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 류현재 -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ㅣ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다 읽고,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제목은 #가장질긴족쇄가장지긋지긋한가족 이다.

제목만 읽었을 때는 솔직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은 내용도 재미있고 목차 구성도 신선했고 각각의 캐릭터들도 기억에 많이 남은 소설책이다.

목차 구성은 아래와 같다.

#김은희

#김현창

#김인경

#김현기

#김영춘과이정숙

이 소설에 나오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름으로 목차를 구성했다.

그런데 자식들이 뒤늦게 뒤통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찰지고 탱글탱글하던 내 자식들이 어느 순간 돌아보니 발길질에 짓이겨진 찹쌀떡처럼 형편없이 지저분해져 있었다. 충격이고 치욕이었다. 어떻게 자식들이...

P9 중에서

프롤로그에서 이 가족의 부모인 김영춘과 이정숙은 죽음을 앞둔 것 같다.

정확히 말해 아내이자 엄마인 이정숙이 죽은 직후이다.

이 부부는 4남매를 키웠는데 하나같이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들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자신들 스스로도 행복한 가족임에 자부심을 가졌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혼을 한 셋째 딸, 10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도전했지만 여전히 수험생인 막내아들 등으로 기대감이 사라졌다.

다시 이야기는 돌아와서 4년 전 이정숙은 뇌경색이 찾아와서 자식들은 부모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 의논을 하게 된다.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키자고 했지만 아버지 김영춘은 핏대를 세우며 아내를 절대 요양병원에 보낼 수 없다며 자식들을 나무라면서 결국 셋째 딸 김은희가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며 돕게 된다.

각장의 제목이 자식들의 이름인 것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각자의 시각에서 본 부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각자만의 남모를 고충, 감정 등이 김영춘과 이정숙이 죽는 날과 맞물려 전개된다.

처음에 셋째 딸 김은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나머지 형제들이 이기적이고 부모를 나 몰라라 하네라는 성급한 결론을 혼자 내렸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의 말은 다 들어봐야 하는 것이 맞다.

뒤이어지는 나머지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고, 각자의 입장과 처지가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소설에 관한 리뷰를 쓰는 건 나에게 항상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그건 단지 요약문이 될 뿐만 아니라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빼앗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이 책의 재미를 전달하고 싶은 게 내 목적인데 과연 제대로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하튼 이 소설은 교보문고 제8회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을 탔는데 오랜만에 집중해서 한자리에서 완독했기에 적극 추천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소설의 매력은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순적인 상황과 사람들이 회피하고 싶은 감정, 치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썩 유쾌ㅑ한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과 비슷한 맥락일까? (개인적으로 홍상수 영화 좋아하지는 않지만 설명을 위해 등장시켰다.)

가족에 대해서도, 부모님에 대해서도,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그리고 긍정적이지 않은 내용의 전개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우리 개개인의 문제나 잘못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운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참 매력적인 소설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당신만 이기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당신네 가족만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P216 중에서

* 자모단 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리소설] 살인자의 쇼핑목록 - 김지영 -(TVN 살인자의쇼핑목록 원작)

살인자의 쇼핑목록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VN 살인자의 쇼핑 목록 드라마의 원작 소설인 김지영 작가님의 살인자의 쇼핑 목록을 읽었다.

추리소설은 최근 내가 새롭게 좋아하는 도서 장르 중 하나다.

멍하니 TV 앞에서 예능을 보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살인자의 쇼핑목록도 완독 후 상당한 만족감을 느낀 한 권 중 하나다.

이 책은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포함해 총 7편의 단편 추리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데우스 엑스 마키나

덤덤한 식사

러닝패밀리

용서

어느 날 개들이

각시

각각의 단편 소설을 읽다 보면 김지영 작가님만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단편 추리 소설인 만큼 압축해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점이 좋았고 범인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내용 구성을 한 점이 특징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본다면 작가님께서는 범인을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내용 설정을 해서 독자들이 얻는 재미보다 범인을 주인공이 짐작하면서 점점 확신하게 되고 실제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서 겪는 그 후의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과거의 이야기에 더욱 치중한 형태의 내용이 많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이야기 구성은 흥미롭고 전생이나 과거의 사건 혹은 주인공의 어떠한 행위나 말들에 무게감을 실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한 가지 또 특이했던 점은 작가님께서 부윰하다를 많이 사용했던 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단어를 한 번 검색해보니 빛이 조금 뿌옇다는 의미다.

책을 읽는다면 미리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살인자의 쇼핑 목록은 이 책의 일 번 타자로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캐셔인 주인공은 일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중 한 남자를 며칠 전부터 집중력 있게 관찰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수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또 다른 마트 고객 중 한 명인 여자는 자주 선글라스는 쓰고 오는데 남편에게 당한 폭력으로 인한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다.

얼마 후 이 여자는 마트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주현이다.

주현과 마트 고객인 남자는 얼마 후부터 연애를 하게 되고 행복에 빠져있던 주현과 달리 주인공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빠진다.

그리곤 어느 날 주현이 남자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의 뒤를 밟고 이내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더욱더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심상치 않은 마트 안 등장인물들 그리고 주인공의 심리가 조화롭게 이야기를 순조롭게 이어갔고 마지막 결말에서의 충격도 좋았다.

2주에 한 번씩 여자를 갈아치우려면 남다른 매력이 필요하다. 그는 눈에 띌 정도의 미남이 아니다. 좋은 향수를 뿌리거나 고급스러운 구두를 신지도 않는다. 시루에서 막 꺼낸 콩나물처럼 그에게선 비릿한 냄새가 풍긴다. 그건 피 냄새다. 끈적하고 음침한, 세상 모든 비극의 시작.

P27 ~ P28 중에서 살인자의 쇼핑 목록 중에서

살인자의 쇼핑목록 이후 읽은 6편의 단편 추리 소설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러닝패밀리와 용서였다.

두 작품은 등장인물이나 사건의 전개는 다른 양상을 보였지만 내가 읽었을 때 과거 혹은 전생 그리고 환생과 연관된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유사했다.

작품 용서는 교사이자 뇌질환이 있던 한 중년 남성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죽을 줄 알았던 자신이 눈을 뜨자 아기로 환생하여 어떤 젊은 부부의 자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젊은 부부가 키우는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고양이 역시 8번의 환생을 했지만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지는 못했다고 하며,

갓난 아이가 되었지만 전생의 일을 기억하던 중 문득 20대 후반 자신의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빛났던 시절에 있었던 불운한 사고의 이야기를 혼자 회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거의 이야기와 지금의 환생한 현실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 작품 용서의 핵심이다.

의사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병변 부위가 뇌간과 가까운 위치고, 이대로라면 2주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그때 나는 식물처럼 얌전히 누워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내를 더 고생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병원비로 집을 담보 잡히거나 적금을 깨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

P161 용서 중에서

며칠의 고민 끝에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 뼈와 가죽뿐인 낡고 누추한 몸은 사라지고 보드랍고 따뜻한 새 몸이 생긴 것이다. 부부는 나를 계속 깨몽이라 불렀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그리 지어 불렀다는데 어쩐지 경망스럽게 느껴졌다.

P164 용서 중에서

늘 작가님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뛰어난 문체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김지영 작가님의 단편 7편 역시 즐거운 여행의 연속이었다.

재미와 작가 본인이 전하고자 싶은 다양한 주제들 전부 놓치지 않고 앞으로도 독서를 해볼 생각이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생각을 하니 또 설렌다.

* 자모단 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 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

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슈퍼스타 케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진 않았지만 가장 주목받았던 시즌의 가수들은 이름을 확실히 안다.

가수 #장재인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한창 블로그에 열중을 하기 시작하던 때, 유명인들의 블로그를 보며 이웃 추가를 통해 글을 읽곤 했는데, 그중 한 명 역시 장재인이었다.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불쑥 올라오는 글을 발견하곤 했는데, 이제 첫 도서로 만나게 되었다.

#타이틀이필요할까 의 페이지에는 정말로 장재인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본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치 블로그에 불쑥 올라왔던 짤막한 글들처럼 맥락이 쭉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당시의 심정과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선과 표현으로 종이를 가득가득 채운 느낌?!

매체에 비친 그녀의 모습보다 글에서 나타난 그녀 모습이 생각보다 더욱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올라오는 블로그 글에는 어둡거나 우울한 느낌의 이야기가 문장으로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비공개나 삭제 처리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타이틀이필요할까 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의 이야기가 많이 담았다.

그리고 자신과 밀접한 엄마와의 일화도 많다.

평소 화를 내지 않던 그녀는 엄마에게 들은 한마디가 촉매제가 되어 마치 휴화산이 활화산이 된 것마냥 감정을 토해냈고, 이후 꽤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고 다시 모녀 지간의 관계가 일상처럼 회복된 일화도 소개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춘기 시기가 꼭 있는 것 같다.

평생 없을 것만 같았던 슬럼프가 갑자기 훅 찾아오고,

번 아웃 증후군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다 큰 어른인 것 같은데 갑자기 찾아온 바람으로 일탈을 일삼는 등.

20살이 넘으면 어른이어서 혼란스러워하거나 나잇값 못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나이에든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늦었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실천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프로필에서처럼 그 과정의 끝에 더욱 멋진 뮤지션으로 거듭나길 응원해 본다.

한 가지 더 덧붙여서 허무를 잘 표현하는 뮤지션뿐만 아니라 충만한 행복감을 표현하는 뮤지션으로도, 작가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것이 요즘의 내가 그렇게 공들여 온 생각하기 방식이다.

맞아. 나는 정확한 생각을 심플하게, 알맞게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의 문장처럼,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의 문장들처럼 말이야. 제대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P32 중에서

빈 곳엔 반드시, 새로운 무언가가 채워지곤 한다.

P302 중에서

* 상상팸 12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

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좋은 기회 덕분에 짧은 기간 내에 다시 한번 추리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인 #히가시노게이고 의 #공허한십자가 를 읽을 수 있었다.

이전 도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표지가 아주 산뜻하고 가볍게 변했다는 점이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새롭게 변한 표지의 디자인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2번째 읽었지만 선뜻 다가오지는 않는다.

줄거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대사나 살짝살짝 범인에 대해서 준 힌트가 이거였구나 알 수 있었다.

추리 소설이지만 여러 번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도 요즘 정치권 덕분에(?) 법에 대해 뜨거운 감자다.

법은 사람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하지만 #공허한십자가 를 읽고 나면 법 특히 살인에 대해서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심판을 할 수 있고, 또 어디까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는 여전히 어떻게 결론을 내는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막상 이 책의 내용에 나오는 인물들의 배경과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양측의 이야기는 모두 그 나름대로 이유와 일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잘못된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민의 감정이나 공감에 반하는 현실에서 다른 사건들의 판결은 또 반대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

추악한 아동 성범죄나 기타 혐오스러운 죄를 저지른 사람을 정상참작하여(이를테면 정신병 질환자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말이다.) 감형이 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정신 질환을 가진 분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라, 법의 허점이나 사각지대를 이용해 빠져나가는 경우를 의미한다.)

#공허한십자가 는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지만 생각할 거리가 있어 여러모로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쉽게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지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나서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서 독자들이 생각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도 여러 권 추천받았는데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 자모단 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 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아방 -

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아방(신혜원)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업에서 뭘 가르쳐드리지는 않지만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도록 연습시켜 드립니다."

P25 중에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들 겪는 성장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다 보니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예상 범위 안의 행동들을 하며, 평균적인 선택을 하며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얼마 전에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누구나 알법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의 근무 환경과 직원들에 대한 대우를 간략하게 요약한 글이었다.

- 아무도 일을 하라고 시키지 않는다.

- 자율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

- 100% 성과를 바탕으로 연봉과 상여가 결정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가 즐비했고,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글의 댓글에는 '나는 그런 곳에 가면 오히려 적응을 하지 못할 것 같다.'라는 식의 내용도 꽤 많이 보였다.

그렇다.

우리는 자율, 자유라는 말을 갈망하면서도 막상 그것을 맞이할 만한 준비나 용기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신혜원 작가님은 자기고 하고 싶은 것(또는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며,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인용한 P25의 문장이 작가님을 표현하는 한 줄 요약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작가님 스스로에 대한 자축의 내용도 있고, 그동안 그림 수업을 함께한 크루들과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도 많다.

첫 수업 단 한 명의 수강생을 시작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인연들을 그림을 통해 만났는데, 가르치거나 배우는 관계가 아닌 그야말로 함께 그림을 그리고 즐기는 순간들을 만든 것 같다.

인복이 좋아서인지 늘 화실이 필요할 때마다 구세주처럼 공간을 빌려주는 고마운 이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자기를 찾아가는 그림 수업'을 잘 이끌어나가라고 하늘에서 도와준 게 아닐까 싶다.

"몇 년 동안 SNS로 보기만 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클래스 신청한 거예요."

"왜 몇 년 동안이나 보기만 했어요?"

"용기가 안 나서요."

 P138 중에서

돌이켜보면 나도 독서 모임 한 번을 나가기까지 꽤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나갔던 것 같다.

작가님 표현처럼 사고 한 번 쳤다는 생각을 자주 가지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지금보다 한 열 배 정도는 더 재미있는 일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책 속 글들을 읽어가면서 재밌는 일이 생기기 위해서는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이리저리 재고 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강물처럼 시간을 흘러가니 말이다.

그림이든, 등산이든, 맛집 투어든 작가님 표현처럼 사고 한 번 치자는 생각으로 실행에 옮기다 보면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을 다른 의미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나보다 더 용감한 작가님에게 리스펙을 표시하며, 나도 나만을 찾아가는 여정을 조심스럽게 시작해 볼까 한다.

* 상상팸 12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