한 채널에서는 꼭 방영 중이다. 근래 몇 년간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답다. 1인 가구가 어떻게 혼자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동경하는 모양이다. ‘나래바‘를 열 시간도, 한적하게 고독을 즐길한강뷰의 거실도 없는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로서는 뒷맛이씁쓸하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다루는 예능이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통해 ‘가족 아닌 누군가가 상대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돌봐주는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현실에서 연예인, 기획사, 매니저는 고용계약으로 묶여 있지만 예능에서는 그들 사이의 배분비율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돈이 지워진 그 자리에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응원하지만 질척거림은 없는 관계의 환상만 남는다. 여기서 사람들이 보고자 했던 게
‘생활 동반자 아닐까? 실제로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다는 한남성 개그맨과 동성 매니저는 전형적인 생활동반자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SBS 불타는 청춘)과 Olive 〈밥블레스유)는 ‘결혼 적령기를 지난 비혼인이 가족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우정을 맺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노년이 된 친구들끼리 같이 살며 겪는 에피소드를 보

여주는데, 노인 생활 동반자 가구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여준다. MBC 구해줘! 홈즈)도 인상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출연해 집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은 흔인과 혈연로 맺어진 ‘정상 가족‘만은 아니다. 정상 가족을 위해 지이진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는 워낙 많기 때문에 예능의 소재가될 수 없다.
대중문화가 가족관계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데 비해 법과 정책은 지체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동거에 대한 아무런 법적 보호를 하지 않는다. 법과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방치된 동거 가구는 주거, 의료, 각종 급여 수급 등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해 차별받는다. 또 동거 가구의 각 구성원 역시 상대에 의한 가정폭력, 성범죄, 경제적약취의 위험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있다. 동거를 지속한 기간이 길고 서로 돈과 노동을 주고받는 관계라면 이에 맞는 사회복지 서비스뿐만 아니라 차별방지, 가정폭력 예방, 재산 관계 보호 등 법과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
서로의 필요를 맞춰줄 유연한 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우리 법과 정책은 이에 대한 명칭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결혼‘이 수많은 법과 정책, 사회적 관례를패키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모든 가족 형태는 수많은 법과정책, 사회적 관례의 패키지로 이루어진다. 이제는 서로에대한 책임을 갖는 동거 관계에 필요한 법과 정책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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