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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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Klhan85입니다.

오늘 소개할 신간 도서는 동양화가 #루씨쏜 이 그리고 글을 지은 에세이 책 #고양이부부오늘은또어디감수광 입니다.

동양화가가 쓴 에세이는 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저와 함께 잠시 만나보겠습니다.

일단 이 책은 작가님의 현재 일상을 그림과 글로 만나는 것이 일차적이고, 에세이라는 장르 속성상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근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멋진 그림들입니다.

동양화가답게 멋진 붓질로 탄생한 풍경 그림들이 압도적이네요.

풍경 그림도 있지만 고양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그림들도 많이 배치되어 있는데요.

고전적인 동양화를 현대적인 감각과 동물 캐릭터와 접목해서 세련된 그림들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줍니다.

작가님 부부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데요.

단지 제주도가 너무 예쁘고 멋있고, 또 제주도를 자신들의 방식대로 알리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하게 되어서 제주도에 안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 참 많이 제주도에서 거주하는 작가님들을 비롯한 예술가,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책에서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정말 근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서 더욱 주목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부모님을 온전히 용서하고 나의 상처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임신과 출산, 이 두 가지는 내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기를 배 속에 품고 있는 10개월 동안 나는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시기에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아기를 품고 견디는지를,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엄마를 챙기고 아기를 기다리는지를 깨달았다.

P122 중에서

저는 작가님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작가님과는 달리 저는 부모님과 다정하게 지내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을 저는 철이 없어 늘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년에 결혼이라는 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고,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진입이 더 맞을까요?) 조금은 부모님의 사랑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책이 주는 매력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와 비슷한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는 비슷한 생각을 글로 만나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은 제주도의 예쁘고 멋진 부분이 인상적일 수도 있고, 저처럼 당연하지만 미처 잊고 있었던 생각들에 대해서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제주도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하신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님이 안내하는 다양한 제주도의 이야기를 더욱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부부의 러브 스토리와 현재 결혼 생활에서 겪는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의 풍경도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삶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큰일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작은 점으로 느껴지고,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오름의 풍경처럼 고요하고 잔잔해진다. 누군가는 인생을 끝없는 오르막길이라고도 하고 소풍 길이라고도 한다. 기왕 걷는다면 소풍 길이라 여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를 위로하는 것도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도 모두 나다. 삶이 힘들 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높은 곳에 올라가 풍경을 바라본다. 거리를 두고 본 내 삶은 그 풍치만큼이나 언제나 아름답다.

P51 중에서

이 책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라 조금 길긴 하지만 적어봤습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생각을 현실화된 글로 만나니 참 반가웠습니다.

저는 이 책의 이 부분만으로도 참 가치 있는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제주도의 이야기, 작가님의 동양화 그림 그리고 공감할 만한 글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자모단 3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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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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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Klhan85입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이루고자 하는 일 모두 다 이루는 한 해도 채우길 기도하겠습니다.

2022년 첫 소개 도서는 소설책이며 김희진 작가님의 신간 소설 #얼마나이상하든 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편하고 즐겁게 읽은 도서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와 함께 잠시 #얼마나이상하든 을 만나보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해진은 불면증 편의점에서 일합니다.

편의점 이름이 불면증 편의점인데요. 주인이 몇 년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근데 불면증이 있다 보니 결국 사람이 깨어있다는 것이죠. 편의점은 나날이 확장을 거듭해나갑니다.

불면증은 현대인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병 중에 하나죠?

이상하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증상, 어쩌면 우리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면서 이상한 점들을 하나에서 몇 가지씩은 가진 그런 존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명이인이 살아온 삶은 나하고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 저 오빠는 이름 가운데 자를 '혜'가 아닌 '해'로 설명해야 할 때 어떤 낱말을 예로 들까? 선배를 향한 나의 호감은 그런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다.

P47 중에서

영화 음악 감독을 꿈꾸는 해진에게 첫사랑인 동명의 남자 해진을 처음 만나는 순간을 묘사한 구절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 역시 특이한 한 글자를 이름 중간에 가지고 있어 늘 사람들에게 그 글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는 점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한편으로는 단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점이 생경하기도 하고 그럴 수 있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나와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존재하고 그래서 저건 좀 이상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목조 계단 가장자리를 밟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 걸 보면 강박 행동은 역시 나에게 위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257 중에서

남들은 모르는 은밀한 나만의 이상한 루틴이 존재하는 것이겠죠.

저도 그런 습관이나 행동 중 어떤 것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늘 현관문을 나갈 때 오른발을 내딛는 버릇이 있고, 말버릇 중에는 그래도 또는 아무튼이라는 말을 자주 쓰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버릇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꼭 손톱, 발톱을 밤에는 깎지 않는 습관도 있는데, 엄마가 어릴 때 알려준 미신 같은 내용 때문에 여전히 강박적으로 저녁이 되면 다음날로 미루는 일도 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피식하거나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님의 편안하면서도 담백한 문장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캐릭터들과 환경 설정도 마음에 들었네요.

무엇보다 결국에는 이 책이 위로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더없이 좋았습니다.

요즘 일과 일상생활에 정신이 조금 없다 보니 책이 주니 휴식의 맛을 온전히 더욱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그런 존재들인 걸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이면서 나와 내 주변을 조금 더 확장해서 이해하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해 첫 소설을 읽는다면 이 책으로 한 번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포용력 있는 나를 2022년에 모두들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자모단 3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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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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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Faintover입니다.

오늘 소개할 신간도서는 장르는 소설, 저자는 유영민 작가님의 신작 소설 #화성의시간 입니다.

매년 대한민국에서는 10만 명이 실종된다는 사실을 이번 소설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제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이지만 남일처럼 느꼈던 사실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 또한 독서의 장점이라는 걸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와 함께 유영민 작가님의 #화성의시간을 잠시 만나보겠습니다.

목차는 실종, 122, 1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 귀환, 에필로그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시작은 한 여성이 실종되는 것으로 출발하는데요.

여성의 친오빠라는 사람이 주인공 성환에게 찾아옵니다.

성환은 사설탐정인데요.

목차 중에 122라는 숫자는 바로 성환이 사설탐정 일을 하면서 맡은 122번째 미션이었다는 점에서 제목이 붙었습니다.

실종된 여성의 이름은 문미옥.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이야기의 주체 혹은 시점을 바꿔가면서 전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화차 가 생각났습니다.

실종이라는 점과 그 실종에 대한 추적,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고 가는 전개 등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이 소설의 한 가지 추가된 소재는 바로 보험 사기입니다.

주인공 성환이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의문이 들었던 점은 이 여성이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주변 인물들이 의심스럽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뉴스에서 어쩌다 듣던 보험 사기나 실종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확 들었습니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궁극적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러한 기능을 상당히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 참 재미있고 탄탄한 내용을 갖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주관이 들어가긴 했자만 영화 화차도 함께 보면서 이 소설도 읽어본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 저는 조만간 또 다른 리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 자모단 3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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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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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klhan85입니다.

오늘 소개할 신간 소설 도서는 #신종원 작가님의 #고스트프리퀀시 입니다.

아시다시피 #자음과모음 에서는 #트리플시리즈 를 발간하고 있는데요.

신종원 작가님의 3가지 단편 소설과 하나의 에세이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면 저와 함께 잠시 #고스트프리퀀시 를 만나보겠습니다.

총 3편의 소설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그눔오푸스 #아나톨리아의눈 #고스트프리권시 입니다.

제목 하나하나 모두 특이하고 직관적으로 내용이 예상되지 않는 점이 특색 있습니다.

일단 책의 디자인들도 심상치 않는데요.

저는 마그눔오푸스, 고스트 프리퀀시, 아나톨리아의 눈 순으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그눔오푸스가 인상적이었던 점은 우선 소재의 특이함과 내용의 전개 방식이었습니다.

38년생 양계진씨(굳이 모든 문장에서 양계진씨라고 칭한 것도 특이했습니다.)가 손자의 태몽을 대신 꾸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는데요.

그리고 제목 자체도 처음부터 생소해서 결국 검색까지 해봤다.

비금속을 금으로 변형하는 등 대단한 일을 했다는 의미를 가지는 단어였는데요.

태몽에서 잉어를 잡은 양계진씨에게 거북이가 자꾸 돌려달라고 합니다.

무시하고 손자가 태어났는데, 계속 꿈을 꾸고 시달리게 됩니다.

사실 이 부분을 문장으로 읽어나갈 때는 정확한 내용 파악을 하지 못해서 다시 돌아가서 읽고 또 돌아가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트리플 시리즈는 원래 짧은 소설을 부담 없이 읽는 장점도 있는 편인데 이번 도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손자가 태어났고 앞으로 성장해나갈 한 인간을 훈육하는 일이 그야말로 마그눔오푸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부모도 처음이고 자식도 처음인 것인데.. 정말 엄청난 인연임과 동시에 대단한 일을 해나가는 양자 간의 관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생소한 용어였지만 그 때문에 검색도 하고 또 이 제목이 과연 이 내용과 어떻게 연관된 것일까 작가님은 어떤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주고 싶었을까 생각을 하면서 한 줄 한 줄 읽었습니다.

고스트 프리퀀시는 소설가가 낡은 집을 들어가서 어둠 안의 소리를 수집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묘사나 장면 전환이 모두 톤이 다운된 느낌을 많이 받았고,

동시에 낡은 주택이나 집을 환경으로 택한 것 역시 새로운 창조나 발견보다는 없어져가는 상실에 대한 고민과 작가님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인 것 같았습니다.

이때까지 읽은 트리플 시리즈 중 가장 어렵고 쉽지 않았던 소설들이었습니다.

제가 소개하지 않은 두 번째 소설 아나톨리아의 눈의 경우 나머지 두 작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낯설고 어려운 느낌이 있었네요.

어쩌면 실험적이고 어쩌면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을 이 내용들은 아마도 트리플 시리즈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분량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설이 아닌 새로운 내용을 원하는 독자분들께서는 한 번 읽어보시면 신선함을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자모단 3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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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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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Faintover입니다.

오늘은 신간 에세이 도서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이성진, 책 제목은 #오늘도한껏무용하게 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무용하게라는 말에 대해서 단번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래서 오랜만에 네이버에서 어학사전을 검색했는데요.

무용하다는 말은 쓸모가 없다, 볼 일이 없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얼마나 효율적인지,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생각하게끔 환경에 노출된 것 같습니다.

저자가 붙인 이 제목은 어쩌면 그런 요즘의 세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무용하다는 글자 안에 함축한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러면 저와 함께 신간 에세이 #오늘도한껏무용하게 를 잠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대학생인 저자 이성진 님이 쓴 글입니다.

장르는 에세이인데, 작가님께서는 남성이지만 뜨개질을 취미로 가진 분이셨습니다.

취미나 직업에 있어서 성별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저 역시 뜨개질하는 남성이라고 하니 조금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실제로 작가님은 뜨개질을 한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책에서 고백하는데요.

저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그저 뜨개질을 즐길 수 있는 작가님이 부러워 보였습니다.

부제는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입니다.

무용하게라는 말과 부제를 보니 이 책이 어떤 메시지를 들려줄지 조금은 짐작이 되었는데요.

요즘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곳곳에서 외치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문득 도대체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이 살아가는 흐름처럼 흘러가지 않으면 어른들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은 일단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던져버리죠. 어쩌면 뜨개질을 한다는 행위도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을 함축한 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양성을 더욱 강조하는 말이 자주 귀에 들린다면 역설적으로 획일화가 더욱 진행되는 것의 반증이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형식답게 이 책의 하나의 글마다 5페이지 내외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개인적으로 내용도 알찬 느낌이었지만 대학생의 나이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문장이 탄탄하고 놀라운 구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내용의 약간 아쉬움을 문장의 표현력이 방어해 주는 느낌마저 들었으니깐요.

저는 이 문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다움', 어쩌면 영원히 닫지 못할 종착점이자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여정은 설령 무용할지라도 빛이 난다. 그런 이유로, 나답다는 말의 상자를 들여다보는 연습의 자취를 여기에 소복하게 담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인의 말이 마지막 장까지 당신에게 쓸 만한 책갈피가 되어줄 것이다.

너는 너다울 때 가장 빛난다. 품사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것처럼, 어디 두어도 변하지 않을 당신을 찾아가기를.

P12 ~ P13 프롤로그 품사는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중에서

작가들은 글을 쓸 때 본문을 먼저 쓰고 가장 마지막에 쓰는 것이 프롤로그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책의 첫인상이자 이 책의 관심도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프롤로그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신간도서를 읽으면서 좋은 서문을 많이 읽었지만, 이 서문이 좋았던 이유는 작가 스스로 관찰하고 발견한 품사의 원리를 자신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잘 적용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첫 카테고리인 뜨개질을 시작하기에는 여름이 좋다의 글들은 특히 뜨개질을 할 때의 행위나 손놀림과 연관시켜 작가 스스로가 느낀 점을 일상이나 삶의 태도에 접목하여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뜨개질이 취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가 때론 있었던 것 같고, 막상 선물한 사람과는 다르게 쓰이거나 혹은 예쁜 쓰레기가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 역시 삶에서 가져야 할 태도와 연관시킨 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차피 창작의 고통에서 비롯된 애착을 타인에게 온전히 느끼게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만든 사람이 바라는 작품의 쓸모와 받는 사람이 느끼는 쓸모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만 받아들이자. 없어 보이는 것보다는 있어 보이는 게 낫고 못난 쓰레기보다는 예쁜 쓰레기가 낫다. 작품에 새겨진 시간과 정성을 예쁘게 봐주는 것으로 그들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한 셈이다. 예쁜 쓰레기, 이렇게 보니 듬쑥하게 쓸모 있는 녀석이지 않나

P29 오히려 예쁜 쓰레기가 낫다 중에서

상대방이 못 받아들이거나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나 반응이 오지 않으면 사실 사람인 이상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끝없이 매달리다 보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나라는 결론이 또 돌아옵니다.

그저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 내가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연습 또한 필요합니다. 작가님처럼.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해 보면 누구도 우리를 대신할 수도 없고, 약한 부분이나 단점을 보호해 주지도 않습니다.

결국 나 자신이 스스로 나를 지켜주고 인정해 주고 나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뜨개질하는 작가님처럼 우리도 남들과는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혹은 열등의식을 가지기보다는 당당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이 책을 읽으면서 했습니다.

저도 조금은 더 저 자신을 어제보다 더 사랑해 보려고 합니다.

모두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고 어여쁘게 봐주길 바랍니다.

 

* 물방울 서평단 15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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