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맨이 나타났다.

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사는 구나 하면서 공감했던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의 작가 김민서의 소설이라 다소 유치한 제목과 만화처럼 보이는 표지에도 선뜻 손이 갔다.  더울때는 무거운 소설보다는 가벼운 소설이 제격이니까.

철수맨은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영웅의 이름이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 동네에 악당이 있는 곳에 바람처럼 나타나 악당을 해치우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람이 있었다. 남자아이 가면에 가려진 그 또는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철수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20년전에 사라졌던 철수맨이 다시 나타나났다. 중3여학생 희주의 앞에. 희주는 친한 두 친구 지은, 유채에게 철수맨의 정체를 알만한 힌트를 보았다고 철수맨의 정체를 밝혀보자고 제의한다. 자신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을 거라는 힌트로 철수맨일 것 같은  후보 3명을 정하고 그들을 미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후보들의 뜻밖의 비밀이 밝혀진다. 

최근 읽은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들을 보면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 혹은 아예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가 나오고 역시 학생을 무시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 나오고 공부만 하다가 혹은 말썽만 부리다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음악, 춤 등등)에 새롭게 눈을 뜨고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지금과는 다른 길로 가고 그러다 자신이 하는 일을 부모님에게 이해받고 화해하는 그런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그런 설정이 전혀 없다. 대신 철수맨이 누굴까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소녀들이 있고 비밀을 간직한 학생들이 있다.  철수맨이라는 영웅의 등장도 신선하다. 김민서의 소설 답게 발랄하다. 계속 비밀이 생기고 그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아이들이 쓸것만 같은 참신한 말들도 재미있다. 중3 아이들의 심리나 그 또래의 행동들도 잘 표현이 된것 같다. 이 소설에서 사회 문제 제기,날카로운 심리묘사, 현장감 있는 장면 묘사,깜짝 놀랄만 한 복선과 반전을 기대 한다면 실망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리라. 이런류의 소설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재미는 충분히 다 표현 된  소설인것 같다.

허밍 앤 드로잉

허밍 앤 드로잉 - 런던 + 내 인생에 대한 코멘트
나인.백승아 지음 / 소모(SOMO) / 2010년 5월

휴가철이라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 갈때 가볍게 보기 좋아서 또는 여행을 못가니 여행에 관한 책이라도 보자는 이유로 여행기를 많이 선택한다. 막상 여행기에 관심을 가지고 고르려고 하면  여행기의 종류가 엄청 많음에 놀란다. 그래서 웬만큼 독특하거나 신선하지 않으면 눈길도 가지 않는다. <허밍 앤 드로잉>은 노래하는 여자와 그림 그리는 여자의 런던 여행기이다. 감성이 남다를 것 같은 두 여자의 런던 여행기는 참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책을 받았을때 책속에 할리스커피 커피백이 하나 들어있었다. 책과 함께 할리스 커피를 홍보하는 것인가? 이것 또한 참신한 아이디어 같다. 아직 마셔보지 않았지만 맛이 있다면 더 기분 좋을 것 같다.

노래하는 여자는 평소 자신의 우상이었던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거나, 비틀즈의 생가 투어를 하고 때로는 거리 공연도 구경하고, 문신도 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음악과 음악가를 좀더 가까이 느끼면서 열광한다.  그리고 런던속의 자신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림 그리는 여자는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광객들이 가는 유명한 곳은 다음에 가면 되지 하다가 결국은 가보지 못한 아쉬움과 외국 생활의 외로움, 미술과 패션에 관한 열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런던을 그림으로 남긴다.

여행기를 읽으면 ’여기 참 좋다. 가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나는 런던은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계속해서 나의 20대만을 되돌아 보게되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런던 여행기 라기 보다는 20대 여자가 런던에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쓴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음악 말고는 관심 없고 순수 미술과 패션에 대해서 무지한 나는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하고 싶을때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미루다 보면 결국은 너무 늦어 버린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그녀들이 부러웠고 그러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되었다. 20대의 대부분을 낭비하고 살았던것 같기도 했다. 나는 왜 20대에 그녀들과 같은 열정이 없었을까?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ㅣ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나는 길치다. 늘 가던 길에서 가끔 길을 잃을 때도 있고 조금만 큰 식당이면 화장실에 갔다가 자리를 못찾아 헤매기 일수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낯선 곳에 가면 두려움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행을 좋아하는 짝이 있어 누구보다도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도 지독한 길치란다. 그리고 지도도 읽을 줄 모른단다. 그런데 여행책까지 냈다. 나도  이제 혼자서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이 책은 홋카이도의 여름과 혼슈의 가을, 늦가을,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계절을 담고 있다.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 잡은 사진이다.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 언제 봐도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모두 꾸미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사진은 멋부리지 않아도 눈길을 잡아끈다.
작가도 말했듯이 홋카이도 하면 겨울의 눈덮힌 풍경 먼저 떠오르는데 곳곳에 아름다운 꽃이 핀  홋가이도의 드넓은 초원은  더욱 신선하게 보인다.
 

  삼단으로 이루어진 노천탕에서 할아버지가 몸을 담그고 있다.일본 온천에 가봤었고 물론 노천탕도 경험을 해봤다. 그런데 내가 담근 노천탕은 노천탕이 아니었다. 울창한 숲속에서 탈의실도 없이 그냥 대충 몸을 담그는 곳. 작가는  당장 뛰어 들고 싶었는데 벌써 탕을 차지하고 계신 할아버지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단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고 원시림에서 야생동물들이 사는 곳이란다.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사람들이 찾아 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마을, 가을의 고요한 공원, 단풍이 아름다운 산, 울창한 대나무 숲, 안개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 정갈한 정원등 마음을 사로 잡는 곳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작가의 차분한 글과도 잘 어울렸다.

일본 여행하면 도쿄나 벳부의 온천만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준 책이다. 몇개월 동안 일본에 남자를 숨겨 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들으면서 열심히 다닌 이유을 알 수있을 것 같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일본의 산, 고풍스런 목조 건물이 들어서 있는 고요한 골목속에 있는 나를 상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휴가를 못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 한권을 권해 주고 싶다. 
언젠가 이 책에 있는 부록을 참고로 해서 이 곳에 찾아 갈 날이 있겠지? 

도쿄, 단골 가게

도쿄, 단골 가게 - 마치 도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REA 나은정 + SORA 이하늘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1월

몇년전 남편이 생일 선물로 도쿄로 여행을 보내 준 적이 있었다. 바쁜 신랑은 못가고 나와 여동생 둘이서 도쿄에 갔었는데 일본어 전공자인 여동생 덕분에 비교적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지브리 스튜디오를 가기 위해서는 고양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우리는 길을 잘 못 들어 걸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동네를 가로 지르는 시내와 그 주위에 울창한 나무가 있는  여유롭고 한가로운 그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드는 거다.  여동생은 '나중에 도쿄에 살게 된다면 꼭 이 동네에 살고 싶어' 라고 했고  지금은 도쿄에 취직을 해서 정말 그 동네에 살고 있다. 언젠가 혼자서 동생집에 놀러가야지란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쿄에 관한 책은 늘 눈길이 간다. 

도쿄, 단골 가게는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 간 두 친구가 낸 책이다. 일상을 살아 가면서 도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괜찮은 가게를 찾아내서 이 책에 담아냈다. 책을 내기 위해 잠깐 다녀오고 낸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책이 엄청 두껍다. 그리고 도쿄 여행자들이 꼭 들르는 동네를 소개 하고 있지만 여행자들이 자주 가는 유명한 가게는 별로 없다. 그래서 신선했다.  

이 책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말이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란 말일 것같다. 
일본 여자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화사한 원피스를 파는 가게, 앙증맞은 신발을 파는 가게, 여자들이 수다 떨며 맛있는 점심을 먹기에 좋은 괜찮은 까페, 여자들이 가방속에 넣어 다니고 싶어 할 만한 물건들이 수두룩한 펜시용품점, 달달한 디저트를 파는 가게, 꽃미남이 지키고 있는 라멘 가게 등등.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싶어 할 만한 가게들이 엄청많다.  당장 달려 가서 사재기를 하고 싶은 가게가 많았지만 엔화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그리고 도쿄에 사는 여동생이 돈을 못 모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파는 가게가 이렇게 많은데 어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일상이 무료 해서 어디론가 가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이 책을 꺼내 책장을 훌훌 넘기면서 도쿄에 가면 여기도 가보고 여기도 가봐야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도쿄에 갈 때는 이 책은 못들고 갈 것같다. 너무 두껍고 무겁다. 여행자에게 가벼운 짐은 필수이니까.

2058 제너시스

2058 제너시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2058년이라는 단어만 봤을 때는 정말 아득한 미래라 생각했는데 불과 48년 뒤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 있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는 미래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절대 상상 할 수 없는 미래를 작가가 대신해서 보여 준다니 기대가 된다. 그런데 ’한 권으로 떠나는 과학 철학 오디세이’라는 거창한 말로 책을 읽기 전부터 기를 죽인다.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해 역사를 전공한 아낙스가 면접을 보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면접에서 말하는 내용은 아담이라는 남자에 대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전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돈다. 그래서 방벽으로 둘러 싸여진 섬에 사는 사람들만의 공화국이 세워진다. 거기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유전자 검사를 하고 그 결과로 계급이 다르게 키워지고 심지어 제거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58에 태어난 아담은 머리가 뛰어나지만 어떤 유전자의 결함으로 제거 대상으로 고려된다. 그런데 우연히 그 자료가 폐기되고 아담은 살아 남는다. 이렇게 자란 아담은 해안방벽에서 보초를 서는 군인이 된다. 외부에서 들어온 모든 배는 무조건 파괴해야 하는데 아담은 소녀를 실은 작은 배를 파괴하지 않고 소녀를 살려준다. 그 일로 아담은 체포되고 사람에 의해 자극을 받아 진화를 해야 하는 로봇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간과 로봇의 다름에 대해 토론한다.아담과 로봇의 대화는 로봇도 사고를 하는가? 로봇은 의식이 있는가? 라는 주제이다. 아담은 감성적으로 로봇은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게 인간과 로봇의 다른점인데 로봇의 논리가 너무 타당해서 아무리 대화를 나누어도 결론이 나질 않는다.  

아담과 로봇이 대화하는 부분에서 조금 지루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고 마지막 반전은 정말 깜짝 놀랄만하다. 이런 반전을 마지막에 숨겨 놓을 줄 몰랐다. 반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이성적으로 완벽하게 통치를 하고 모든 구성원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더라도 그 질서를 흐트려 놓을 만한 돌연변이들은 어디서나 태어나게 되어있다. 그 돌연변이들로 인해 변화가 생기고 그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된다.  뭐 이런게 아닌가 싶다.

영국 가디언 紙 청소년 문학상 최종심 (2009) ,오스트레일리아 청소년이 선정한 책 (2008)이라는데 청소년이 이 책을 읽으면 이해 할 수 있을까? 내가 수준이 낮은건지 나는 읽으면서 제대로 다 이해를 못한것 같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좀 더 심혈을 기울여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