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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ㅣ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Klhan85입니다.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출판사들의 이름이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메이저 출판사부터 독립출판사까지 대한민국 아래에는 참 많은 출판사가 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각 출판사들은 자신들만의 컬렉션이나 라인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나 창비의 청소년문학 시리즈 등도 대표적입니다.
(막상 적으려니 줄줄 나오던 시리즈나 컬렉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애정 하는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는 이번에 트리플 시리즈를 새롭게 론칭했습니다.
세 편의 단편 소설을 하나의 책에서 만날 수 있어서 트리플이기도 하고, 작가-작품-독자의 조화로운 세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트리플이라 지었다 합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주자는 한겨레 문학상 수상자인 박서련 작가의 단편 소설 작품 셋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호르몬이 그랬어에는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호르몬이 그랬어, 총 3가지 단편 소설과 작가의 에세이 한 편이 담겼습니다.
특이한 점은 세 작품이 2008년, 2009년, 2010년 1년마다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라는 것입니다.
구성상 마지막에 담긴 에세이에서 작가는 세 작품을 은연중에 미워하기도 하고, 세상에 내놓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도 밝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쓸 수 없는 20대의 자신이 쓴 글을 마주하며 마치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공동 저자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쓴 사람의 자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 그 자의식이 몹시 미숙한 한편 기를 쓰고 어른인 척하고 있음을 지나치게 잘 알아볼 수 있어서다. 스스로가 남겨둔 그런 태도를 미워하지 않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가령 이 글들이 다른 작가가 쓴 작품이었다면 나는 그 사람도 미워했을까?
트리플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는 3가지의 단편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작가의 에세이를 같이 만나면서 소설에 대한 직, 간접적인 힌트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여성이 모두 주인공이고,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모습에는 왜인지 작가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저자의 프로필, 인터뷰, 전작들을 여러 번 읽어보면서 함께 읽어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에세이에서 작가가 밝히듯이, 위악적이고 미숙한데 어른인척하는 모습이 세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보이는데요. 자신의 모습이 소설에 투영된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약속 없이 헤어진 우리가 곧 다시 약속 없이 만나도 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연락 없이 몇 년을 그대로 보낸 예의 마음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언제나 예는 서울이었고 그때 대답하지 못했던 나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늘 서울이었으므로, 약속이 없어도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왜 작가가 한동안 자신의 글을 미워했는지 단편들을 읽어가면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들이 있는데 한때 저 역시 동경했던 글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그런 글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깐요.
매년 성장하거나 발전하는 모습이네라기보다는 비슷한 맥락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에게서 각각의 상황과 주변 인물들과의 사건들이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마냥 어둡거나 우울하기만 하지 않고, 중간중간 팡 터지는 웃음도 있기도 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박서련 작가의 단편소설들이었습니다.
이후 박서련 작가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작품들과의 이 단편들이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 도서를 읽은 독자들은 의외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전 흔히 말하는 정방향으로 박서련 작가들의 소설을 앞으로 만나면 되어서 오히려 의외라는 반응 보다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큰 부담 없이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트리플 시리즈를 여러분들도 한 번 만나보길 권해드립니다!
*자모단 2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