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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며, 5현제로 불리운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를 모아서 둔 책이다. 마르쿠스는 12세 때부터 철학에 관심을 가져서,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가 되기도 했다.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고모부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양자가 되고, 이후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다. 여러명의 자녀를 두고, 아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황제로서는 로마제국을 외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단히 힘쓰기도 했다.
로마 제국의 황제라고 하면 화려한 궁정생활, 쾌락과 향락을 즐기는 모습, 힘과 권력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 떠오르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글을 읽으면 어디에도 가진 것을 누리며, 누군가 위에 군림하며, 넘치는 삶을 즐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자기 주변의 그 어떤 사람들 중에서도 좋은 점을 발견하며, 자신을 낮추며, 이해하는 모습이 자주 드러나며, 깊은 자기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양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음이 글 속에 드러난다. 마르쿠스의 모습이 양아버지의 모습인 듯.
내 양아버지에게서는 온유함,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서 한 번 내린 판단은 흔들림 없이 고수하는 것, 명예를 얻고자 하는 헛된 허영심이 없는 것, 일 자체에 대한 열정과 끈기, 공공의 유익을 위해 무엇인가를 제안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 상벌을 엄격히 하는 것을 보았고, 밀어부칠 때와 풀어 주어야 할 때를 경험으로 알고 계신 것을 보았으며, 소년들에 대한 모든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보았다. (본문 중)
명상록을 쓴 장소가 외적들의 침공을 막기 위해 전장에서 보낸 10년동안의 기록인 탓에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해 많이 언급된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며,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신의 섭리로 담담히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한다. 물질육체를 가진 인간이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여 물질육체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생명은 우주의 에너지에 귀속에 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자연의 순환과정의 일부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죽음에 대한 고찰은 이렇다.
합리적인 분석을 통해서 죽음을 둘러싼 온갖 거짓된 인상들을 다 벗겨내고서 오직 죽음 그 자체만을 따로 고찰해 보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이 자연의 한 과정 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연의 한 과정을 보고서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사실 죽음은 자연의 한 과정일 뿐만 아니라 자연에게 유익하고 이롭다. (본문 중)
무엇보다도 죽음은 모든 살아 있는 피조물들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이 해체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본문 중)
스토어학파에서 말하는 인간이 이성을 가진 존재이고 모두가 추구하는 공동선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인간이 이성적으로 살더라도 잘못을 저지르는 순간이 있다. 격한 분노의 상태일때 고통이 수반되지만 실수를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과 쾌락에 빠져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보다는 덜 비난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에서, 종교와 철학이 한데 어우러진 통찰을 통해 인생을 설명하고, 스스로 그 모습대로 살고자 노력한 큰 철학자를 만났다. 가정과 인간관계, 나아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와 국민들을 대하는 자세가 이런 철학자의 세계관을 가진다면 바른 정치와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덕을 베푼 황제는 그 정신세계부터 확연히 달랐음을 보여 주었고, 책의 구절 하나하나 허투루 넘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명문대학에서 왜 필독도서로 선정했는지 이해가 된다. 인생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가진 젊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