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사는 구나 하면서 공감했던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의 작가 김민서의 소설이라 다소 유치한 제목과 만화처럼 보이는 표지에도 선뜻 손이 갔다. 더울때는 무거운 소설보다는 가벼운 소설이 제격이니까. 철수맨은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영웅의 이름이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 동네에 악당이 있는 곳에 바람처럼 나타나 악당을 해치우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람이 있었다. 남자아이 가면에 가려진 그 또는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철수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20년전에 사라졌던 철수맨이 다시 나타나났다. 중3여학생 희주의 앞에. 희주는 친한 두 친구 지은, 유채에게 철수맨의 정체를 알만한 힌트를 보았다고 철수맨의 정체를 밝혀보자고 제의한다. 자신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을 거라는 힌트로 철수맨일 것 같은 후보 3명을 정하고 그들을 미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후보들의 뜻밖의 비밀이 밝혀진다. 최근 읽은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들을 보면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 혹은 아예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가 나오고 역시 학생을 무시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 나오고 공부만 하다가 혹은 말썽만 부리다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음악, 춤 등등)에 새롭게 눈을 뜨고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지금과는 다른 길로 가고 그러다 자신이 하는 일을 부모님에게 이해받고 화해하는 그런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그런 설정이 전혀 없다. 대신 철수맨이 누굴까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소녀들이 있고 비밀을 간직한 학생들이 있다. 철수맨이라는 영웅의 등장도 신선하다. 김민서의 소설 답게 발랄하다. 계속 비밀이 생기고 그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아이들이 쓸것만 같은 참신한 말들도 재미있다. 중3 아이들의 심리나 그 또래의 행동들도 잘 표현이 된것 같다. 이 소설에서 사회 문제 제기,날카로운 심리묘사, 현장감 있는 장면 묘사,깜짝 놀랄만 한 복선과 반전을 기대 한다면 실망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리라. 이런류의 소설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재미는 충분히 다 표현 된 소설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